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새는 날이 늘어갑니다.

그러다 안 되겠단 마음에 술기운으로 몇 번 시험을 해 보고 그래도 안되기에 아예 불을 켜고 자리에 앉아 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창문을 열어봤습니다.

혹여 초승달이 있는지 서쪽하늘을 보기도하고, 북두칠성이 보이는지 북녘을 기웃거려도 봅니다.

자다 일어나 피우면 좋지 않다는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백까지 세어볼까, 노래를 들으며 자 볼까, 아님 책을 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저 허공을 지키고 앉았습니다.

혼자 살면서도 씩씩하기만 했던 세월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아픔이 있었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상채기로만 남겨두고 하나씩 둘씩 가슴에 그 아픔을 묻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망각이 바닷가를 거닐던 겨울날 그 차가운 해풍에 서리로 오고,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여름날 그 공백에 소낙비로 내리곤합니다.

집주위로 줄장미가 늘어져 불타는 봄날 차라리 외면하고마는 한숨으로 오고, 가을날 낙엽위에 서면 차라리 태풍이 되고맙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애태우면 그만인 것을 잊지 못하는 그리움은 차라리 지옥이며 형극입니다.

내일도 아마 태연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서겠지요.

안경으로 충혈된 눈을 가리고, 피곤한 모습위에 웃음의 포장을 할 겁니다.
하지만 마음은 봇짐을 지고 정처없는 저 허공을 유영하겠지요.

어쩌면 차라리 울부짖으며 지쳐 잠들고 말던 그 때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사랑은 키우면 꿈이 되지만 그리움은 키우면 공허가 되는 까닭입니다.

봄날의 불면이 잦아들고나면 이제 여름날 나는 무엇을 만날는지...
홀로 되묻고는 침묵하고마는 봄날의 초라한 자화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