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센티

오후 4시 50분.

작업화를 갈아 신고, 손목시계 초침을 들여다보며 카운터를 세다가 벨이 울리자마자 뛰어가서 타임카드를 찍고는 1호선 바이패스로 뛰어 들었다.

시원한 바닷가풍경이 펼쳐지고, 4킬로를 달린후 토요하시 시내로 들어가는 곳에서 바이패스는 새로 단장한 23호선으로 갈라진다.

뱃속에는 기분좋은 묵직한 것을 담고 있다.

오후 세 시경부터 소식이 온 놈이다.

앞으로 한 시간만 더 참으면 샤워시설이 달린 최신식변좌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일전에는 이놈이 소식이 빨랐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나자 바로 진통이 시작된 것이다.

전 날 밤, 내키지 않는 맥주를 한 캔 마신것이 탈이었다.

설사로 이어진 것이다.

심하지 않았으므로 참기로 했다.

빠찡꼬가게의 최신식 화장실설비는 언제 사용해도 기분이 좋다.

회사 화장실은 좌변기가 차갑고 집에 화장실도 샤워가 없다.

넓고 깨끗한 빠찡꼬가게의 따뜻한 샤워화장실을 상상하면서 장장 여섯시간을 참았다.

그댄 아는가?

설사를 참는 그 고통을...

한심한 놈이라고 할지 모르나 나는 빠찡꼬를 좋아한다.

이력도 일본에서 생활한 햇수와 거의 같다.

빠찡꼬를 않고, 빠찡꼬에서 잃은 돈을 모았더라면 상당한 시간과 돈을 모았을것이라는 이론은 변명이지만 의미가 없다.

빠찡꼬를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무엇을 했을것이고 지금의 가정을 유지하지도 못했을것이다.

한심한 놈...

자르륵 자르륵.

빠찡꼬가게를 들어서자마자 담배냄새가 약간 섞인듯한 향수 냄새와 함께 시끄러운 소음이 뒤죽박죽되어 들려 온다.

항상 이용하는 입구에서 두 번째 화장실은 오늘도 비어 있었다.

100*200.

어림짐작으로 재어 본 화장실의 넓이이다.

나고야를 통과하는 이세완간 도로의 카리야 휴게소만큼은 못하지만, 나홀로 독방치고는 과분한 편이다.

화장지를 손가락에 걸어서 몇 번 돌린다.

재어보나마나 1미터이다.

벽에 걸린 알콜소독기를 눌러서 변좌를 훔친다.

그리고 또 화장지를 40센티길이로 여섯번을 감는다.

이것을 두 개 만들어서 변좌에 걸쳐놓는다.

총길이 5.8미터.

내가 빠찡꼬가게에서 떵행사를 할 때 사용하는 화장지의 길이이다.

바지를 내리고 처녀처럼 얌전하게 변좌위에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오른쪽 화장실에 급하게 누군가가 들어 왔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

퍽퍽퍽, 퍽퍽퍽, 퍽퍽퍽.

정확히 퍽소리 세 번을 세 번 들었다.

첫 번째 퍽퍽퍽에 상당한 양이 비산된듯한 소리였는데 두 번째, 세 번째의 퍽퍽퍽도 그에 못지 않았다.

청측(聴測)으로 계산해 본 바 인간의 소행이라고는 믿기 힘들정도였다.

소리로 보나 양으로 보나 저쪽 변좌의 내부가 어떨런지 상상이 되었다.

내 것은 새끼줄이 하늘에서 내려오듯 조용히 내려와서는 물속에 잠긴다.

오늘도 그랬다.

얼마전부터 아침에 현미죽을 먹으니 그 새끼줄이 더 길어지고 더 굵어진 동아줄로 바뀌었다.

그 동아줄을 볼려고 이곳 화장실을 몇시간이나 참아가며 원정출산을 하고 있는것이다.

얼마전에는 좀 심하게 참았나보다.

변좌에 앉았는데... 아, 그게... 나오질 않았다.

변비는 아닌데 배설할 의욕이 나질 않는것이었다.

뱃속에서는 빨리 출하하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정작 출구는 휴업이었다.

아마도 너무 참아서 출구의 근육이 마비되어 버린것인지도 몰랐다.

이럴땐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편안히 한 채 떵을 참기전의 상태로 뇌를 속여야 한다.

인간이 방귀는 얼마나 오랫동안 뀔 수 있을까?

세계최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일본인이 1분 가까이 쉬지않고 쌍나발을 불었다는 이야기가 미국에서 TV로 방송이 되었다고 한다.

냄새도 상당했다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귀의 재료가 되는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고, 어느 기간동안 숙성시켜서 장속의 환경을 조절하고는 비로소 나발을 불게 되는데, 엎드려 누워서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뱃속의 가스를 짜내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에 비하면 오늘의 내 출하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구름속에서 이무기가 고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하계로 떨어져 깊은 물속에 잠기었다.

40센티급이다!

뽑아본 사람은 안다.

40센티라는걸...

2.4초만에 40센티라... 5초에 대략 1미터... 1분에 12미터니까, 한시간이면 720미터.... 즉 떵의 스피드는 시속 0.72킬로미터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속에 떠돌면 참으로 행복하다.

뱃속도 후련하고 기분도 삼빡하고, 게다가 오늘은 40센티급의 월척을 뽑지 않았는가?

이제 남은것은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시각적 엑스터시를 느끼면 나의 행복감은 절정에 달한다.

엔돌핀이 스리 세븐이 터진듯이 2톤쯤 쏟아져 나올것이다.

5단계의 수압조절기는 내 학문이 제일 좋아하는 맛사지의 2번에 맞추어져 있다.

샤워보턴을 누르고 잠시후면 느낄 기절초풍할 행복감을 학문으로 미리 맛보았다.

그 때...

졸졸졸하고 물흐르는 소리가 났다.

아뿔싸!!

아까 계산하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 무릎을 오그리고 양손을 움켜쥐었는데, 그 순간 발아래에 있던 센서가 작동해버린 것이었다.

꾸륵꾸륵...

잠시후 나는 깨끗한 물이 고여있는 우물만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