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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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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바둑의 하나 둘 - 어지러운 반상 - 이기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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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8월 31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어지러운 반상 - 이기고자 한다면
오후 3시 29분.
오랜 만의 오후.
오늘 오후는 여름의 긴 자락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잘 보여준다. 9월이 오기 전의 8월이라 그러한가.
오후의 긴 휴식을 접바둑에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프리랜서의 일상. 나는 프로지만 프리랜서와 다를 바 없다.
힘바둑을 자신 있게 두어가야 한다. 그리 말했었다.
이기기 위해서다.
승부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 바둑 둘 수 있는가?
승부를 염두에 둔다면, 다음과 같은 응수타진이 필요하다. 그런 말씀을 어디선가 들었다.
응수타진을 해야
우상귀 백3 백5가 응수타진으로써 아주 쓸 만한 수법이다.
흑6을 두어온다면 흑이 책을 본 것으로 알아도 될 것이며,
좌하귀 흑12를 둔다면 책을 보지 않았다고 판단해도 될 것이다.
응수타진을 해서 무엇을 알고 싶은가.
하나는, 흑의 실력이요, 다른 하나는 기풍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배짱이다.
바둑의 승부는 실력에 따라 정해지지만, 운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의 기풍을 알면 보다 유리하게 수순을 이끌 수 있다. 배짱도 중요하다. 한 판의 승부에 얼마나 큰 대가가 걸렸는지에 그 배짱도 달렸겠지만, 내기 바둑이든 아니든 위축된 수를 두어서 이길 수 있는 바둑은 거의 없다. 그리 본다.
그러므로 호선 바둑에서 두는 그러한 정직한 행마는 할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추어서 두어야 한다. 약간 비끼는 행마도 필요하다.
오청원 선생의 4점 바둑을 하나 보자.
비끼는 행마도 해야
백9가 바로 비끼는 행마다. 호선 바둑에서도 둘 수 있다.
그 전에, 백1과 백3 두칸높은걸침은 발빠른 기풍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접바둑에서 上手가 둘 만한 수법이라고 본다.
백19. 급소. 급소는 던져두고 싶은 것. 그 다음 흑의 응수에 따라 달리 변화하고 싶은 것. 그것이 리듬이겠다.
백35는 호선 바둑이라고 급소로 두고 싶다.
어딘가 모르게 흑의 행마가 넉점 실력은 아님을 말해준다.
그러나 백의 가벼운 변신, 그것은 프로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도 분명하다.
프로 중에서 접바둑에 특히 뛰어난 분이 있는데, 그 분 접바둑을 내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여하튼, 이기고자 한다면 - 가볍게 그저 한 판 두어드리자,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반상을 어지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上手에게 반상이 넓어진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초반에 상대의 수준을 알아 두어야 한다.
두텁게 두는 상대에게 어지러운 바둑을 구사한다? 그건 좀 생각해 볼 일이다.
下手가 두터운 기풍이라면, 먼 거리의 바둑을 마음에 먹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가서 한 집만 이기겠다, 그리 맘 먹는 게 좋다. 두터운 바둑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
죠와 명인의 말씀이 하나 떠오르는데,
바둑의 수업에 있어 첫 번째를,
50手 언저리에서 승부를 보는 눈을 갖는 것을 第一로 한다.
그런 말씀이 있었다.
과연 대단한 안목!
승부를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접바둑에서도 그러면 좋으리.
만약 이겨야만 하는 것이라면.
친구와 가볍게 둘 때와,
오기로 이 판 이겨야겠다, 라고 맘을 먹을 때는
엄연히 다른 것.
첫 수부터 냉정하게 한 판을 찌르듯이 볼 일이다. 상대를 알고 둘 일이다.
궤계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바둑에 속임수는 없다.
상대에 따라 나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은 있다.
上手는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다.
꼭 이겨야 하는가? 그 승부의 크기에 따라 자신의 맘이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그 맘을 반상에 구현하려고 할 때, 소위 약간 비트는 행마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도 초반에 응수타진을 해서 상대를 알고 난 다음에 하도록 하자.
아쉽긴 하다. 내 아마추어일 때, 프로일 때도, 내기바둑 한 판 두어보지 못했으니. 해보았으면 좀더 좋은 지침 드릴 수 있을 터인데.
물론 내기바둑이 오기 서린 바둑보다 승부의 크기가 더 큰 것은 아니다. 가까운 친구와 두어도 승부의 크기는 얼마든지 클 수 있는 것이다. 하긴 바둑만 그러랴.
오후 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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