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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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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바둑의 하나 둘 - 下手의 하나 둘 - 귀를 무겁게 여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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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9월 15일)
접바둑의 하나 둘 - 下手의 하나 둘 - 귀를 무겁게 여기지 말자
어두운 밤. 어느새 여름이 사라졌다. 가을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게 사는 사람이 여름 지나간 것을 지금에야 알다니.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卯時 初
어둡다. 여름에는 밝았는데. 글 쓸 수 있는 이 시간을 행복으로 여기자. 아무래도 일기니까, 내면을 약간은 드러내게 된다. 솔직한 내면도 있고, 맞추고 싶은 내면도 있고, 만들고 싶은 내면도 있고, … 그렇다. 잠시만의 내면도 있다.
귀를 무겁게 여기지 말자.
아마도 이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下手에 대한 마지막 지침이 아닌가 싶다. 물론 上手에 대한 지침이기도 할 것이고. 튼튼하게 연결하고 굳혀두어라. 그런 태도? 그런 것은 지침이라기보다 행마법 정도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행마법은 누구라도 얼마든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마법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변하는 것. 그런 차이가 있다.
응? 무슨 소리? 저번에 후지사와 선생이 바둑의 神과 목숨 걸고 두면 넉점을 놓겠다고 그리 말씀 하셨다면서? 그리고 귀만 지키는 전략으로 나가겠다면서?
그건 그 분 실력에 다다랐을 때, 그것도 神과 두었을 때 얘기다. 우리는 神과 두지 않는다. 다만 프로하고 둘 수는 있겠지만, 프로는 그냥 上手에 속한다. 귀를 무겁게 여기지 말자는 지침은, 귀를 가볍게 여기자는 것과는 다르다.
귀는 크지 않다
먼저 바둑 하나.
1930년
白: 名人 本因坊秀哉
黑(2점): 三段 吳淸源
백121: 패착이다. 백A 흑B를 교환해 두어야 흑122가 성립하지 않았다. 슈사이 명인은 정말이지 대단한 바둑이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귀는 백에게 다 돌아갔지만, 그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하물며 이 바둑은 두점이었다.
만약 4점 이상이라면 귀는 더욱 더 크지 않다.
왜냐?
귀를 백이 점거한다면, 그 때는 흑에게 외세를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것이 초반이라면.
초반이라면?
白이 대형정석을 쓴 것과 진배없다. 반상을 결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上手의 접바둑을 이야기할 때 - 下手의 입장에서도 다를 바 없지만 - 上手는 반상을 넓혀야 한다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逆으로 下手의 입장에서 귀를 급하게 서둘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두칸높은걸침의 이유
6점 접바둑 하나 보자. 왜 오청원 선생은 저 백1과 백5와 같은 두칸높은걸침을 즐겨쓰는가? 이 바둑 말고도 4점 이상의 접바둑일 때는 거의 대부분 저 두칸높은걸침을 즐겨 쓴다.
우선 흑40. 흑40은 68로 단단하게 지키는 것이 좋았다. 귀의 맛을 없앨 수 있었다.
백45는 흑A 이하 흑E를 방지한 것.
백의 변신이 신랄하다.
그런데 왜 오청원 선생은 두칸높은걸침을 4점 이상의 접바둑에서 즐겨 쓸까?
그건, 귀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협공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협공 당하면, 3三에 침입해야 할 조건이 주어지기 쉽다. 앞서 추론했듯이, 그 경우, 흑에게 외세를 주게 된다. 대형정석을 쓴 것과 다름 없다.
다른 하나는, 두칸높은걸침은 귀에 대해서도 강력한 맛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두칸높은걸침은 귀에 대해서도 강력하다
좌하귀 백9 백11이나
우상귀 백13 이하, 어느 것이나 강력한 수습의 맥이다.
자, 그러면 黑은 어떻게 대처하느냐?
답은 없다.
그냥 변과 중앙을 중심으로 두어갈 밖에 - 4점 접바둑이라면.
다행히 두칸높은걸침을 잘 소화할 수 있는 上手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급이어야 한다.
하하. 무책임하다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 上手는 실제로 두칸높은걸침을 잘 활용하기 힘든 실력들이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두칸높은걸침을 오청원 선생이 애용한다고 해서, 그 수가 꼭 좋다고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분의 취향인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 수법의 이치를 약간 말씀드린 것뿐이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슈사이 명인의 바둑에서도 두칸높은걸침은 없지 않았던가.
넉넉한 자료가 있으면 좋으련만 찾기가 만만치 않다. 별로 없다.
여하튼 나의 지침은 이렇다.
귀를 무겁게 여기지 말자.
슈사쿠의 석점 시절
슈사쿠의 석점 시절, 그러니까 만 10살 무렵의 바둑 하나 감상하자.
우상귀 흑4 지킴은 귀를 중시하는 것만이 아니다. 상변 백의 엷음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 다음 진행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흑20 이하 흑28까지 훌륭한 안목.
하변의 싸움에서 보듯이, 우하귀의 위축을 겁내지 않는다.
이 바둑에서 흠이 있다면, 흑96.
흑104 자리에 지킬 곳이다. 백99를 맞아 곤란하다.
그러나 그 후 이끌어가는 힘을 보면, 반상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상귀 패 과정을 보면, 이미 수읽기가 어느 수준에 왔는지가 짐작된다. 이창호 九段의 바둑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아니, 시간적으로는 그 반대인가.
이런 바둑은 반복해서 복기하면 그것으로 크게 배울 수 있다. 재능은 억지로 만들기 힘든 것. 마찬가지로, 흡수하려면 잘 씹어야 하는 것. 잘 씹어 삼키려면 감상이 좋은 방법. 수법에만 치우쳐서 수단에 관심을 기울이면 약간 아쉽다.
下手에 대한 지침 끝에 슈사쿠의 바둑을 드리게 된 것은 행운이다.
辰時가 다가온다.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껏 잘 몰랐는데 감상하는 바둑은 따로 있는 듯하다. 그런 바둑에 대해서 언젠가 한 번 생각하고 싶은, 그런 고마운 바둑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감상함으로써 족한 바둑. 감상함으로써 젖어드는 바둑. 그런 바둑은 다른 바둑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전문가가 아니어도, 나직하고 그윽한 선율로 나를 깊은 시간으로 잠기게 하는 그런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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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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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훤애비 |
｜ 2005-10-08 오후 11:2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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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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