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나라 프로들은 어떤 것에 가장 큰 심리적 고통을 느낄까. 그들도 인간이기에 고통을 느낄 것은 자명하지만, 바둑과 관련해서 말이다.

1835년 아카보시 인테쯔는 스승을 대신해서 죠와 명인에게 도전했다. 그러나 죠와의 묘수 3개를 당하고 패배했다. 폐결핵을 가졌던 그는 그 대국으로 더욱 마음을 상했고 몸도 무너져, 두 달 후 세상을 등졌다. 그렇다. 그 대국이 자신만의 바둑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팠을 것이다.

다른 예로는 후지사와 쇼호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는 오청원과의 10번기에서 3차에 걸쳐 패했는데, 무엇보다 최초의 일본기원 9단이라는 명예를 떨어뜨린 것에 참담해 했다. 그 책임감에 그는 기사직을 사퇴했었다.

프로들의 괴로움은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나, 역시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가장 아플 것이다. 인간의 고통이 문화적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죄의식의 일부는 사회적인 책임과도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 수 있는 것이, 요즘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한 기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0대3이든, 1대3이든, 2대3이든, 제일 마지막에 지는 기사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 왜냐. 순서가 있기에 패배는 점차 비중이 쌓여가는 인상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패배에 높고 낮은 무게는 없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차이는 있다. 0대3으로 지면 어떨까. 남은 두 명에게 미안할까. 덜 미안할 것이다. 두 명 또한 이길 확률이 반반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2대3으로 지는 경우의 마지막 주자는 대단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앞에서 이긴 두 사람의 노력이 헛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식을 바꾸어보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동시에 다섯 국을 진행하면 어떨까. 지더라도 덜 괴로울 것이다. 5명 한 팀이 패배한다는 것은, 곧 3명 또는 4명, 5명이 동시에 패배함을 의미한다. 각자는 많아도 1/3씩의 책임을 갖게 된다. 책임의 무게가 쌓이지는 않는다.

기보는 어느 제5국. 흑8이 묘수. 이후는 백A 이하 백E 흑6까지 백이 불리한 패가 되었다. 아쉬운 건 백1. 빈삼각 B에 두었다면 그냥 잡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