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은 ‘부도’라는 말을 무수히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며 무얼 뜻하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정확하게 무엇을 부도라 할까요? 부도란 발행인이 발급한 수표나 어음등에 대하여 그 지급일에 발행액 전액을 결제하지 못하는 것을 뜻하죠. 그리고 어느 날자에 부도가 나면 그 날 이후의 모든 수표, 어음이 자동으로 부도 처리되죠.
즉 일부만 부도가 나는 경우는 없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말입니다.
부도가 나면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만약 어느 기업이 1000억을 부도 냈다면(예를 들어 갑사 라합시다), 실제 그 효과가 마이너스 1000억이 아닙니다. 기업들은 전방 후방으로 서로 거래를 하죠.
따라서 1000억을 부도냈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그 1000억을 나누어 각각 몇백일지 몇천일지, 또는 수십억, 수백억일지 모르는(총 합쳐 1000억이죠) 금액을 받지 못하는 셈이 되죠. 그럼 그 몇억을 못 받은 기업(을 이라합시다)은 어찌 될까요. 을은 을 나름대로 자금 계획에 의거, 즉 받은 수표가 결제 될거란 가정하에 수표나 어음을 발행하거나, 받은 어음등을 할인하여 자금을 조달하게 되죠.
그런데 갑이 부도나는 순간 그 금액 만큼 펑크가 나죠. 그 모자란 금액을 그래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을은 부도가 안납니다. 그러나 못 채운다면 을도 부도가 나겠죠. 즉 연쇄 부도인 것이죠.
이러한 연쇄 반응은 을과 거래한 병, 또 병과 거래한 정... 계속 연결이 꼬리를 무는 겁니다. 그래서 작은 기업이 부도가 나 그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면 연쇄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초 부도 금액이 크면 클수록 그 연쇄 반응의 크기는 그야말로 기하 급수로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부도가 나면 어찌 될까요. 왜 기업주들이 사채 시장은 물론 이른바 달라돈, 과부 고쟁이돈 까지 끌어내서 부도를 막으려 할까요. 부도가 나는 순간 모든 기 발행한 수표 어음이 지급이 정지되고, 그 채권자들은 압류를 개시하겠죠.
한마디로 사장은 쫒겨나게 되고, 있던 재산은 경매에 넘어가 헐 값에 넘어가겠죠. 그것은 흑자를 내던 기업도 자산이 충분한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망하는 거죠. 전부를 잃는 것이죠. 그래서 부도를 막는게 기업 소유주의 목숨을 연장하는 것과 같은 것인 셈이죠. 그래서 최후까지 부도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90년 전 후, 언제인지 정확한 연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LG그룹이 부도 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결제일에 결제할 현금 및 은행 잔고가 몇억인가가 부족했다 합니다. 결국 다음날 아침 겨우 그 금액을 채워 넣어 부도는 막았고, 언론에 노출 되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아찔한 순간이었죠.
그런데 당시 대우 그룹은 매일 몇억이 아니라 수십, 수백억이 부족해도 어디서 자금을 끌어 오는지 여하튼 결제를 해 나가고 있었죠.
그 사건 이후로 LG는 물론이고 모든 기업들이 자금 관계 부서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자금을 경리의 한 부분 정도로 여겨지던 것이 경리를 넘어 가장 중요한 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는 보이지 않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 당시 대한민국 기업 중 자금부의 핵심이며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타가 공인하게 된 곳이 바로 대우의 자금부가 되었고, 그들은 그야말로 각사 스카웃의 대상으로 각광 받았었죠.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죠. 그가 내세운 가장 핵심 캐치프레이즈, 공약 기억 나십니까? 보통사람, 그리고 서민 주택 200만호 건설이었죠. 제가 그가 말하는 보통 사람들이란게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몰라 그에 대한 말은 못하겠지만, 그의 핵심 공약인 200만호 건설은 불행히도 100%가 아니라 140%, 초과 달성 했죠.
건설이란 것이 어떤 것인줄 아십니까? 건설이란게 실은 우리나라 경제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걸 아십니까? 건설은 그 효과가 전방 후방 할 것 없이 기하 급수로 커져 가장 큰 파급 효과를 나타내는 산업이죠. 그래서 경기 부양하면 첫 번째로 건드리는 것이 건설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죠.
한 가지 문제를 내 볼까요? 커지기는 쉬워도 작아지기는 어려운 것,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답을 말하죠. 기업의 규모요, 기업의 인력입니다. 기업이 열심히 노력을 하면 또는 경기를 잘 타면, 금방 커집니다. 그리고 직원 수 또한 쉽게 늘어나죠. 직원 수는 그냥 놔두면 저절로 늘어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커질 때는 그러한 것이 전혀 상관 없죠.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정체 축소되는 순간, 바로 급히 먹은 밥 처럼 급체를 하게 되죠. 제가 나산의 부도를 예언 했다는 것도 다름 아닌 이 급체 현상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손해나는 짓을 하지 않겠죠. 어찌 보면 정말 어리석은 짓인데도, 조금만 생각하면 다 함께 살 수 있을텐데, 그놈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은 함께 죽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기업이 축소 되고 있다면 그리고 인력 감축이 어렵다면, 적은 떡이라도 나눠, 한 쪽이 아니라 반 쪽, 그도 안되면 반의 반 쪽이라도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해야 할 터인데, <네가 굶는 거, 그런 건 난 모른다. 난 한쪽을 다 먹을 것이다.> 이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네가 먹냐 내가 먹냐 다투게 되고 결국엔 남아 있는 작은 떡 쪼가리 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참~~ 사람들은 욕심 많은 개가 입에 있던 고기까지 욕심 때문에 잃어버렸다는 동화를 읽기만 했나 봅니다. 어제 말씀드린 것 처럼 왜 아는 걸 안 써먹는지 도통 모르겠군요.
96년 여름이라고 기억됩니다. 진로가 부도가 나니 뭐니 하며 어수선 하던 어느날,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화의> 라는 제도가 불쑥 튀어 나온 겁니다. 화의가 뭐지? 그 단어야 물론 그래도 한문 수업을 받은 세대라 미뤄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부도니 뭐니 하더니 화의라니, 화의가 진저 무얼 하는 것인지 몰랐죠.
제가 비록 정통 경제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저의 전공과가 수학과 경제학을 합해 놓은 과이고, 그래도 개인적으로 원론1,2, 미시, 거시, 선형, 기타 등등 계량에 발전론까지 경제학 계통만 30학점 이상을 이수한 사람인데, 당시 근 30년간 신문을 단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정치면 부터 마지막 스포츠면까지 정독해 온 사람인데...경제 용어로서의 화의란 말은 그 때 처음 들었죠.
오죽하면 다음날 중앙일보에 Q & A하고 화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더라구요.
Q : 부도가 난 것입니까?
A : 부도가 난 것이라 말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Q : 진로 발행 어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날자에 결제를 받을 수 있습니까?
A : 받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Q : 만약 그 날자에 받지 못한다면, 언제 그걸 받을 수 있죠?
A : 나중에 진로의 자금이 여유가 생겨, 기 발행한 어음의 결제를 하겠다고 하면 그 때 받을 수 있습니다.
Q : 그럼 현재의 진로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요?
A : 대주주의 소유 지분은 그대로 인정되며 경영진도 자체 문책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현체제를 유지하게 됩니다.
신문 한 면을 넘겨 화의와 그에 따른 효과 등등을 Q & A라는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풀어 놓은 것 중 가장 핵심 내용입니다.
저는 아침 사무실에서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직원들이 다 있는데서 책상을 쾅 내리치며 분개했죠. 그리고 사무실 밖에 일 할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장 직원까지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어떤 놈의 새끼가 이런 개 같은 제도를 들고 나왔나.>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선언했죠. <만약 이것이 법원에서 채택 된다면, 곧 대한민국이 부도 날 거라고 내 장담한다.>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분위기가 법원에서도 받아들일 태세 였거든요. 대한민국이 부도 날 거란 확신이 드는데,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기업가들이 왜 부도를 막으려 그렇게 노력을 하는지, 그런데 부도가 부도가 아니라는데, 부도 비스무리 하다지만 진짜 중요한 경영권 소유권 인정 한다는데 뭣 하러 골머리 아프게 그런 노력을 합니까. 오히려 줄줄이 닥쳐 오는 채무를 금방 안 갚아도 문제가 안되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가져 오겠죠. 반대로 돈 있는 사람이 어떻게 기업에 돈을 빌려 줍니까. 기업에서 안 갚아도 그만인데.
200만호 건설 한다는 주택이 280만호 건설됐죠. 따라서 건설업체는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지고, 또 난립했죠. 그런데 주택의 수요가 집을 짓는다고 막 따라서 늘어 난답니까? 분양이 안 되고 따라서 갑자기 물량이 끊기니 부도가 속출 할 수 밖에요. (어제 말했죠. 11개중 9개가 한 해에 부도 났다고)
왜 부도납니까. 매출이 줄면 직원을 줄이거나, 줄이지 못하면 나눠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함께 망하는 것이죠.
멍청한 김영삼 정권은 위기를 못느끼고, 여행 자유화니 뭐니 하면서 일찌감치 축배를 들었죠. 늦었더라도 그 축배를 빨리 내려 놓았어야 하는데, 그 놈의 축배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지, 내려 놓는게 드는 것 보다 훨신 힘들었던 것이죠. (그 후의 일이지만 그 나마 위기를 느끼고 정리 해고를 중심으로하는 노동관계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정권 쟁취에 눈이 먼 김대중은 그 마저 용납하지 않았죠. 사실 그것이 마지막 기회였죠)
도덕적 해이를 등에 엎고 부도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국가 경제가 별건가요. 국민 개개인, 개개 기업의 총화가 국가 경제 아닌가요?
결과요? 제가 눈물을 흘리면 악담을 하고. 1년 반 뒤에 여러분들이 모두 아시는 그것이 일어났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분석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국의 국가 부도 사태를 몰고 온 원인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물론 책임의 정도로만 따진다면 7할이 멍청한 김영삼에게 있다하겠지만,
무식한 노태우는 과다 건설 사업으로 부도의 씨앗을 뿌렸고,(우리나라의 건설은 한해 30만호 정도가 합당했고, 그 정도라면 지속적인 발전과 기업 운영이 되었을 겁니다)
멍청한 김영삼이 드러난 것만 보고 축배를 터트리며 저축되어 있던 것 다 퍼먹으며, 씨앗의 싹을 틔우더니 급기야 화의란 양분으로 잡초를 튼실히 키웠고,
욕망에 사로잡힌 돼지 같은 김대중은 늦게나마 그 풀이 잡초임을 깨닫고 제거하려는 김영삼의 낫을 부러트려 버렸다.
그리고 김대중은 나중에 그 잡초를 제거 하긴 했지만 그 보다 훨신 많은 나락을 함께 베어 버렸다.
그리고 저는 어찌 되었을까요. 감히 나라가 부도 날거란 악담을 한 죗과인지 회사에서 잘리고, 조그마한 구멍 가게를 시작했지만 그 직격탄을 맞았죠. 그리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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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육묘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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