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온천천 강가의 갈대는 머리를 숙이고 있고,
길가의 벗나무들은 얼룩덜룩한 색으로 말라가고 있다.
이제 내나이 오십
내 나이 스물에는 오십쯤 되면 제법 괜찮은 집에서 꽤 괜찮은 차를 갖고
말썽피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일년에 서너번은 여행도 다니는 그런 꿈을 꿈꾸고 있었지만
이제 오십이 되니 남은 세월을 어덯게 견딜까? 하는 걱정만 앞선다.
남들만큼 공부도 했고, 남들만큼 열심히도 살았고,
뭐든지 잘하지는 못했어도, 모자라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성격이 모질어서 남들에게 미움을 산 일도 없는 데
다른 이들은 이제 남은 시간들은 축복이라고 하는 데
나는 왜 남은 시간이 험난하게만 느껴질까?
다시금 내 나이 육십을 희망 삼아야 하는가?
온천천의 벗꽃처럼 그렇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말라가야만 하는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과연 언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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