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TV의 한국바둑리그가 인기다. 1류급 기사들이 매주 평균 8국을 두고 있으며, 박진감 있는 승부호흡으로 재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 진행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갖고 있는데 들어보실련지?

다름 아니라, 해설에서나 뉴스에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선수(選手)”라는 명칭이다. 예컨대 조훈현 선수, 이창호 선수, 이런 표현이 서슴없이 들리고 읽히는데 어떠신지.

내 이런 느낌은 그 동안의 관행과 달라서 그런 것일까.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변화, 그 두려움 때문일까. 기사들은 그 동안 사범이나 단위, 또는 타이틀로 불려왔다. 이 사범, 김 국수, 서 명인, 문 5단 등.

그런 명칭이 온 것은, 개인의 기량(技倆)이 핵심인 기예(技藝)에는 언제나 집단 내 개인의 역할 인식보다도 개인의 노력에 따른 경지가 중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경지를 표현할 개념을 찾았던 바, 초단을 수졸(守拙), 9단을 입신(入神)이라 불렀던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예다.

물론 최근 초단이 9단을 이기는 시대상을 부인하거나, 바둑의 스포츠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사실 바둑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는 짐작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바둑이 스포츠로 나아가니까, 그래서 다른 스포츠에는 단위가 없다고 해서 단위를 없앤다는 것은 자아인식이 부족한 판단이다.

자신의 장점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 바둑의 장점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는 구할 수 없는 것에 있다. 다른 스포츠에 없는 것은 귀한 것. 귀한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 귀한 것이다.

자, A부터 백D를 내다본 저 예리한 백5을 찾은 기사를 뭐라 부를까. 윤준상 국수? 아니면, 윤준상 선수? 어느 이름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바둑의 넓은 세상을 세상에 드러내는가? 세상이란 것은 다양하게 구별되어야 정보의 비용이 낮아지고 또 이해도 높아지는 것이다.

언어에는 우리의 인식은 물론이요, 사회의 존재 또한 구성하는 힘이 있다. 한국기원과 바둑TV는 이 문제를 넓은 시각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