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빙하 ! 지금도 그 생성과 소멸의 윤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알라스카에서 빙하를 빼고 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겠지요.

그래서 첫 번째로 찾은 곳이 빙하입니다.)

알라스카 하면 그 대표적인 것이 빙하(Glaciers)라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빙하란 한마디로 말해서 커다란 얼음 덩어리이다.

지구의 탄생이후 오랜 세월 흐르는 동안 눈이 쌓여 얼음이 되고

여름이면 녹아 강이 되고...

그렇게 생성과 소멸이 되풀이 되면서 점점 더 큰 얼음덩어리로 뭉쳐진 것이다.

알라스카에는 크고 작은 빙하가 만개가 넘는다.

이중 이름이 붙여진 큰 빙하는 600여개.

이들은 표면적만 해도 수십 평방마일이 넘고 깊이는 10.000피드(3,300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니 그 거대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빙하에 접근하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앵커리지에서 서쪽으로 58마일(약 2백리) 떨어진 위티어(Whittier)항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2차 대전 때는 해군기지였는데 지금은 빙하유람선 출발항구로 바뀌었다.

위티어까지 가는 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쿠가치(Chugach) 산맥은 북극의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한 꿈의 풍경화 이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빙하가 있고,

청록색 전나무의 원시림이 있고,

크고 작은 폭포수가 군무를 추고 있고,

산양들이 바위위에서 때지어 노닐고 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원시의 풍경화, 순수한 자연의 원래 모습이 이런 것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그려놓은 수채화 속을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굽이굽이 누비며 기차와 자동차가 시차제로 지나는 좁은 바위 터널을 지나니 조그마한 위티어 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여백여명이 탈 수 있는 빙하 접근 관광선을 타고 빙하의 심장부를 향해 위티어 선착장을 출발한 시간은 오후 1시 .

양쪽 연안의 계곡마다 크고 작은 빙하에서 바다로 쏟아지는 새하얀 폭포들의 사열을 받으며 두 시간 정도 바다를 가로질러 쿠가치 산맥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거기에 많은 빙하가 모여 있는 빙하들의 파시(波市)가 있었다. 

수없이 떠있는 유빙위에 물개를 닮은 족제빗과 포유류 해달의 무리들이 유람선을 타고 오는 인간들을 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구경하려는 것인지 때지어 모여 있다.

해달은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모피 때문에 인간들의 남획으로 한 때는 멸종위기까지 갔었는데, 당국의 보호정책으로 개체수가 많이 증가하여 지금은 사람들의 주변에 흔하게 모여드는 짐승이 되었다고 한다.

빙하의 끝에 해달이 많이 있는 것은 유빙에 사는 작은 곤충(Ice worm)을 잡아먹기 위해 새우들이 모이고, 그 새우들을 잡아먹으려고 해달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유람선은 수많은 해달들의  열병(閱兵)을  받으며 무수히 떠있는 유빙을 헤치고 바닷가까지 내려와 있는 커다란 빙하에 바짝 접근 한다.

얼음과 얼음사이에 조스(상어)의 아가리처럼 예리하게 벌어져있는 크레바스 옆을 스치듯 지나 빙하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하이얗다 못해 푸른 빛깔이 도는 커다란 수정 같은 얼음덩어리들이 눈앞을 막아선다.

앵커리지의 기온이 화시60도 정도인데 이곳은 수은주가 화시40도(섭씨5도)를 가리키고 있다.

여름철에 겨울용 파카로 무장을 하였는데도 손이 시리다.

거대한 빙하들이 계곡을 타고 바다의 가장자리까지 내려와 손에 닿을 듯이 모여 있는 빙하들의 波市.

한마디로 장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다른 말로 덧칠하기에는 쑥스러울 따름이다.

이 빙하들의 하루에 이동거리가 1미터이라니 그 느린 움직임을 눈으로 느끼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빙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바다를 향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바닷가에 와서는 파도와 입맞춤을 하고,

바다와 몸을 비벼대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다가 견디지 못하면 제 몸을 부셔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때마다 큰 빌딩이 무너지듯 엄청난 굉음이 바다의 가슴을 때린다.

마치 울부짖는 맹수의 포효 같기도 하고, 절정에 질러대는 야수들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이렇게 부서지는 얼음의 량이 매년 증가하는데 이는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란다.

이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의 침식이 이루어지고,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언젠가는 해저로 사라지게 된단다.

언제쯤일지는 몰라도 인류에게 닦아올 엄청난 재앙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재앙을 예상하면서도 별다른 대책도 없이 관광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세대에는 닥쳐올 재앙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대책을 강구하여 후손들에게 재앙에 대한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세대의 의무가 아닐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