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끄트머리에서 할일이 없었다.
눈 뜨면 읽었다.
'시여 침을 뱉어라''달나라에서의 장난''거대한뿌리''바다로 가는 자전거''철학이란 무엇인가''시란 무엇인가''제3의 물결''만다라'내가 울던13월의 바람이여''탈무드''삼국지''불교유신론''부초'
이미 읽었던 처음이던 가릴것이 없었다.
해동이 되고 다시 봄이 왔따.
할일 없는 백수가 할일은 걷는것은 할수 있을것 같았따.
남보기에도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따.
"동해바닷가물을 서해바다에 시집 보내주자"
경비 조달은?
다음날부터 노동현장을 찾았따.
뒷동네에서는 수도관매립공사가 한창 이었따.
포크레인이 못 들어가는 골목길때문에 인력이 필요한단다.
깊이 1. 3 미터 깊이로 파면 미터당 1만 3천원씩 준단다.
이런 장땡 일거리를 ''
하루 10미터 판다면 십삼만원이라는 거금을''
다음날부터 일하기로 하고 현장에 나갔따.
죽어라 파기 시작했따.
점심 먹을때까지도 자신 있었따.
어느덧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다.
길이를 재어보니 약 7미터 정도다''
깊이도 조금 손보면 합격이란다.
약속한 금원 9만1천원주기 뭐 하였는지 십만원을 주었따.
그러고는 저녁이나 먹으러 가잔다.
간단한 안주에 한잔 하면서 "내일아침이면 온몸이 쑤실터이니 그래도 참고 나오세요"란다.
이른아침 정말 죽을 맛이다.
종일 곡괭이질에 삽질을 하였건만 허벅지 근육이 제일 쑤신다.
끙차!!힘내어 일어 났다.
오전내내 끙끙거리자 경험 있으신분들이 참고 견디면 점심이후부터는 좋아 진단다.
하루해도 넘어가는 저녁''
이럴수가 어제의 1/2수준이다.
그제서야 책임자가 웃는다.
실망하지 말고 "그냥 일하고 싶은날까지 일당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일종의 일당스카웃 제의다.
그팀들 따라서 청량리,중화동등 두어달 공사장 돌고나니 제법 큰돈이 모였따.
장비부터 사 들였따.
무겁던 군용 A텐트부터 교체했따.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던 비박용 침낭커버(고아텍스)도 구하였따.
잡다한 물품을 더구입하여 베낭을 꾸린후 내방에 단단히 숨겨놓았다 .
드디어
D데이다.
"엄마 목욕 좀 다녀 올께요"
슬리퍼에 츄리닝 바람으로 비누를 말아쥔 수건을 보고
"그래 얼른 다녀와라 곧 점심 먹게"라시며 부억에서 엄마의 허락이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이미 창을 통하여 밖으로 던져 놓았던 베낭을 들고 큰길로 나와 바로 택시에 올랐다.
미주상가내 단골 커피숖에 들려 베낭에 준비된 옷과 신발을 갈아 신고 갈아입은 옷과 슬리퍼와 함께 미리 준비 해뒀던 장문의 편지봉투를 꾸러미에 넣으면서 아가씨에게 전화번호를 주면서 부탁했다.
8시쯤 전화하라고''
몇명친구들을 만나다가 청량리에서 7시에 완행 열차에 올랐따.
새벽 여명이 틀때면 동해바닷가를 달리는 열차
경치에 취하여 정동진은 이미 지나고''
바다가 숨엇다가 나타나고''또 숨고
기차와 숨바꼭질을 즐긴다.
한적한 곳을 찾아 무작정 내린다.
준비해간 병에 동해물을 담았따.
바로 떠나 대관령을 넘도록 길을 잡았따.
속초온천(요즘은 그나마 유명)근처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 먹었따.
따스한 봄 햇살에 한숨 자고 싶다.
자리를 박차야 한다.
첫시작부터 게으름과의 전쟁이다.
걷자
또 걷자
서해바다물에 동해물을 시집 보낼때까지 걷자.
그리고
다시 동해물을 서해에 장가보내주자.
과연 내가 한반도를 왕복 횡단할수 있을까''걱정이다.
바닷가를 다시 찾았다.
에지간한 바다는 온통 철조망에 가려 있다.
아야진포구에 들렸따.
나와 타인을 합하여 나와 너''
하여튼 이런 뜻의 이름이란다.
허름한 포구다.
허긴 (1980년대 초반까지 허름하지 않은것이 어디있었냐만'')
(오후즈음에 이어서)
인천갈만 조금 무서운척 해주지''
동서를 횡단중이라니 다들 배부르단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검문도 심하니 집으로 돌아 가란다.
내일 서울 볼일 보러 가는길에 태워 주시겠단다.
꼭 성공하고 싶다고 고집을 피우자
하룻밤 유할곳이나 있냐며 걱정하신다.
바닷가에서 비박 할 준비 해왔다고 하자''
저녁이나 먹자며 저녁을 사주신후
일단 가자며 바닷가 군인초소와 조금 떨어진곳에 자리를 잡아 주셨다.
(나중에 찾아가보니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쓰이고 있었따)
물론 무전여행중인 학생이니 잘 돌보아주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올 여행한다는 핑계로 집나와서는 두번째 밤이다.
첫밤은 기차에서 보냈으니 두번째 밤인셈이다.
두려움
잠이 들만하면 보초교대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피곤하여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따.
앞으로의 진행 될 상상을 하며 얼핏 잠이 들었다.
학생~학생~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침낭을 열고 나왔다.
온통 바다가 붉은 빛이다.
초소에서 일출구경하라고 깨워 준것이 었따.
씨부나이또들 몇살 차이 난다고 학생이래 물론 속으로다.
주전에서 보던 일출과는 맛이 또 다르다.
좀더 붉다고 할까''
멍하니 해를 바라 보았따.
뭐라고 나에게 질책하는것 같따.
젊음은 항시 있는것이 아니라고 꾸지람 한다.
무엇보다 소변이 급하다.
바닷가 철망 사이로 오줌을 내깔렸다.
시원함과 동시에 알지못할 슬픔이 밀려온다.
어느덧 눈물을 찔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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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