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즈벡 사마르칸트 의료봉사 고려인교회에서 2007/1
병원일기34, 인간의 지혜
5개월된 환아 재호 는 소란끝에 예정된 이식수술은 미루게되엇다.
1%라는 가능성에 동의서 작성을 주저하던 할머니,
살려달라며 수술을 해달라고 절규하던 젊은엄마!
상태는 계속 급속도로 나빠져 수술을 감당할만한 상태도 못된다는 판단과 연이틀을 CPR(심폐소생술)방송과 관련 스탭 수십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너(기증자)인 아빠는 스트레칭카트(이송용 경침대)에 누워 재호 를 발치에서 바라보고있다.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며 결정을 못하던 할아버지는 역시 근심속에 몰려선 스탭들 뒤에서 안타까운 얼굴로 쳐다보고만 잇었다.
쓰러지듯 절규하며 울부짖던 젊은어미 는 다른가족들에게 제지당한채 상담실 작은 방안에 갇혀있엇다.
PICU 소아중환자실 은 어린이 병동답게 평소 밝고 동요노랫소리와 아가들의 울음으로 여느 중환자병동 보다는 평화로운 분위기엿엇는데 지금은 살벌한 야전외과수술장 같다.
그와중에도 다른 중환들의 일상은 반복된다.
몇년째인가 누워있는 NR의 젊은 환자. 거의 식물인간수준이다. 내가 근무한지도 7년차인데 말하는 것을 본적이 아직 한번도 없으니..
9세의 이삭, 목에 삽관을 하여 연결된 자바라 로 산소호흡을 하는모습만 남다를뿐 그다지 중환같지 않아 보이고 곧잘 그림책과 동요 티비만화를 보던 이삭은 갑자기 갓다. 소아백혈병 이엇다는..
오랜 중환자실 생활로 바깥 보호자 대기실에서 신입환자 보호자들의 상담역을 하시던 모친의 역할도 이제는 마치셧군!
조용한 몸짓과 항상 밝은미소속의 너스 들은 소란 속에서도 각자의 임무에 매끄러운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상태가 호전되어 침대를 비워주려 일반소아병동으로 이송가는 환아의 어미는 소란의 뒤편에서 너스들의 인수인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있다. 대여섯살의 어린 남아, 환아의 오빠는 주변에 아랑곳하지않고 부산하게 망둥이처럼 날뛴다. 신생아용 카트속의 아기얼굴을 슬쩍 찔르기도 하고 카트에 올라타고 밀고 천방지축이다.
"어머 혈변이네요~" 기저귀를 갈던 어미 는 놀라 너스에게 어필하려한다. "이상이 있는건 아니에요. 좋아지고 잇어요. 아직 조금 그래요~" 너스는 침착하게 달래는데 신뢰를 주는 전문가의 편안한 모습이다.
수많은 돌발상황에 그리도 잘 대처하는 너스들과 헤드너스.
지천명에 인생을 많이 겪어보앗다고 자만하던 나보다 젊은너스들의 모습은 어찌도 그리 훌륭하고 아름다운지 배움엔 끝이 없음을 다시한번 느끼게된다.
few days later:
33편 주인공 환아 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둘러본다.
가슴높이로 올려 고정된 중환자실 대형침대에 투석기 와 벤틸레이터(산소호흡기) 를 단채 수십가닥의 라인에 둘러사여 있는 환아는 이미 이식수술은 한후의 모습이다. 격리실 창속으로 보이는 두자도 안될듯한 조그만 모습의 새까만 얼굴에 닫히지 않은 눈꺼풀속의 눈 은 초점을 잃은상태인듯하다.
"아기 상태가 어때요?"
"안좋아요~" 너스는 답한다.
에리베이터 앞에서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장기기증자의 생경한 고통을 보여주는 모습의 꾸부정한 아빠 와 팔을끼고 부축하는 자세의 젊은 여인의 모습. 절규하던 울부짖던 모습과는 달리 되찾은 평소의 모습인지 단호한 모습의 젊은 여인은 화장도 안하고 꾸미지도 않앗지만 아름다웟을 얼굴이다.
저편 대기실앞의 시모 는 계속 근심어린 표정이다.
묵묵부언 의 솔로몬과 같이..
심장감염으로 수술후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미군 탱크부대 사병의 면회를 온 부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달에 카츄사 입대를 앞둔 아들이 걱정되어..
가족의 사랑!
부모의 사랑!
인간의 사랑!
점심때 지나치던 격리실 창속으로
젊은 어미 는 혼자 마스크 와 비닐방호복을 한채 높은 침대위 환아에게 허리숙여 아기의 손을 잡은채 무엇인가를 예기하는듯하다.
기도를 하는것일까?
부모와 가족 병원 은 할수잇는 모든일을 하였고..
이 세상은 너를 기다린다고~
(34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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