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승부는 미묘한 것. 특히 리듬이 중요한데, 리듬이 끊기면 이기기 힘들다. 잠깐이라도 생각이 끊겨서야 어떻게 국면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리듬과 관련해서 요즘엔 핸드폰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대국의 내규를 하나 보면, 핸드폰의 벨소리는 대국을 방해하기에 벨을 진동으로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벨소리를 내면 2집을 상대에게 공제한다.

그런데 그 핸드폰이란 것이 중년의 프로들로 하여금 승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불리한 조건을 하나 더 제공하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응? 핸드폰은 젊은 신세대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핸드폰을 대국날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기사들이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중년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가. 10대 20대와 달리 40대 프로들에게 반상 밖의 사회활동은 알게 모르게 많아진다. 따라서 그들이 핸드폰을 놓는다는 것은 곧 사회적 관계망을 꺼두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리 된다. 전화를 꺼두지 못하니, 진동이 울리면 대국장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 다음엔? 리듬이 끊긴다. 돌아와서 착수할 때엔 많은 경우 실수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기보에서 흑1이 전화 받은 직후의 착점.

패감으로 썼으나 손이 미끌어진 것이다. 백이 패를 해소한 다음에도 A 약점이 남았다. 백B 이하 백F로 살아가는 수도 남았고. A에 두어야 했던 흑1은 아쉽게도 헛수였던 것이다. 흑1을 A에 두었다면 백은 백B 이하 백F까지 둘 수밖에 없는데, 그 하나하나가 패감이 되어 흑이 유리했던 것이다.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대국을 할 때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짐작컨대 전화 받고나면 그 바둑은 여간해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전화 받으면서 착수하면 그 수는 대개 악수가 될 것이다. 마우스미스도 나올 것이고. 하하.

중년의 프로들에게 승부와 사회생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수십 년을 바둑 속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중년의 프로들에게 핸드폰이라는 시대의 산물은 매우 난감한 변화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