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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가씨였다면...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8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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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가씨였다면,
나는 분명히 멋진 우정과 사랑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불꽃 코르나가 되게 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가씨가 아니다.
아이 엄마이고 남편이 있는 여자이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어느 단체에서 총무님 소리를 듣고 있는 봉사자이다.
내가 총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능력이 있어서 총무자리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7년 정도 봉사하다 보니 경력 순서에 의하여 자연히 총무가 되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봉사할 때에는 말도 참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다른 분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다른 분의 이해를 구하지 말라, 특히 더 조심하라 등등...
처음에 봉사할 때에는 막내였다.
지금은 나이도 꽤 먹었고 중간정도 되는 위치에 있다.
나의 애인은 '책'이라고 말하며 봉사하고 있는데
학교도서관 도서정리 할 때에도 나를 불러준다.
나는 도서업무에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도서관학과를 나온 사서도 아니다.
그래도 참 즐겁다.
톡톡아~ 톡톡씨~ 톡톡언니~ 톡톡총무님~톡톡선생님~등
이렇게 다양하게 나를 불러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좋다.
나는 종종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 말한다.
"언니, 우리 지금 이 맴버 그대로 봉사하다가 나중에 할머니가 되었을 때 같은 노인정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좋아 좋아..."
"노인정도 함께 다니면 정말 재미있을거야...노인정에서 우리 맴버들 또 한번 뭉치는거지~~"
"그런데, 언니, 내가 가장 먼저 노인성 치매가 올 것 같아...노인정에 잘 찾아가지 못하면 어떻하지?"
" 아니야, 아니야, 나야 나..."
하면서 서로에게 있었던 건방증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는다.
오로바둑 게시판에 올려온 글솜씨를 발휘하여 문자메세지로 연락을 하고
때로는 A4용지로 공지사항을 전할 때가 있는데 모두들 참 좋아한다.
한번은 월례회를 생략하고 산에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산행을 취소하고 동네 음식점에서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하였었다.
"산행취소...12시에 만나요. 우리 모두 동촌에서 냠냠쩝쩝해요~톡톡 드림"
이렇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는데 단순히 밥먹자고 안하고 냠냠쩝쩝하자고 했다고 그 반응이 대단했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주부들은 모두 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회원은 나를 작가이며 시인이며 문학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을 하면 고물을 묻혀서 말잘하는 사람이 톡톡씨라고 말하는 숙이언니...숙이언니의 말에 내가 한마디 하면 " 야, 야, 숙아 너..톡톡씨한테 졌다 졌어. 너는 이제 끝이야. 게임 아웃!!...야, 숙아 우리 이제부터라도 책 좀 읽자~~" 라고 말하여 웃음바다로 만드는 민자언니...
나는 사실 그렇게 재미있게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가 하얀밥같은 말을 하면 그 말에 장단 맞추어
나의 말을 몇 마디 더 섞어서 돌솥비빕밥같은 말을 만든다고나 할까?
상상력과 책속에서 보았던 문구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내 식대로 섞어서 하는 버릇이 좀 있다.
고맙게도 사람들은 이런 나의 말을 재미있게 들어 준다.
어떤 분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나의 소개를 해 준다.
이 분이 바로 글을 쓰는 분인데...책을 많이 잘 읽어야 이 분처럼 글을 쓰게 된다고...
나는 아니라고 말을 못하였다. 아이 앞이여서...책 한권이라도 더 읽히려고 애쓰는 엄마의 마음 앞에서 거짓말을 참말처럼 인정하는 내가 되었다.
거짓말의 함정에서 벗어나고자 쑥스럽고 미안하여 책상위에 있는 떡을 아이에게 먹으라고 하였다.
아이는 먹지 않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 어머!...떡이 무척 슬프다고 말하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아이...
" 소영이가 떡을 맛있게 먹어 줄 줄 알았는데 먹어주지 않는다고
떡이 슬프다고 말하네...어떻하지? "
"떡이 말하는지 어떻게 아세요?
" 아줌마 마음에는 다 들리는데~...떡은 소영이가 맛있게 먹어 주기를 바라면서 소영이를 계속 쳐다보았다고..."
아이 엄마 " 그렇군요...나도 먹어야겠네요...으음~~맛있다. 참 맛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떡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나요?
" 책 많이 읽으면 들을 수 있어요."
"저도 들을 수 있나요?
"네, 네, 당연하죠"
"지금은 잘 안들리는데 더 열심히 읽어야겠네요. 참 좋겠어요. 떡이 말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요."
"네, 네, 참 좋답니다."
"아줌마, 저 떡 주세요."
"알았어~...떡이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네...예쁜 소영이가 떡을 먹어 주었다고 무척 고맙다고 말하네...
나는 이렇게 거짓말도 잘 한다.
내가 있는 바둑세상을 하늘나라이라고 말하며
내 상상의 꿈과 세계를 이해해 주는 좋은 벗이 있기에
내 눈에 보여오는 모든 세상이 하나의 큰 보석상자이다.
종종 나는 나의 벗을 하늘에서 내려 온 신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은 이 세상속에서 정해진 규율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는 반항아,
또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진 천재적인 기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대단한 님을 벗으로 대한다는 일이 나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나
벗에게는 "참 별나게 시시한 사람이 이 세상에 다 있구나! 나를 인간종합박물관에 전시하면 정말로 희귀한 생물체로 톡톡 튀리라..." 이런 생각을 심어 주고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벗의 멋진 친구가 아님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멋진 친구는 못되어도 아름다운 꿈속에서 살고 있는 향기로운 진실한 벗이 되고자 나는 노력한다.
왕별자리를 꿈꾸어도 좋은데 그 자리에 대한 꿈을 접고 바람과 구름같은 바둑을 두고 있는 바둑고수 나의 벗...현실생활이 바빠서 바둑을 많이 못두는 바둑고수...밤에 달빛 은화살처럼 날아와서 바둑두는 나의 벗...그래서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다...내가 있는 낮에 와야지 하는 마음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하얀머리가 많아서 머리를 박박 밀었다고 말한 벗...나는 "수도승의 길을 가려고요? 빡빡머리 하면 감옥이 생각나는데요?" 라는 말을 망설임없이 하였다.
벗은 나의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 들어 주었다.
자신은 매우 순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집뜰에는 온갖 야생화와 채소 씨앗을 심어 놓고
참 예쁘다고 소식 전해주는 아름다운 벗.
목련꽃 나무가 집을 가려서 목련꽃 나무를 베어내고 자두나무와 매실나무을 심었다고 어린왕자처럼 말한 벗.
주묵나무가 네그루 있다는 말도 하였는데...나는 사실 이 나무를 잘 모른다. 주묵나무공주에 대한 동화책을 5년전에 읽었지만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나의 벗에게 주묵나무공주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한다. 그 책은 내가 있는 곳에는 없다.
그 책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5월 12일 사생대회가 끝나면
그 책이 있는 도서관에 반드시 가 볼 생각이다.
내가 아가씨였다면,
벗의 이름을 부르면서 도서관에 함께 가자고 말해보고 싶은 벗.
산에도 함께 가자고 말해보고 싶은 벗.
하늘호수 공원, 나 여기 있으니 바둑두게 빨리 오라는 말도 해보고 싶은 벗.
어느날 갑자기 "봄바람이 불고 있는데 뭐 하세요?" 라는 말도 해보고 싶은 벗.
"봄바람속에 서 있는데요" 라고 대답하면
"봄바람 요정의 멋진 벗이 되고 싶다면 하얀들꽃 피어 있는
님이랑동산으로 빨리 오세요~~" 라는 말을 부담없이 편안하게
봄햇살속에서 반짝이는 말을 하고 싶은 벗.
나를 보며 사이버 세상이 잘 어울리는 여자라고 말한 벗.
먼 훗날에 저 하늘의 별이 될 수 있다면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다고 말한 벗.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전망 좋은 집 구해놓고 나를 기다리겠다고 말한 랑이 있다고 하였더니
그래도 하늘나라에 갈 때에는 내 손 잡고 가겠다고 말한 벗.
정말로 이런 날이 올까?
나는 이런 날이 정말로 오리라 믿으며
이 세상의 아름다운 빛을 매우 좋아하며
내 영혼의 빛으로 삼으려고 그 빛을 찾아서 날아가는
나비로 꿈속에 살고 있다.
바둑두며 알게 된 벗.
바둑세상에서 최고로 보이는 벗.
벗으로 인하여 바둑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그리움 가득한 날들을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바둑급수가 계속 내려 가다보면 내 마음의 날개가 꺾일 때도 있지만
벗을 대하고 나면 내 마음의 날개는 나를 도와주는 꿈과 우정과 사랑의 징검다리가 된다.
그래서 벗은 바둑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같은 존재이다.
바둑고수의 마음을 알려주는 벗.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 못하고 있다.
순결한 내 마음의 이슬꽃같은 모습으로 바둑고수 마음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둑고수 마음을 영원히 알지 못하고
흑백 내 사랑의 미로찾기가 별 볼 일 없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상상의 세계를 잘 가꾸어가기 위해 최선을다했으니까...
이런 나를 알고 이해해 준 벗으로부터 사이버 세상과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2007년 5월 3일 목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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