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운 속임수를 꿈꾸며 산다.

풀잎은 초록빛으로 말하고 꽃은 향기와 색채로 말하고

강물은 넘실거리는 몸짓으로 말하고 달과 별은 내가 볼 수 있는 빛으로 말하고

흰구름은 포근함으로 말한다고 하면서 살고 있다.

나는 나의 바둑을 무엇으로 말하고 있을까?

앙징맞은 말과 잔잔한 들꽃같은 말을 많이 하고 싶은데

내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 줄 말이 별로 없다.

투명한 이슬같은 말이 나도 모르게 하고 싶어질 때면

내 마음속에는 나도 모르는 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내 마음속의 나는

설레이는 봄바람같은 것도 아니고

소리없이 내려오는 이슬비같은 것도 아니고

북극 밤하늘의 오로라빛 같은 것도 아니고

바람따라 피고지는 하늘꽃, 꽃구름도 아니지만

나는 이 모두가 되고 싶은 아름다운 속임수에 강한 내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

운좋게 갈대꽃이 피어나는 아리수 강가를 미래에서 온 유씨부인처럼 걸어가 보았다.

아리수 강가의 나무에 맺혀있는 보라빛 열매들을 보았다.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아주 작은 열매들이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었다. 이름모를 나무의 가을 악세사리 같았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다볼 수 있는 행운의 길잡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보랏빛 열매송이들이 나뭇가지에서 마주보기 하며 줄줄이 붙어있었는데...저 보랏빛 열매로부터

빠져나온 아름다운 영혼이 있다면 분명히 가을천사이며 그 열매는 가을천사의 귀여운 집이리라

생각했다.

똑! 똑! 가을천사님 계신가요?

집구경 좀 할게요.

하였는데 아무 응답이 없었다.

신난다 악당이 되어 가을천사의 집 보랏빛 열매 두 송이를 따보았다.

힘없이 사르르 하나하나 바서져 내렸다.

바둑판 위에서...

2007년 9월 30일 일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내가 만족하는 바둑급수를 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