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을 20여일 앞두고 미.소.영 주재로 열린 포츠담 회담은 민족분단의 첫 단추인 국제회담이었습니다. 이 이후로 한반도는 3년 가까운 미군정에 이은 3년 여간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되면서 더더욱 남북의 분단은 고착화되고 긴장은 고조되면서 남북 관계는 갈수록 미국과 중국의 입김에 눈치를 보는 서글픈 세월의 연속이었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10년간, 친미를 탈피하고 자주국방을 외치고, 우리의 땅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열강의 대리전쟁으로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나 자신이 많은 수긍을 해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천안함 사건과 그에 따른 최근 중국외교부 대변인의 “천안함 북 소행설은 언론에 의한 추측보도”라는 발표를 보면서 그 동안의 논리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이 중국과 그렇게 친밀하다면, 그렇다면 미국의 영향권을 벗어나 우리만 자주국방을 외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까? 민족주의를 빌미로 냉엄한 국제 현실을 외면한 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든 것은 바람이 아니고 햇볕이었다고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서는 역시 우리만의 동족주의에 근거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견고한 동맹관계 유지 및 힘에 의한 우위가 오히려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을 평화롭게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외치는 동북아의 안정보다 미국의 주도하에 의한 비핵화의 글로벌 논리에 밀려 버려, 우습지도 않게 6자 회담의 틀 안으로 시나브로 돌아와버리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결론에 이르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조바심이 납니다.

독도 문제를 보더라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본의 억지 주장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도 후안무치 한 반역사적인 사실을 주입시키려는 그들의 무섭고 숨겨진 야욕을 보면서 울분과 통탄을 마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의 대응 방안 역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우리를 허망하고 비참하게 만듭니다.

일본과의 해공군력의 절대적 열세를 차치하고라도 국제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독도문제가 세계적으로 공론화되었을 시에 과연 우리의 주장에 열강들이 선뜻 주장하여 우리의 손을 들어줄까 하는 물음에는 역시 의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면 일본과의 교역구조상 경제적으로도 우리에게 득보다는 손이 클 것이라는 예측에 이르면 역시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합니다.

허망하지요, 분통이 터집니다. 컴컴한 바다 속에서 원인도 알지 못하고 죽어갔을 꽃다운 우리의 젊은 병사들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더더욱 원통스러운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우리 자신을 더 찢어지게 아프게 만듭니다.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우리 외교장관의 발언이 길어지자 주한 중국대사를 동행한 중국의 일개 참사관의 말 한마디…………

세계 10대 경제규모니 어쩌니 하면서 우리는 많은 성장을 해왔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그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엄연한 국제현실이 우리를 또 다시 서글프고 힘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