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내미에게 독감 예방 주사를 맞혔네요. 사람은 역시 많은 대화와 경험으로 배우는 것인가 봅니다.

얼마 전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애 독감 예방 주사 맞히라구요. 동생도 학교 가서 들었는데(저의 아들 놈은 지금 고3이고 조카 딸은 모 외고 2학년 이걸랑요) 고3은 미리미리 독감 예방 주사 맞힌다고 하더라네요.

겨울 초입에 있는 수능을 앞 두고 독감이라도 걸리면 얼마나 타격이 심하냐는 것이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정답이더군요. 하 저도 당한 일인데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실은 저도 예전에 재수 할 때 예비고사 보기 한달 전에 소위 아폴로 눈병이라는 눈병 때문에 한 달간 공부 못했고, 본고사 보기 전날 예비 소집에 갔다가 독감에 걸려 콜록이면서 시험을 치른 경험이 있는데... 깜빡 한 거죠.- 맨날 집 사람에게 혼나는 일이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다 잊고, 쓸데 없는 것만 기억을 잘 하니- 여하튼 큰 애한텐 못했지만 그래도 알았으니 실천해야겠죠. 그런데 그것도 몇 만원 하더라구요. 그러나 돈이 문젭니까. 아파 고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능 점수 1점을 몇만원에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야겠죠. 아마 수능 점수 1점에 백만원이라도 살 사람 모집하면 그 끝이 안보이겠죠?

지난 주엔 이빨 때웠고... 수능 앞두고 많은 애들이 배가 아프니 뭣이 아프니 한다는데 우리 애는 그런 건 아닌데 여하튼 이를 고쳤죠.

그리고 지지난주 부터 지난 금요일까지 수시 지원한다고 그 동안 써 놓은 글 몇 편을 뽑아 정리한다고 혼자 밤 두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더군요. 금요일 한군데, 월요일 두군데 지원했는데 그 경쟁률이 수십대 일이라네요.

금요일 지원한 데엔 자료를 우편으로 보낼건데 다시 한번 보려고, 금요일 저녁에 학교에서 프린트 한거라며 가져온 걸 보니, 음메~~ 엄청 많네요. A4용지로 300매 정도 된다네요.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혼자 준비하고 고생을 하는 걸 보니 미안한 맘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 이빨 치료 하는 날이라 야자 빼먹고 빨리 와야 하기에 데리러 갔다 오다 물었죠.

준비 잘되고 있냐? 매일 밤 그거 하는거지?

예, 이제 다 끝냈어요.

아빠가 해줄 건 없냐?

원서비만 내 주면 되요... 그런데 선생님이 한군데 더 내라는데... 난 두군데만 넣으려 했는데... 혹시 수능 망칠 수도 있으니 예비용으로 넣어 두래요.

그럼 내면 되지. 

그런데, 돈이 아깝잖아요. 한 칠만원 정도 한다는데.

야, 칠만원이 문제냐? 만약을 위한건데. 보험 들었다 생각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못 내 줄까봐 그러니?

남들은 애 대학 보내려고 여기저기 정보 얻는다고 부모가 더 바쁘다는데, 우리 집은 그냥 하는대로 옆에서 보기만 할 뿐이니, 지가 잘 알아서 하겠지 하다가도 한편으론 스스로 한심하단 생각도 드네요.

글을 쓰고 싶다며, 문학과 심리학을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데, 모르겠네요. 잘 되야 될텐데. 그래도 저는 글 쓰는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단 한 줄이라도 매일 쓴다고 하는걸 보면, 어쩌면 글 쓰는 사람의 기본은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경쟁률이 하도 심하니 걱정이네요.

허긴 지금 다니는 고등 학교에 갈 때부터 수시보다는 정시를 목표로 했었지만(내신이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학교라), 그리고 저나 애나 수시보단 수능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원서를 넣었으니 욕심이 생길 수 밖에요.

정말 잘 됐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딸 애가 그럽니다. “우리 집에 고3이 있나?” 허긴 애가 지 방에서 공부를 하든 말든 거실에선 티브이 볼거 다보고, 애가 자든 말든 다른 식구는 12시 반이면 다 자죠. 뭐 딸 애 때도 그랬으니까요.

집 사람은 이럽니다. “지가 고3이지 내가 고3인가? 그치 정석씨...” 사실 집 사람은 제가 공부 할 때도 언제나 옆에서 장난쳤죠. 그래서 “야 공부 좀 하자.” 하면, “공부해. 누가 못하게 해? 그런데 이런 걸 이기고 공부해야 진짜 공부지...”  히유, 누가 말립니까?

그래도 집사람은 늘 집안에 웃음을 주죠. 아들 애가 뭐라는지 아십니까? 학교에서 친구들이 아무리 재미있는 개그를 해도 별로 안 웃긴다네요. 지 엄마 보다 더 웃기는 개그가 아니라나요. 그러며 매일 지 엄마 동영상 찍죠. 그리고 함께 보며 또 자지러지죠. 저희는 이렇게 삽니다. ㅋㅋㅋ고3이 있지만 또 있지 않은 듯 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