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로 바둑 6단이다.

바둑을 좀 더 잘 둘 때에는 7단도 되는데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바로 내려 온다.

운이 나쁜 날은 5단도 되지만 마음먹고 바둑알 톡톡 하면 사뿐히 6단이 된다.

내 바둑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한 시기는 내가 국정교과서 그녀를 알고나서부터였다.

국정교과서 그 여인하고 바둑을 둔 적은 거의 없다.

그녀가 바둑실력이 중급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바둑에 대한 그 무엇을 잘 알고 있는 여인도 아니다.

바둑을 둔지 꽤 되었건만

내가 보기에 왕초보에서 한걸음 정도 걸어갔다고나 할까?

두 걸음 걸어가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력 향상에 대한 안목이 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은 왕별수준이다.

바둑을 좋아하면 당연히 기력에도 무슨 변화가 와야 하는데,

나의 이 평범한 생각을 미궁속에 빠트리는 여인...보면 볼수록 단세포같은 여자처럼 보였다가도

아리송한 매력으로 내 마음 잡고 있는 여인 국정교과서...나는 이 여인을 좋아한다.

내가 그 여인을 국정교과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의 올바른 보증수표로서 빈틈없이 너무나 반듯하고 순수하고

나쁜 여자가 될 수 없는 착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여자가 아닌 것처럼 달빛과 이슬만 먹고사는 선녀처럼 보이는데

이런 그녀가 바둑세상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어느날 나는 그녀에게 나의 바둑실력을 보여 주려고 어렵게 어렵게 7단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7단이 되면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 국정교과서 여인...나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자랑스러운 7단을 달고 바둑공원 주묵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기다리기도 했다.

참 행복한 날이었다.

아, 바둑, 바둑이 내 인생의 금자탑처럼 보였다.

나를 보고 반상 위의 바둑알처럼 톡톡 걸어왔던 그녀.

늑대같은 나를 신선으로 알고 종알종알 이쁜 말만 잘했던 그녀.

엉큼한 마음 꾹꾹 누르고 있는 나를 향기로운 꽃으로 알고 나비처럼 사알짝 내 옆으로 다가왔던 그녀.

으으으! 나는 이런 그녀가 미치도록 좋았다.

그런데 그녀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화성에서 온 여인처럼 행동했다.

화성사람들은 니 마음 내 마음 따로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고 하는데...그녀가 그 표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바둑세상에 있는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고 내가 잘 알고 있었기에

화성에서 온 여인처럼 행동해도 그녀가 이쁘게 보였고 바둑세상 나의 보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으로 7단이 되었던 날, 세상이 나를 위해 개벽한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그녀가 나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구나!...하하하^^

내 소원을 들어 줄 그녀를 생각하니 나는 구름마차 타고 날아가는 왕자가 되었다.

나에게 정말로 구름마차가 있다면 그녀와 함께 구름마차를 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해 볼 텐데...ㅠㅠ

내가 구름마차를 태워 주면 그녀는 분명히 하얀 구름꽃 공주가 되어 웃으면서 내 옆에 있어 줄 텐데...ㅠㅠ

구름마차 없는 것이 이렇게도 애석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의 표시로 바둑공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랑의 그림을 수도없이 주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한번도 준적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이 그림을 나에게 달라고 말하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 막 피어난 하얀들꽃같은 모습의 그녀에게 나는 바둑7단 옷을 입고

"국정교과서님, 안녕? " 하였더니 그녀는

  . 이 점 하나를 나에게 준다고 하였다.

그 점이 자신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 이런 점 하나에도 그녀에게는 그렇게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역시 그녀는 오매불망 나의 그대라고 생각하였다.

"국정교과서님, 나의 소원 들어 주셔야죠."

"네, 소원이 무엇이예요?"

한순간에 늑대의 마음이 발동하여

"나에게 뽀뽀해 주세요."

"이그"

"얼른요'"

"..."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역시 국정교과서님도 그렇군요."

"잠시만요. 약속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머뭇거리더니 바둑공원에서만 사용 가능한 사랑의 그림을

나에게 보내 주었다.

보통사람들은 쉽게 잘도 사용하는 사랑의 그림인데 국정교과서 그 여인은

자신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그림까지도 자신의 일부로 보고 있다.

그래서 얼마나 어렵게 그 그림을 나에게 보내 주었는지 잘 안다.

이후로 그림을 또 다시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의 소원을 들어 준 최고의 선물로

그녀의 이름과 함께 바둑세상에서 빛나고 있다.

내가 바둑을 두고 있는 한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영원한 국정교과서 귀여운 여인이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 그녀를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가 바둑을 두는 이유를 말해 주고 싶다.

어서 빨리 그녀를 만나야 할텐데...언제쯤 오려나...바둑세상이 존재하는 한 또 만나게 될 그녀...

지금 그녀가 보고 싶다.

2007년 5월 31일 목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