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못 둔지가 여러 날 되었다.

게시판 백조가 되고 싶어했던 나의 신념들을 무너 졌다.

바둑 어쩌구 저쩌구 한다고 하여 내가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아니다.

내려 앉는 바둑알을 따라서 내 마음속의 나도 가고 있기에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알은 내려 앉을 때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내 마음속의 나를 항상 데려 갔다.

나에게 보여주어야 할 바둑세상에 대한 그 무엇이

아주 많이 있다는 듯이...

바둑을 잘 두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거나

바둑을 잘 둔다고 말하는 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 글썽이는 여자가 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바둑을 못 둔다냐?

내 머리는 사람의 머리가 아닌가 보다.

사람의 머리가 되기 위해 진화해 가고 있는 지구별 생물체인가 보다.

등등을 생각하다가 대화명을 바꿔가며 바둑을 두었다.

대화명을 바꾸어 둔다고 나의 바둑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둑 못두는 만만한 대화명으로 낙인찍힐까봐

대화명 바꾸어 바둑을 두면 그런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바둑을 둘 수 있었다.

대기실이 그립다.

각종 동우회 마스크 달고 화려하게 올라와 있을 기우님들의 이름과

이마에 리본 달고 있는 예쁜 아바타 얼굴과 둥근거울 들고 윙크하는

깜찍이 아바타 얼굴을 보고 싶다.

엉터리 바둑이지만 바둑알 톡톡해 보고 싶다. 아주 많이 많이...

바둑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하라고 다섯손가락도 다 못채우지만

그래도 바둑을 두고 싶다.

바둑에서 지면 지는대로 이기면 이기는대로 내 마음속의 나를 데려다 줄

 바둑알과 바둑판이 보고 싶다.

내 마음의 벗도 무척 보고 싶다.

나에게 유일하게 안녕^^ 이라고 인사한 벗.

바둑에서 이겼을 때  내가 오로장미꽃을 주었던 단 사람의 벗.

바둑방으로 나를 불러 주었던 유일한 벗.

바둑에서 이기면 오로바둑 입술 그림에 승리의 기쁨 담아 보내 주었던

단 한사람의 벗.

살았는지 죽었는지 깜깜 무소식이 되어버린 벗.

고수이면서 바둑에 대해 아는척도 안했던 벗.

매우 한심한 내 바둑에 대해 침묵을 지켜 주었던 벗.

나처럼 대기실에 접속 못한다고 오로가 아닌 다른 세상으로

떠난 것은 아닌지 무척 궁금하다.

나는 게시판에서 재미보며 대기실 입장할 날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고 있는데

바보같은 벗은 울화통 터지는 마음 이끌고 사석이 되어버린 돌처럼

작별의 강을 건너간 것은 아닌지...

베팅바둑은 두고 있는지...

아니면 쭉쭉 미끄러져서 굴초님처럼 담뱃불로 바둑판 지지고

화풀이 하며 씩씩대고 있는지...

바둑에서 미끄러지며 콰당했다고 담뱃불로 바둑판 지지거나

태울 벗은 아닌데, 별오만 생각을 다해 본다.

지금 바로는 아니어도 언젠가는 나도 바둑을 둘 것이다.

내가 바둑두기 위해 대기실에 입장했을 때 "님은 누구셔여?" 라고

말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벗이랑...

내가 대기실에 입장하여 바둑두고 싶어했던 마음보다 더 많이

나의 대화명이 오로바둑 대기실에서 보여지기를 소망했었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벗이...

게시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나를 보며 잘 지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벗 그대가...

대기실에 입장하게 되면 나는 바둑을 정말로 열심히 잘 둘 것이다.

두 세판 두고나서 바둑판 접는 일 없도록 할 것이다.

하루종일 패만 하는 바둑을 두어도

하늘폭포 물줄기 타고 헤엄치며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바둑을 둘 것이다.

 2007/6/8/금/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