| ▲ 일출이 시작되는 바다 풍경...치우님 처럼 전문 사진이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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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용석은 사촌형의 집에서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시내로 향했다. 겨울이라 아침을 먹고났지만 시내는 이제 겨우 햇살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원을 향하는 그의 발길이 마치 전장터에 나서는 장수의 발걸음 같았다.
[오늘도...그 아저씨를 만나면 열판에서 일곱판은 이기겠지...]
하지만 그 사내도 만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어제는 용석과 처음으로 두어보는 때문인지 용석의 공격에 당황하였으나 몇판을 거듭하면서 타개해 가는 솜씨가 그리 만만한 솜씨로는 보여지지 않았다.
용석은 그당시 김인 국수의 바둑과 일본의 면돗날이라 불리는 사카다의 바둑에 심취해 있었던 터라 바둑잡지의 기보 바둑을 여러번 복기해본 적이 있었으나 왜 그렇게 두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였다.
[성동격서] 라는 바둑의 격언을 오늘은 반드시 지키리라 용석은 다짐했다. 손따라 무심코 두는 조급함만 버린다면 승률이 더 많으리라 생각하면서 어느새 삼거리에 있는 기원에 도착하였다.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용석은 두근 거려지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려 하였으나 가슴은 자꾸만 울렁거렸다. 울렁증에 걸린 사람처럼 울렁 거리는 것은 가슴이 긴장한 탓이리라.. ....
[긴장하지 말자]
용석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을 하였으나 그래도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았다. 기원 문앞에 당도하여 문을 열었으나 기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아직 기원은 문을 열지 않은 것을 모른 것이다. 용석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게단을 내려왓다.
다시 시내를 이리저리 거닐다 보니 다방이 눈에 띠었다. 다방으로 들어가 모닝커피라도 한잔 하는게 상책일듯 싶었다.
"어서오세요?!"
용석이 다방안으로 들어서자 입술을 새빨갛게 칠한 마치 술집 작부 같은 중년의 여자가 용석을 쳐다보더니 얼굴 가득히 부담 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다.
몸매도 푸짐한 다방 여자가 마치 좋은 먹이감을 발견한 독수리마냥 그렇게 용석을 바라보며 웃음짖자 용석은 등골이 오싹거렸다. 구석진 자리를 찾아 용석은 다방의자에 엉덩이를 디밀었다.
"총각!! 뭘 드릴까요?"
능글맞은 다방여자는 용석에게 다가오며 이렇게 말했다.
"저 커피한잔 주세요!!...."
"혼자 마실건가요? 누구 또 오시나요?"
"아니 저 혼자입니다."
"에이 그럼 아침인데 나도 한잔 사줘요...!!"
다방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용석의 대답도 듣지않고 주방으로 그 푸짐한 몸매를 끌고 가더니 이내 커피 두잔을 가지고 나온다.
용석은 다방벽에 붙은 커피 가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잔에 30원이나 하는 커피를 공짜로 얻어먹는 다방 여자가 웬지 밉상스럽게 느껴졌다.
"여기 사람 아니지요?!"
다방 여자는 커피를 아주 맛나게 마시면서 용석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니요....여기 사람 맞는데요..."
용석은 여기 사람 아니라면 이 여자가 무슨 바가지라도 씨울지 몰라 그렇게 둘러 대었다. 용석은 다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한시간 가량을 노닥 거리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추근덕 거리는 다방 여자의 수작이 여엉 기분이 상했으나 그렇다고 대놓고 기분 나빠 할 수도 없었다.
용석이 다시 기원을 들어선 시각은 아침 열시가 넘은 시각이였으나 기원엔 서너명이 둘러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용석이 들어서자 원장이 반긴다.
"어허 아침 일찌기 오셨네..."
'예...뭐 딱히 할일도 없고해서요..."
"바둑 두시게.....?!"
"예....."
"어제 그분은 오후에나 오실테니...여기 3급 두시는 분들과 한번 두어 보시려우?"
"그러지요..."
"이봐..김형 이 분과 한수 하시려오?"
원장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바둑이 되려나...!!"
김형이라 불리는 사내가 원장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 나이는 설흔이 넘었을까 말까하는 나이로 보이는 사내는 눈매가 사뭇 날카롭게 빛났다.
원장이 용석을 김형이라 불리는 사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어디서 오셨우?! 여기선 못보던 분인데.....!!"
" 아..예..전 거진에서 왔는데요?"
" 거진이 어디예요?! "
"저 북쪽에 있는 휴전선 밑에 항구로 명태가 많이 나는 곳입니다.!!"
"아 ..그래요?!"
"바둑은 몇급이나 두시요 ?"
"오급정도 둡니다."
"그럼 두점 접고 두시면 되겠네...!!"
용석은 사내의 맞은편에 앉아서 바둑판 위애 흑돌 두개를 우상과 좌하의 화점에 놓았다. 사내가 백돌 하나를 집어 들더니 좌상귀에 고목으로 놓았다.
용석은 순간 긴장했다. 여직 고목으로 두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용석은 애써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우하귀 화점에 착점을 하였다.
사내는 별로 망설임도 없었다. 용석이 바둑돌에서 손을 떼기가 무섭게 날일자로 걸쳐왔다. 용석은 선배와 많은 바둑을 두었던 터라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만 두자고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바둑이 두어질 수록 용석은 자꾸만 몰리고 있었다. 용석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사내가 혼잣말 처럼 중얼거렸다.
"어허....장고 끝에 악수 납니다...."
하지만 용석은 힘한번 제데로 써보지 못하고 그 사내에게 세판을 연거푸 졌다.
"오급은 좀 약하시군....."
사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용석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으나 어쩌랴 실력이 안되는 것을...
그 때였다. 어제의 그 중년이 기원으로 들어섰다. 용석은 마치 구세주라도 온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