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녀가 떠나고,

그녀를 가슴에 묻고 돌아서던 날.

세상을 등져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 결심을 했다.

이왕이면 서편 하늘이 더욱 가까이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 저문 곳에 서서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술을 마셨을까.

바다를 마신듯 세상이 파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술병이 취한 손길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에게 국보보다 더 소중한 비자반위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들,

이미 업질러진 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나의 가장 소중한 것에 새겨진 가장 소중한 상처라 자위했다.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나에겐 서편 하늘로 보이곤 했던 서낙동강 건너편 여기 진해 안골로 이사를 한 것이다.

내 이름앞에 붙은 많은 수식어들을 지워버리고,

담배불로 찌진 바둑판을 들쳐메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