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의 친아들과 딸이 친일이었다 한다. 충격이다. 내가 학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자제분들은 당연히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 받아 존경 받는 분 일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안중근의사께서 일체 침략의 원흉 이토히로부미(이름도 거론하기 싫은 놈이지만..)를 살해하시고 형장의 이슬로 당당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근데 어찌하여 아드님 되시는 분이 일제치하에서 총독부의 회유로 원흉의 묘소를 참배하고도 모자라 “아버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자식으로서 대신 사과를 드린다”는 망언을 했을까….

이런 일로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사실 동생은 독문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내가 부모님께 한 학기도 빠지지 않고 대학 등록금 받고 거기다 용돈까지 꼬박꼬박 타서 대학을 나왔지만 동생은 박사학위까지 가면서도 학교에서 주는, 거 뭐시냐? 장학금인가 뭔가를 받고 다녔다.

“워메, 이게 뭔일이라냐, 내가 무지해서 그런지 이런 경천동지할 일을 그 동안 모르고 지금에서야 알았는데… x해도 시원치 않을 놈 아니냐.. 순국하신 안의사께서는 하늘에서 그런 일을 보시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것냐?”

동생왈,

“어떻게 그가 한 말만 놓고 그 사람을 평가를 해? 그런 말을 하게 된 사연과 과정이 필시 있을거라구!”

“뭐여! 곡절은 무슨 곡절!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도 아니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까지 배신을 하다니..”

“오빠는 그래도 그렇게 된 연유를 확인한 후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순서이지 그렇게 화부터 버럭 내는 것은 합리적인 자세가 아니지!”

(얼래! 이제는 나를 훈수까지 하네!!!)

“ 그래! 난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런 거 모른다. 안중근 의사의 다른 친척분들은 전부 독립운동에 헌신하셨다는데 어찌 친 자식이 그런 x죽일 짓을 하고 다녔단 말이냐?”

“그래도 그렇게 까지 했다면 분명 사연이 있을 거야.....?”

“뭐라!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그렇지! 죄 없는 사람 총칼로 죽이고 정권을 잡은 사람도 사연이 있지! 그렇게 따지면 용서 받지 못할 놈이 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냐? 그래서 지식인의 변절이라는 말이 역사에서 나오는 거여!!”

……………………………..

한동안 열심히 지껄이는데 웬지 허전하길래 봤더니 전화가 벌써 끓어져 부렀네…

이런, 이런..!?!?  

우리는 용서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특히 종교를 가지신 분은 참 익숙한 용어라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자식인데 진정으로 참회를 한다면 용서를 받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도 합니다.

전 아직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용서를 해줄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고 봅니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사연이 있다는 옛말처럼 무릇 모든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연유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면에서 접근해 본다면 이해 못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쉽고 포용력 있게(?) 잊어 버리고 타협해 버린다면 도무지 정의는 언제 세워지고 진실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용서도 의미가 있지만 분명히 잘못된 일은 그에 상응한 비난과 응징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같이 조폭은 무서워해도 법을 우습게 보는 풍토가 점차로 만연해 지는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용서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용서와 이해는 진정으로 필요하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자식들 세대까지도 우리와 같은 힘겨운 번민과 회의 그리고 자포자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