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동진에 함께 다녀온 ......동료 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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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 하수를 만나다.
그 사내는 오십은 되었음직한 중년 사내였다. 장사꾼의 냄새가 풀풀 나는 그런 차림으로 일어서는 사내를 보는 순간 용석은 묘한 승부욕에 휩싸였다.
[기원에서 바둑을 두는사람들의 실력은 얼마나 될까? ]
사내가 자신을 오라고 손짖을 했다. 용석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 처럼 그 사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와 마주하고 앉으면서 용석은 가벼운 목례를 했다.
"젊은 친구 바둑을 얼마나 두오?!"
"오급정도 둡니다."
"송씨가 흑으로 두면 되겠네...!!"
용석을 뒤따라온 원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 그럼 저 사내가 6급이란 말인가?]
원장의 그말을 듣는 순간 용석은 알게 모르게 긴장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자기도 모르는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기원에서 한번 이겨 보리라....]
"어 그럼 이 친구가 5급이란 말이우....."
사내는 조금은 불만석인 모습을 보이면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바둑판을 마주하고 용석은 깊게 심호흡을 하였다. 허구헌날 흑으로 두다가 백돌을 잡게 되다니...그것도 기원에서 말이다.
사내가 흑돌을 하나 집어들더니 우하귀에 소목을 놓았다. 용석은 백돌을 시지와 중지 사이에 집어들고 자신의 오른쪽귀에 화점을 놓았다. 바둑은 수읽기도 없이 포석단계라 그런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내의 손길이 빨라 질수록 용석의 손길도 덩달아 빠르게 움직였다.
바둑알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귀에서 변으로 중앙으로 자꾸만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용석은 늘 전투적인 자신의 기풍대로 상대방에게 공격 일변도의 바둑으로 상대했다. 바둑판에 바둑돌이 놓여질 수록 사내는 생각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기 시작했다.
용석은 상대방의 대마 하나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사내가 그 대마를 살리기 위해 붙이고 젖히고 끊고를 하다가 결국은 묘수를 내어 살아갔으나 공격을 하면서 이득을 본 용석이 첫판을 승리하게 되었다. 집계산을 끝낸 사내의 안색이 붉어졌다.
"한판 더하려나?!"
"그러세요.....!!"
첫판을 기분좋게 이긴 용석은 느긋한 자세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이번 부턴 내기 바둑을 두지...어때?!"
사내가 용석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무슨 내기요?!"
"방내기로 하지...한방에 백원짜리 어때?!"
"방내기요?!"
용석은 선배에게서 방내기를 어떻게 한다는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자신이 방내기를 하게될줄은 몰랐다. 지갑에 여비를 가지고 오긴 했으나 삼천 몇백원 인가 될뿐인데..그걸 잃으면 집에도 못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어차피 비겁하게 도망갈 수는 없었다.
"싫은가?!"
"아니요...해보지요 뭐.."
방내기를 시작하자 사내의 바둑은 아까보다 엄청나게 신중해졌다. 용석의 공격을 요리저리 벗어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력은 그리 쎈편이 아니지 두번째 판은 용석이 열두집을 이겨 두방을 이겼다. 퍼어런 백원짜리 지폐 두장이 용석에게 건네졌다. 용석의 가슴이 마구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부터 시작한 내기 바둑은 결국 저녁 무렵에 까지 이어졌다. 몇판을 두었는지 기억도 없이 두었고 용석이 이긴판이 사내보다 많았다. 사내를 찾는 전화가 오고 나서야 사내는 그만두자고 하였고 용석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기원에 바둑을 이긴 용석이 기료를 내고 사내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사내가 말했다.
"내일 또 해보세...."
"그러지요...."
용석은 사내와 헤어져 근처의 중화요리집으로 들어갔다. 저녁 때가 되어서이지 허기가 몰려왔다. 늦은 시각이라 사촌형네 집에가서 저녁을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여 짜장면 곱배기를 시킨후 용석은 지갑을 열었다.
[천 삼백원]의 거금이 용석에게 들어왔다. 난생 처음으로 방내기 바둑을 두어 돈을 따게된 용석은 자신도 모를 자부심으로 짜장면의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후다닥 샛바람에 게눈 감추듯 짜장면 곱배기를 비운 용석은 발걸음도 가볍게 사촌형의 집으로 향했다.
[내일도 이기리라....]
이렇게 다짐을 하면서...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