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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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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바둑의 하나 둘 - 마치면서 - 다음 산책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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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0월 28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마치면서 - 다음 산책로로
가을도 순간이다. 가을은 조락 凋落의 설움을 이겨내기 힘들다. 창을 열면 안개가 집을 감싼 것을 바라본 것이 10월 들어 벌써 몇 번이든가. 새벽 안개, 내 좋아한다. 지난 번 글 말미에, 하나 빠뜨렸다.
---------------------- 새벽이다. 안개가 더욱 짙어진다. 접바둑의 하나 둘. 오늘로써 매듭 짓는다. 넓은 바둑을 지향해야 하는 것 그것이 매듭을 지으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첫 번째 지침이다. 내일부터는 다른 주제를 걸어보겠다. 부족함이 많았다. 너른 이해 주셨으면 한다. 여전히 辰時.
----------------------- 접바둑에 대해서 내가 가설화 假說化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길이 끝났으면 돌아가든지, 아니면 다른 길로 나서든지 해야 하는 것. 그렇군. 이건 나에게 내가 하는 말이군. 문득 11월이 다가온다. 그야말로 문득이다. 돌아보는 마음이 들만한 시절이다. 시간의 뜻에 조그만치의 어긋남이 없다. 마침 오늘은 이르게 일어났다. 오랜 만이다. 실로 오랜 만이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누군가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할 일을 먼저 생각한다고 했는데. 누군가는 깨어나면, 푸른 하루를 어찌 헛되이 보낼 것인가, 그를 먼저 생각한다 했는데. 오늘 나에게는 어제가 먼저 생각난다.
지난 83년 가을. 그 11월에서의 입단. 어제, 어느 인터넷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바둑도 정치학도 나에겐 외도 外道였다고 하겠다. 외도였는가, 라는 질문에 답한다면. 이런 생각도 든다. 바둑은 우리 인류에게 어떤 것이었나? 바둑은 우리 20세기 후반기의 세대들에게 어떤 것이었나?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마지막 질문은 내가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은 내가 책, 바둑의 발견 (1, 2)에서 답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미진한 답이다. 요즘처럼 나 자신에 대해서 회의를 느낄 때는 더더욱 그런 왜소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적 인간으로써, 내면의 안식을 찾지 못하는 인간으로써, 나는 나 자신의 일부를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日記라는 형식 때문에 치기 稚氣어린 시절의 부끄러움이 많지 않을까? 그거야 나도 모르게, 나의 내면을 많이도 피해갈 것이다. 언제나와 다름없이 적당한 외피 外皮를 두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나 자신이 주제의 일부로써만 기능하는 그런 일기, 그런 회상. 가능할까.
1983년 12월 초에 입단이 확정된 후, 1988년 12월까지 프로 바둑계에서 생활했다. 그 후 1994년 2월까지는 정치학 한다고 바둑을 멀리했다. 1998년 3월부터는 바둑을 다시 두었지만…. 어제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도 나왔다. 누군가가 말했다. 1959년에 태어났으니 해방된 지 불과 14년. 1980년의 광주는 벌써 25년. 1987년의 민주화도 어언 18년. 어제를 알기란 힘이 든다. 쉽지가 않다. 어제를 인식하면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의 다음 산책로는, 내 프로 시절의 초반이다. 시기적으로는 1983년 겨울부터 1988년 겨울까지. 저번, 아마 시절과 마찬가지로, 풍속화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바둑계의 일부, 바둑계의 사실 史實 일부는 밝혀줄 것이다. 바둑을 두는 자로서 그 정도의 돌아봄은 가능할 것이다.
오랜 만의 새벽 커피. 버터 향기가 마음을 눅여준다. 나는 맛보다는 향을 즐기는 타입. 미래와 과거, 그 두 개의 상대적인 전제에 대해 그렇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오늘을 향해 산책로는 열려져 있지 않을까 싶다. 돌아본다 해도. 그렇게 하고 싶다. 다시 시간을 현대적인 인상 印象으로 붙잡아야 하겠다. 1983년을 먼저 돌아보려면. 아침 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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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ksoo |
｜ 2005-11-26 오후 12:4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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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 사범님, 어언듯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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