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유월이면 향기도 나지 않는 국화(菊花)가
온 산을 덮고 가득 피어나는 곳이 있다.

힘든 일은 타는 가슴에 모두 묻어 숯을 만들던 내 어머니처럼...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어찌 다 만날 수야 있으랴

해지면 물레방아 간에서 치마 들 추고 기다리는 향단이 만나러 ...

순한 양의 탈을 쓴 이리!! 그들의 이름은 여자 였던 것이다

닭장엔 항시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즐겼다

머리 벗겨지게 날 뜨거운 걸 보니 복(伏)날이 성큼 거리며 곧 돌아 올 것이다

양은 냄비를 칼끝으로 좍좍 긁어댈 때 나는 온 몸의 소름을 쪽쪽 돋게 하는

몸서리를 동반하게 만드는 앙칼지게 째지는 금속성의 그 소리보다 ...

그리움의 끄나풀 될 좋은 기억 혹여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