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여기 머물어야지

 갈색 안개 피어나는 쓸쓸한 호수

 하얀 날갯짓에 물결을 찢던

 백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하얀 머리칼은 가을바람에 나부끼고

 내 굽은 허리 위론 황혼이 굴러 떨어져도,

 나는 언제까지 여기 남아

 저 장엄한 비애를 말해줘야지.

 일체의 조화 속에 보이지 않는 스스로를 시현하시는 주여!

 당신이 행하시는 이적이란

 오늘도 어둠 속에 별이 빛나고, 그 빛이 꺼져가듯

 언젠가 이 생명 거두어가시리라는 약속된 사실이니,

 그래, 나는 여기 머물어야지

 갈색 안개 피어나는 쓸쓸한 호수

 하얀 날갯짓에 물결을 찢던

 백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