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모래밭에 자리 잡고 앉았따.
물끄러미 처다본 바다는 참으로 넓었따.
메고온 배낭에서 항시 나와 동행을 꺼리지않던 소주에게 바다를 보여 주었따.
소주가 추워 하는것 같아 내 뱃속으로 이주시켰따.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있는 모든것이 안주가 되어 준다. 
해가 어느덧 지고
어둠이 슬금슬금 몰려 올때까지 소주잔 기울이기에 바빴따.
바닷가에서 놀던 아이들도 어느덧 사라지고''
옆의 초소에 병사들의 근무교대 마치도록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등으로 내 딴에는 심각한고민에 빠져있었따.

저 멀리서 불빛이 움직이더니''
"뭐 하는 양반이슈?"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분의 느닷없는 물음에
"여행중입니다"라는 말이 툭튀어 나왔따.
"이동네는 민박집도 없고 경치도 별것없는지라''여행지로는 별로인지 별양반일세''
'
'
동네 아저씨의 안내로 국민학교(분교)사택에 신세를 지게 되었따.
분교장님이 틈틈이 농사를 짓는다고''
일손이 달리실거라고''
외상하숙생 겸  머슴살이(?)가 시작 되었따.
등따습고 배부르고 ''바다 싫도록 볼수 있고''

일단 급한 일 없으니 며칠 쉬었다가 일 좀 거들수 있슴 거들라신다.
산아래 있는 밭에 마늘을 잔뜩 심어 놓으셨단다.
지금도 아릿한 추억의 소녀에게 전화 연락을 했따.
물론 어느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따.

왠걸
3일후인가 한무더기의 친구들이 들이 닥쳤따.
사모님은 머슴(?)의 친구들도 손님이라며
지금은 그런대로 대접 받지만 당시에는 버리다시피하던 '쥐치''잡어'등을 한양동이 사오셨따.

'쥐치'주둥이주변에 날카로운 뿔이 달려 있어 껍질 벗길시 조심해야 한다.
밤새 술에 취기는 오르고 술은 남아 안주로 생선포 뜨기 귀찬으면 '새꼬시'처럼 난도질해서 먹기도 했다.
2~3일후 몇놈은 서울로 가고 나와 한놈이 더 남기로 했따.
주전에서의 최고는 밤새 술마시다가 동틀때 맞춰서 해맞이 하면서 오줌 싸기다.
스무살무렵이라 가능했으리라''
요즘은 몇잔 마시도 졸리우니''밤을 새우면서까지 술마셨다는것이 미친짓으로만 생각된다.

     (인천갈님 땜시 잠시라카기도 겁난다)

 해안가이다 보니 마늘이 잘된단다.
겨울이라 파종한 씨마늘이 얼지 않도록 짚을 덮었다.
분교장님(호칭은 작은아버지로 얼마후 바꿨따)께 톱밥을 덮으면 어떨까''하고 건의했따.
.
.
좋겠다는 허락을 얻어
현대목재에서 5t차 한대분량 얻어 왔따.
비료포대에 담아 밭으로 매일 날라 덮는기 일이었따.

술을 마시다가도 기분 나면 새벽에도 톱밥을 나르기도 했다.
사택으로 소개했던 동네 아저씨의 소개로 오후 몇시간은 동네 아이들 공부도 봐주기로 했따.
국민학교 고학년 아이들 산수를 주로 돌보아 준것 같다.
순박한 아이들이라 잘 따라주었따.

바닷가에서 갯지렁이 잡아 고기잡이(낚시)를 배우기도 했따.
털이 달렸다고 표현해야 될까''
처음보는 갯지렁이는 참으로 징그럽고도 길었따.

날씨가 좋은날
바닷가에서
낚시대를 던져놓고 바닷가에서 산수과목중 모르는문제의 원리에 대하여 일대일로 설명해주고''
오전과 오후 나머지 시간에는 잡다한 일을 하며''
물론 저녁후 밤을 새다시피 술로 보내다가 해가 물위로 고개를 내밀기전 붉은 빛을 내뿜을 시간까지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기만한'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인간일까?'
'참인간은 무엇일까?'등등으로
친구놈과 밤을 새우며 고민했었따. 

울산 방어진에서 주전바닷가로 넘는고개가 참으로 길고 높다.
당시에는 비포장으로서 가끔 시골버스나 몇대 다녔다.
동네 아이들 몇몇이 가재 잡으러 갔다가 실종신고와 현상금까지 걸렸던''나물캐러 갔던 할머니의 신고로 찾게된''최후까지 가재 몇토막은 아껴 놓았던''하여간 나중에 신문에 크게 보도된 사건의 산등성이 고개다.

 아마도 내가 주전을 떠나온날이 12월 11일 일것이다..

엄마가 많이 아프시다며 전화를 하셨다.
엄마는 슬프게도 우셨따.
막내 니가 보고싶다고''

아무리 내소식을 수소문해봐도 알수가 없어 소문으로만 알던 ''
아들이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를 만나러 무작정 용답동으로 가셨나보다.
그여학생에게서 들었다며 나중에 성질 부리지 말라신다.
엄마와 한동안 말씀을 나누시던 작은 아버지(분교장)는 일단 집에 들어 가라신다.
다시 오고 싶으면 올수 있지 않으냐시면서 일단 엄마에게 무사하다고 얼굴은 보이고 오라신다.
작은어머니(분교장사모님)은 서둘러 시내로 나가셨따.
오랫만에 작은아버지까지 밤을 새다시피 술을 마신것이 마지막''
시내나가 목욕하고 새옷으로 갈아입고 깔끔히 들어 가라신다.
옷 두벌(청바지와 티셔츠)과 얼마간의 금전을 주셨다.
아!새벽 여명을 바닷가 돌담에 쉬를 하며 마지막으로 보았따.

 아침
주전바닷가 아쉬워 그크고 긴 고개를 걸어서 다시 넘었다.
고개마루에서 한참을 내려다 보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겼따.
부산으로 가서 친구놈을 잠시 만나고 서울역에 내려보니 서울시내에 탱크가 있었으니
아마 12.12사태 전후에야 서울로 돌아온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