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토요일에는 오랫만에 종로통을 나갔따.

 나는 어쩌다 보니 풍이라는 몹쓸 병에게 일찍 침범당했따.
매주 산행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것 보다는 매주 동일 코스로, 동일 시간내 주파가 목표다.
이번주는 10여분 정도가 더 걸린듯하다.
속으로 생각한다.
술,담배가 과했나''이번주는 좀 줄일까''

이미 몇주전부터 오로인 몇분과 한잔 할겸 약속이 되었었따.
주마다의 산행이 나에게는 종교 의식이다.
누가 뭐라해도 토요일은 산행을 마쳐야 한주를 보낸것이다.
마나님은 일요일 산행을 간다.
원거리 산행이라 새벽 일찍 나설뿐만 아니라 늦은밤 귀가가 보통이다.

우리집은 주말만큼은 남편이 하루 전업주부가 된다.
맞벌이를 하면서 주말 마저도 마나님에게 주부일만 하라는것은 부당한것 같아 내 스스로 자청한 일이다.
주로 토요일은 마나님이 그간 밀렸던 살림을 보충하고,나는 거창하니 전업주부랄것도 없이 일요일 청소와 밥당번 정도다 아이들 마저 없는 날은 그냥 두끼 사먹고 말기도 하고 아이들이 있는 날에도 귀찬으면
"우리 오늘 외식하자"며 점심은 자장면집으로,저녁은 순대꾹 집으로 데리고 나가기도 한다.

종로통 이야기가 ''
오랫만에 나간터라 필자의 정말 오랜친구를 만나 보기로 했따.
속칭 시계골목 예지동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다.
간날이 장날이라고''
그놈은 일찌감치 광장시장에서 거래처분들과 인삼막걸리집에 있딴다.

순대.머리고기 몇점과 인삼막걸리''
잠시후 옆자리에 아주머니 두분이 순대 한접시 드시고 갔었따.
내친구놈이
"배추야~좀전에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 손 봤냐?"
"남의 마나님들 손 볼 틈이 어딨냐 막걸리 마시기도 바뻐!!"

다이아 반지가 케럿짜리 박혔더라란다.
비닐 카바에 이불 두어점 사서 들고 가는 아주머니들''
아주머니 치장품을 환산하면 20,000,000원 이상이란다.

그래도 좀 더 저렴하고 좋은 물건 고르기 위하여 시장통을 뒤지고 다니다가 좌판에서 순대 한접시를 드신듯하다.

    (잠시)

사실 이친구와는 중학시절부터 친구다.
참으로 니꺼 내꺼 없이 자랐다.
친구집에서 자고 학교 가던날 친구가 공납금 타면 "아버지 저도 주세요!!"
뻔뻔스럽게 같이 타다 내고 다음날 집에 들려 가져다 드리기도 했따.

지금도 그친구네 집에서는 내가 둘째라고 인정하기도 한다.
동생들이나 형님이나 친형제같이 지낸다.
그놈이 27즈음 빙폭타다가 떨어져 약 한달간 병원 생활 할때도 병실을 지키기도 했따.
그 이후 가까운 친구들은 암벽,빙폭을 모두 두려워 한다.

그저 뚜벅이나 하기로 했다.
선인봉 아래 7야영장에서 젊은시절 한때를 보내기도 했었으니''

어른이 막 되어가면서도 항시 보고싶다.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친한놈이 있는가보다.
그친구와 술을 마시면 모르는 이들이 보면''
큰싸움한줄 안다.
하도 오랜친구라 몇마디 말로 인사 다하고 그저 술잔만 비우기 때문일것이다.
단답으로 모든 대화가 다 된다.
"엄마 건강하시지?"
'
'
"철원 가 계셔!!"

엄마 친정이 철원이라 며칠 놀러 가셨다는 말이다.
그러고는 몇잔 털어 넣고''

"청송 다녀왔냐?"
'
'
"동윤이 잘 있더라"
고향 다녀오는 길에 또 다른 친구도 보고 왔다는 나의 대답이다.
그러고는 몇잔 털어 넣고''

"큰애는 합격했어?"
'
'
"9일 발표난대"
그러고는 몇잔 털어 넣고''

"나 약속 있어 간다!"
'
'
"그래 잔비우고 일어나자"
마지막 잔비우고 헤어져 각자 일을 다시 할뿐이다.

그래도 나는 그친구가 제일 좋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빨리 알아 들어주고,하기 싫은말 더듬으면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릴줄 아는 내친구를 오랫만에 만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