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論함

김태진

드넓은 광야(曠野) 향한

흑백 두필의 말들

출발선상 가다듬는 심호흡

기수들의 비장한 눈빛

목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반상(盤上)의 흑백은  초반 귀의 탐색

진영(陣營) 배치의 포석전(布石戰)을 거쳐

순간순간 경주용 자동차가 되고

전장터의 피 튀기는 칼부림으로

때로는 유유자적한 강태공의 무한한 기다림이 되어

반상을 오묘하게 수놓는다

중원(中原) 공략의 중반전(中盤戰)

종반 대단원의 막을 위한 섬세한 끝내기

아! 드디어 종착지, 종국(終局)인가?

승패는 결정되었다

미세한 반집의 숨가뿐 호흡

중도 탈락한 기수의 허탈한 한숨소리

치열한 전투 끝에 쾌승을 거둔 전사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비정한 승부세계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비굴한 패자의 변명보다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정진하는 것이

진정한 애기가(愛棋家)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