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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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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때 기사실 풍경 [2]
무더운 여름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런 날 기사들은 어찌 견디나? 예선 날 오후 1시. 4층 기사실. 에어콘만으로는 가셔지기 힘든 더위. 너댓은 컴퓨터에 눈을 모으고 일고여덟은 가볍게 검토하는데, 조혜연 5단과 서봉수 9단이 큰 웃음을 터뜨리다. 시끌법적하다가 2시 5분 전엔 모두가 떠나다. 2시 5분 전. 1층. 부채에 쓰인 글을 감상...[2004.08.10 조회수7230 ]
자충, 프로도 넘어야 할 인식론적 장애 
“검토실은 침묵! 침묵! 두 대국자는 복기도 잊었습니다. 침묵! 웬 멘트일까. 다름 아닌 월요일 이창호 9단(흑)과 이세돌 9단의 제38기 왕위전 도전 3국의 마지막 해설 멘트였다. 반집이 이창호 9단에게 기울어져 있던 국면. 그러나 5시 48분을 막 지나는 순간 승부는 역전되었다. showgibo('040803-oromoon.n...[2004.08.03 조회수6822 ]
병상일기의 흑과 백 [1]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 만에 주변에 알리지도 않고 떠난 길. 홀로 누워 지내는 밤. 급성 편도선염이라던가. 병상에서는 갖은 호사를 다 누려야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플 때 돈 쓰지 않고 언제 쓸 것인가. 아플 때 홀로 지내지 않고 언제 홀로 지내 볼 것인가. 아플 때 떠나지 않고 언제 떠나 볼 것인가. 그래, 삼성병원 1인실에서 휴식을 푹 취했다. 부...[2004.07.27 조회수6220 ]
혁명정석과 반상의 평준화 
1957년 2월 20일 누군가 외쳤다. 오청원이 정석을 틀렸다! 기보를 보자. 좌상귀 백6. 그때까지는 A 바깥으로 미는 것이 정석. 그러나 오청원은 백6을 두었고 주위는 놀랐다. 소위 20세기 혁명정석의 탄생. 포석을 바꿔버린 눈사태정석. 흑의 2연성 포석을 그 후 20년 간은 둘 수 없게 만든 정석. 그것이 좌상귀 백6으로 그 영향은 20세기 바둑의 한...[2004.07.20 조회수6226 ]
바둑의 눈금을 읽고 [6]
깨끗한 글을 읽었다. 월간 바둑 7월호에 실린 강병원 님의 글. “중국룰, 합리적인가?” 프로지만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해주신 그 분께 감사 드리면서 말씀의 일부를 옮기겠다. showgibo('040713-oromoon.ntf',350,'left');간추리면 - 중국룰에 의한 계가결과는 그 값이 -3, -1, 1, 3,…로...[2004.07.13 조회수6090 ]
루이가 놀랐을 포석의 예상 [6]
이민진 3단이 루이 9단을 이겼다. 뉴스가 되는가. 안 된다. 여류들의 실력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고 루이도 예전 같지 않다. 아니다. 뉴스가 된다. 루이가 누구인가. 조훈현을 이겨서 국수의 이름을 안아보았고, 이창호에게 5승2패의 전적을 가진 기사. 어찌 뉴스가 안 되겠는가. 이 3단의 국후담이 흥미롭다. 대국에 임하면서 특별히 마음먹고 나온 것...[2004.07.06 조회수7853 ]
화석(化石) 속의 초읽기 [4]
나는 기보를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보는 습관이 있다. 매일 매일 약간씩 들여다보는 것은 인내를 요한다. 그래, 오늘 모아 보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그만 다음 기보를 봤다. 뜨거운 바람이 가슴을 훅 훑고 지나갔다. showgibo('040629-oromoon.ntf',350,'left');지난 6월 15일 안조영 8단...[2004.06.29 조회수5969 ]
수평선이 잘릴 때 [2]
바다를 보았다. 눈이 끝갈 데 없을 때 닿는 건 먼 하늘과 바다를 잇는 선분(線分), 선분. 산을 보았다. 어리는 건 능선과 하늘의 만남, 만남. 차창(車窓) 밖을 보았다. 넘실거리는 대지에 산과 강. 잡히는 건 2차원 평면으로 잘 잘려진 마분지. 밤 열차 가는 곳에 드러나는 건 어둠 속에 먹힌 윤곽, 윤곽들. 그래서 말했을까.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2004.06.22 조회수6084 ]
잉크병이 쏟아졌을까 [5]
2004년 6월 5일 저녁 6시 43분 중국 북경. 1940년 12월 늦은 밤 일본 가마쿠라(鎌倉). 6시 45분의 나는 여기에 앉아 글을 쓴다. 북경의 저 4단젖힘을 보고. 1939년 7월 28일에 시작한 기타니와 오청원의 치수고치기 10번기는 그 이듬해 10월 기타니가 1승 5패를 기록하면서 치수가 호선(互先)에서 선상선(先相先)으로 ...[2004.06.17 조회수6598 ]
이세돌과의 쾌활한 한 때 [3]
우연히 청년 이세돌을 만났다. 검고 깊은 눈. 선이 굵고도 고운 코와 입술. 하얀 얼굴에 명암을 주는 까맣게 윤기나는 장발. 만나면 묻게 된다. 무엇이든 묻게 된다. 언제나 답이 소탈했으니까. 지난 5월 23일 바둑 어땠어? 아, 그거요. 한집반 아니면 반집 이긴다고 보았는데, 그래서 백1로 두었는데 마지막 공배를 흑6이 메우니까 좀 뜨끔하던데요. ...[2004.06.15 조회수7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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