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15일 일요일.

직장동료인 히로군의 결혼식이 있었다.

히로(裕)군은 학력이 중졸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중퇴하고 건설현장등을 전전하다가 우리회사에 입사했다.

그 때가 4년 전 9월초였다.

서너달 시제품을 만드는 파트에서 일하다가 제법 눈썰미가 있고 영리해서 금형가공의 주축인 3D CAD/CAM(컴퓨터 설계/프로그램 가공)을 가르쳤더니 잘 적응하여 그대로 계속 맡게 된 것이었다.

사실 히로군이 입사하고 한 달후인 10월달에 대졸자 두 명이 우리 금형파트로 들어오게끔 내정이 되어 있었다.

두 명중에서 한 명은 현장으로 또 한명은 3D CAD/CAM 담당자로 정할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히로군이 너무나 잘 적응했기 때문에, 다음해 4월 대학을 졸업하고 정식입사한 두 명의 대졸자가 담당직책을 받질못하고 여기저기 다른 부서를 전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히로군은 반 년이 지나는 사이에 금형부의 모두와 거리낌없는 친근감을 맺고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품질관리부의 여직원과 스스럼없는 우정을 몇년간 유지하다 이번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었다.

이미 1년전에 양쪽 부모의 동의를 얻고 호적에 입적을 했다.

히로군에게 밀린 두 명의 대졸자는 프레스공장으로 이전되어 간부후보라는 직급을 받고 마스크를 쓰고 먼지투성이의 작업장에서 근무중이다.

결혼 5개월전인 작년 10월경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참가할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학력이 중졸이므로 식장에 초대할 우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12명의 금형부원중 11명이 참가하기로 답을 주었다.

그리고 11월에 초청장을 받고 초청장에 딸린 출석확인표를 엽서로 보냈다.

구두나 출석확인표로 참가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은 예식장에는 어떻게 들어갈수 있으나 피로연에는 좌석배정이 안되어있다.

일반 회사에서는 결혼식이라고 하면 관혼상제이므로 며칠간의 휴가를 받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전의 회사에서도 그랬지만 결혼식이라고 특별히 회사를 쉬지 않았다.

예식은 주로 일요일날 거행하고 월요일부터 정상출근을 한다.

몰랐던때는 조금 실수를 했다.

입사해서 일주일도 안되었을때 같은 사무실의 직원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들었는데 그 다음날 월요일 정상출근한 것을 보고 잘못들었는가 생각하고 축하인사도 건네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방도 인사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 헛탕을 쳤으므로 서로 엉거주툼한 상태로 마주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식장은 하마마쯔시내에 있는 뮤제(musee)라는 예식장이었다.

뮤제(musee)란 프랑스말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쯤 되는 뜻이란다.
올해 스무살이 된 둘째놈에게 대리운전을 시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려고 했으나 집이 변두리이므로 버스와 전차를 갈아타고 두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대신 아들놈은 결혼식과 피로연이 끝날때까지 네시간을 차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전 10시에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식장안에 있는 카톨릭풍의 교회에서 외국인신부의 주례로 예식이 진행되었다.

정식신부로서 사제서품을 받은 사람인지 아니면 미군부대에서 키큰 사병을 한 사람 불렀는지 모르겠으나 머리가 거의 빡빡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외국인이 서툰 일본어와 영어를 번갈아 써가며 한 시간 가량 찬송가를 곁들인 예배형식의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장안의 챠펠(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것은 일본의 결혼식의 한 풍습으로 자리잡았다.

岐阜県 飛騨市 古川町 壱之町(기후현 히다시 후루카와쵸 이치노마치)의 여우혼례축제.

매년 9월 네째주 토요일 11시부터 21시까지 개최된다

정식 결혼식은 신사에서 기모노를 입고 올리는 것으로 신부는 순백의 의상에 고깔모자같은것을 쓴다.

최근 전통결혼식이 다시 되살아 나고 있는데 장소는 신사가 아니고 한 마을이 전부 협조하여 마치 옛날 이야기속의 주인공같이 신랑 신부는 여우의 가면을 쓰고 환상적인 분위기속에서 예식을 치른다.

역시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솜씨는 놀라웠다.

신랑은 평소의 후줄근한 복장에서 벗어나 은빛이 도는 연미복에 백구두를 신고, 머리카락도 좌우 균형이 맞지않고 더부룩한듯 했으나 복장과 새로운 분위기로 어울렸다.

신부는 회사에서는 친절하나 조금 새침떼기였는데 오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은 어느쪽이냐 하면 요란하게 치장한 둔갑한 여우같은 인상을 연상시켰다.

얼굴도 따로 만났더라면 몰라봤을 것이다.

                                     
                                       요런 정도?

전체사진을 찍는데도 스탭들이 계단 아래위로 사람들을 정렬시키고 지그재그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얼굴이 보이도록 세심하게 정렬을 했다.

역시 한치도 오차없는 일본인의 습성이다.

스탭진은 모두 7명, 이 중 네 명이 카메라를 들고 쉴새없이 셔트를 눌러댔다.

챠펠에서 식을 마치고 야외로 자리를 옮겼다.

사쿠라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앞으로 2주후면 이 지역에도 사쿠라꽃이 만발할것이다.

신부가 부케대신 곰인형을 던졌다.

내 앞에 떨어졌는데 주워서 신부친구들에게 다시 던질려고 했는데 내 뒤에 있던 젊은 친구가 잽싸게 손을 뻗어서 가로채버렸다.

인형을 주은 사람은 신랑에게서 금일봉을 받았다.이런...

피로연회장은 둥근 테이블이 13개 놓여져있고 한 테이블에 8명씩 앉았다.

전 참석자가 104명이다.

축의금은 한 사람당 평균 3만엔 일 것이다.

식장비용이 300만엔 가량이라고 들었으므로 겨우 비용이 충당된 셈이다.

그래서 5개월전부터 인원체크를 했던 것이다.

예식장 입구에서 축의금을 낼 때 프로그램과 좌석 배정표를 받았다.

각 테이블에는 참가자의 이름표와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즉, 3개월전에 미리 출석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좌석이 없는 것이다.
회사의 망년회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철저하게 인원체크를 해서 딱 그 인수에 맞게 준비를 하는것이 일본식이다.

스무살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여직원이 한 손으로 1L의 샴펜병 밑바닥을 잡고 테이블을 돌면서 글래스에 따랐다.

제법 무거워 보였는데 손놀림이 능숙했다.

올해 70이 되는 사장의 인사말, 그리고 조카인 젊은 후계자 상무이사의 건배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직원들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가해야 하는 회사 임원들의 정성도 대단하다.

샴펜은 맛이 없었다.

모두들 한모금 입에 머금고는 그대로 잔을 내려놓았다.

샴펜병에 이 예식장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샴펜글래스를 다시 입에 대는 사람은 없었다.

결혼식에서는 운이 나쁘거나 불길한 의미를 가진 말등은 쓰지 않는다.

축의금도 둘로 나누어지지 않는 숫자, 1,3,5,7, 즉 만엔, 삼만엔, 오만엔등이다.

결혼케잌을 자르는 것도 자른다라는 말을 쓰지않고 뉴토(入刀)라고 한다.

신랑신부와 양친 모두 6명이 둘러서서 칼 세자루를 케잌 깊숙히 찔러넣었다.

피로연 도중에 신랑신부가 드레스를 몇 번 갈아 입는데 그때마다 영상이 나왔다.

영화 록키의 주제곡 eye of tiger에 맞추어서 신랑신부의 어릴적 사진부터 만나고 사귈때까지의 경과가 코메디영화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누군가 친구중에 영상편집전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요리는 전부 다섯번에 걸쳐서 나왔다.

지난해 연말 회사망년회때에는 바닷가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1인당 5000엔정도의 짠돌이 예산이었으므로 먹을것이 변변찮았다.

술과 음료수는 마음대로 마실수 있었지만 요리가 30분에 한 번 정도로 접시하나를 갖다주고 양도 형편없었다.

오죽했으면 망년회마치고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었겠는가?

오늘은 그래도 1인당 3만엔짜리인데....

요리메뉴를 보면 

1.바다의 혜택 바다참게의 샬롯과 캐비어의 조화

2.호박색으로 빛나는 콘스프 - 행복을 가득 안고

3.복돔등장 - 맛있게 먹겠습니다

4.특선 소등심찜 요리 - 부드러운 맛

5.신랑신부의 선물

이상이 두 시간에 걸쳐서 나온 요리이다.

1번은 엄지손가락 반토막만한 크기의 일품요리 여섯종류와 게맛살로 만든 김밥위에 깨알같은 캐비어가 서른 두어 개 뿌려져 있었다.

2번은 옥수수가 몇 알 떠있는 맑은 국물에 어묵이 하나 들어있는 것이고, 3번은 옥돔찜이 한 토막, 4번은 가로 세로 3센티의 비프 스테이크 하나에 젓가락같은 당근튀김 둘, 5번은 디저트를 신랑신부가 손수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나마 허기를 면할수 있었던 것은 도중에 빵이 서너개 나온데다가 디저트용케잌을 염치불구하고 세 개나 먹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술잔의 술을 전부 비우지 않으며 술잔이 줄면 접잔하여 채워주는 것이 예의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제사때나 하는 술문화인 것이다.

그리고 강요하지 않는다.

신랑은 아까와 같은 복장이고 신부는 조금 움직이기 편한 갈색드레스로 갈아 입고는 좌석을 돌며 접객을 계속했다.

마지막은 신랑부친의 인사말로 맺었는데, 인사가 끝나자마자 오늘 결혼식의 전체모습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10여분동안 상영을 해준다.

카메라맨들이 수시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더니만 그 사이에 편집을 해서는 영상을 만든것이다.

그리고 테이블에 장식한 꽃은 예쁜 비닐가방에 넣어서 가져갈수 있게 싸준다.

일본의 이런 서비스문화는 참으로 기분이 좋다.

기대감+알파, 외국인들이 감동하는 부분중의 하나이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하마나코의 휴게소에 들러서 잠시 부자간의 정을 나누었다.

토메이(東名-토쿄/나고야간의 고속도로)구간중 이곳이 제일 아름다운 휴게소가 아닐까 싶다.

앞에 넓은 호수같은 바다가 보이고 주위의 경관도 볼만하다.

바다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호수처럼 보이므로 하마나코(浜名湖)란 이름이 붙었다.

한 때 바다장어 우나기의 최대생산지였던 지역으로 지역명물인 우나기파이는 19금 비스킷으로 불린다.
휴게소의 언덕끝에는 연인들의 마음을 열쇄에 채워서 보관하는 연인의 종도 있다.

열쇄파는 가게의 주인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평일날은 영업을 하지 않고 토/일요일 정오부터 두 시간 정도만 문을 연다.

철책에는 연인들의 마음을 담아 잠근 자물통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열쇠는 가지고 가는지 아니면 앞바다에 던져버리는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휴게소안에 야타이(포장마차)가 많다.

악기, 특히 하모니카의 생산 일본 1위인 하마마츠.

고속도로 휴게소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축제분위기를 느낀다.

3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사진출처; 日本の結婚式및 히다관광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