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간이 나서 심심하거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을 적에는 인터넷 바둑을 둡니다. 벌써 기력이 35년은 되었네요. 가까운 친구 중에서도 기력이 출중한 두명의 평생지기가 있습니다.
실력은 두 친구보다 뒤지지만 바둑 두는 판수는 압도적으로 제가 앞설 것입니다. 요즘은 자랑할 게 하도 없어서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를 해주시고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판수가 많다고 실력이 늘지 않네요..... 골프하고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중딩 물상 시간에 배운 정비례의 법칙은 아니고, 그럼 반비례의 법칙인가? 반문해 보면 그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고... 고럼? 피타고라스 법칙? 내가 지금 무슨 야기 할라고 이리 횡설수설 질퍽거리는지...
하여간 요즈음 기억력이 확실히 감퇴되었답니다.
바둑은 오로바둑을 애용합니다. 연회비 몇 만원인가 얼마인가 내고 회원 가입을 하고 이곳을 애용합니다. 굳이 유료회원을 안해도 누가 시비를 걸지도 않고, 그렇다고 꼭 회비를 내야 바둑을 둘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바둑 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제가 그렇게 한다고 도움이 될 것도 아니겠지만.. 이건 그냥 자랑짓거리 한다고 이해해주시고요..
제가 재수할 적에 친한 친구하고 명동을 배회하곤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명동만 배회한 것이 아니고, 수시로 재수 시절에 많은 좋은 곳을 섭렵하고 쓸데없이 대한민국 학생의 본분을 망각하고 성인영화관이나 전자오락실을 애용하곤 했었지요. 그걸로 부족하여 고딩(재수)들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경복궁 근방의 불란서 문화관에 가서 19금 성인영화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나오는 불란서 미녀배우들의 몸매를 감상하면서 솟구쳐 오르는 심장(?)을 억누르기도 다반사로 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할려고 이리 빗나갔나?? 하여간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분명히 감퇴한답니다. 그렇지!
명동의 기원에 친구랑 기웃거리는데 당시 TV 바둑해설도 하셨던 유명한 윤도현 프로기사님! 아니지, 윤도현은 가수고 누구더라?? 윤기현 사범님이었습니다. 그분이 친구분과 바둑판을 앞에두고서 담소를 나누셨더랍니다. 그때 눈빛이 우연히 마주쳤는데 놀란 나는 도망가려고 슬금 했더니
"거기 이리 와서 바둑 한판 하지? 내가 기력을 체크해 주지!""
워메! 이거 나한테 하는 말씀 맞는겨!! 당대의 내노라하는 프로 기사님이 미천한 아마추어 재수생의 기력을 체크해 주시겠다니.. 그것도 무료로... 생면부지인 나에게 .. 이렇게 황송할 데가 있나???
나는 다시 윤기현 사범님을 쳐다보았습니다. 분명히 저를 보고 손짓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으메!!.. 갑자기 눈앞이 노래지고 숨이 가빠지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줄행랑을 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기력 테스트를 못 받은 것이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엄청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일 있은 후 윤기현사범님의 동정을 메스콤을 통해 듣곤 하면 항상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후로도 그런 기억으로 따뜻하고 인자한 성품과 출중한 실력을 함께 갖추신 분으로 마음 한구석에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재작년인가 무슨 바둑판 사건으로 윤사범님이 크게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실망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면서 오래전 30년 가까운 시절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각설하고요,
인터넷 바둑을 두다 보면 다른 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중국사람, 일본사람 많이 들어옵니다. 저는 여기서 각 나라의 기도를 생각해 봅니다. 문화적 차이라 해야 하나요, 아니면 성격의 차이라 해야 하나요?
일본사람과 바둑을 두면 첫수를 놓기 전에 항상 인사를 합니다. 중국사람은 인사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사람은 지거나 이기거나에 상관없이 끝마치고 나가기 전에 반드시 인사를 하고 나갑니다. 중국사람은 인사하고 나가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중국사람은 바둑두다가 불리하면 그냥 없어져 버립니다. 그런 일본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돌을 놓기 전 인사하는 우리는 반도 안되는 듯 합니다. 끝날 때는 지면 대부분 여지없이 그냥 나가고, 이기면 몇분은 간혹 드문드문 인사하고 나갑니다. 요즘은 중국이 바둑인구도 더 많고 기력도 일본보다 앞서는가요? 그렇다면 기력의 차이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예도는 아닌 것 같고요...
저는 어떠냐구요?? 요즘 기억력이 자꾸만 시나브로 감퇴되어서 제가 도무지 어떻게 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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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月谷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