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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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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은 어디로 갔을까 - 반상의 특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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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은 어디로 갔을까. 1급이 겹겹이 있으니 2급은 1급에 흡수된다. 저번에는 그로부터 해결점을 찾았다. 그러나 과연 그 뿐일까.
우리는 3급 되기가 힘이 든다. 3급은 하나의 동산 같은 것. 오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어린 아이가 성장해서 소년은 되어야 오를 수 있는 것이 동산. 집 앞의 동산. 아마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바둑을 좋아해도 열심히 배워서 닦은 후에야 비로소 얻어지는 하나의 정점(頂点)이 3급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1급은 산(山)일까. 사실 굳이 3급이 첫 번째 정점일 필요는 없다. 4급을 정점이라고 해도 된다. 3이냐 4냐, 그것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뜻이 없는 상징일 뿐이다. 3급이라고 부르는 그 자리에 3급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집단으로서 아마추어는 급 체계를 중심으로 하나의 분포를 이룬다. 따라서 3급은 4급 없이 자신을 3급이라고 부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2급과 1급 없이 자신을 3급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아마도 그 기준을 하나 정해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1급이라고 부르는 그 지점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1급이 하나의 정점인 것이고, 그로부터 다른 급수의 높이가 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왜 2급은 사라졌을까? 3급에 오르기 힘들다지만, 그래서 3급이 되면 당분간 쉬어야 한다지만, 왜 2급은 사라지고 1급이 눈앞에 나타날까.
그 설명은 반상의 특성에서 일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1급과 3급이 둔다면 그 칫수는 2점이고 1급과 2급이 둔다면 그 칫수는 정선(定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상의 귀가 4개라는 점이다. 기보에서 보듯이 1급이 3급을 두점 접고 외목을 두어서 큰소리쳐도, 곧 이어 흑2가 오면 귀는 백이 1개를 흑은 3개를 점한다. 1급과 2급이 둔다면 서로가 번갈아 두니까 얻는 귀는 각자 2개. 3급과 1급은 3:1의 비율이지만 2급과 1급은 1:1의 비율에서 싸워야 한다.
바로 이것이다. 이 때문에 2급은 3급보다 오르기 더욱 어려운 산의 팔부능선 쯤 된다. 왜냐? 1급에 가까이 갈 실력이어야 2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3급부터는 실력의 급 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하겠다. 바로 그 때문에 1급 되기는 대단히 힘이 들고. 단지 1급은 더 나아갈 곳이 없기 때문에 겹겹이 쌓이고 2급보다 눈에 많이 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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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급의 한 정점에 도달한 것이구나,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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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