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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벌레를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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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 혼자서 여행하고 싶어졌다.
내 마음의 시끄러운 소리가 너무 많아서 참아야 할 때이기에...
고요한 내 마음의 평화를 찾아서 오늘은 나 혼자서 산에 가볼까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내 마음의 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신번쩍 나게 아주 많이 추운 날씨였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완전히 바꿀 수 있도록 혹독하게 추운 날씨였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적이 추위에 꼼짝 못하다가 달달 떨면서
나에게로부터 떨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녀석만 보면 얄미워 죽겠다.
자신의 머리만 믿고 안일하게 공부하는 녀석에게 화가 무척 난다.
그날 그날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공부를 알아서 척척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과목 점수를 만점에 목표를 두고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라도 실수하여 문제 하나라도 틀릴까봐 꼼꼼히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망할 녀석같으니...
공부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알 수 없는 공부만 하고 있으니...
야리꾸리한 방법으로 대충 공부를 하고 있으니...
지능지수가 전국 몇 %에 들어도 아무 소용없는 녀석...
성실한 노력이 빵점인 녀석...
내 숨통을 꽉꽉 조여오는 녀석...
알아서 한다고 말만 하는 녀석...
알아서 하는 것에 대한 과정을 지켜 보노라면
화가 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알아서 한 결과를 보면 어쉬운 미련때문에 숨막히고...
중 1학년 녀석이 어른 노릇을 하려고만 한다.
배신 때린다는 말뜻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믿을 수 없는게 자식이며 두고 봐야 알 수 있는게 공부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가며 도닦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부하는 재미에 폭 빠진 녀석을 보고 싶다.
공부를 게임하듯이 즐기면서 하는 녀석을 보고 싶다.
공부에 중독된 녀석, 책에 중독된 녀석이었으면 좋겠다.
공부하는 시간을 가장 유익한 시간으로 알았으면 좋겠다.
영어와 수학 짱이였으면 정말 좋겠다.
내 욕심이 지나친건가?
자식에 대한 뚜렷한 욕심없이 눈에 보이는대로 만족하고
자식의 모든 면을 이해한다는 구실 아래
자식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전혀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아이 몫으로 남겨 놓고 살아야 하는건가?
아이에 대한 나의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참 어렵다. 어려워...
아이의 말에
그러니?
그랬니?
그랬구나? 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하던데...
잘 안된다.
아이가 한심하게 보이고 미련맞게 보여서
화부터 난다.
친절한 엄마, 자상한 엄마, 무슨 말이든지 잘 들어 주는 엄마,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너그러운 엄마,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는 엄마, 잔소리같은 말을 하지 않는 엄마...
이런 엄마로 살아야 하는데...
영어 듣기를 소홀히 했다고... 나쁜 녀석...
크리스마스 실값도 너의 용돈으로 해결하라...
양말이 없다고 하기에 난 모른다. 아무거나 신고 가라..
앞으로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나는 오늘 아침에 이렇게 전쟁을 치루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이에게 하였다.
내가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엄마 노릇을 더 잘 해야하는데...
공부보다는 인간 됨됨이가 더 중요한데
공부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늘끝을 달리고 있다.
실력으로 우열이 가려지고 인생이 주어져 있는 한
공부는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부를 잘하여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가 있는 미래를 위해
언제나 성실하게 노력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아이였으면 하는데...
부족하게 대충 공부하지 말고
자신이 알아야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반듯이 알기 위해 착실히 노력하고,
자신이 배우는 분야가 무엇이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구슬땀 흘리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내가 아이를 아이답게 성장하지 못하게 하면서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사람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공부 잘하기 위해 1등부터 꼴찌까지 학원에 다니고
학원이 맞지 않으면 1:1 과외, 그룹과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서울엄마들.
아이들끼리 어울리며 뛰어놀 수 없는 세상.
공부 아니면 게임, 혹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여행이 전부인 요즈음 아이들의 생활.
이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공부와 학원과 과외와 게임과 독서논술과 토론을 하며 있었던 이야기가 대부분일텐데...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풀밭길도 달려보고 작은억덕에서 미끄럼도 타보고
불장난을 하다가 양말도 태워 먹어 보고 각종 야생화와 이야기 하면서 꽃같은 천사도 되어 보고
철따라 아름답게 보여지는 산과 들판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경험시켜주고 싶은데 그렇게하지 못하고 있다.
학원숙제 하다가 시간에 쫓겨서 학원차 타러 달려가는 아이.
게임하면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아이. 가엾은 수.
게임 할 시간 있으면 책을 읽던지 부족한 공부를 하라고 종용하는 엄마.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늘 언제나 자연의 빛깔로 풀잎처럼 살고 싶다.
하늘을 보면 바람과 구름처럼 살고 싶고
어둑한 시간이면 달님과 별님처럼 살고 싶고
강가에 서 있으면 강바람처럼 살고 싶은 꿈을 꾼다.
계절 따라 내 존재의 인식을 위하여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운치있는 삶을 엮어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엄마들끼리 만나면 80-90%가 아이들 공부와 학원 이야기이다.
모두가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이론으로 일가견이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는 만능박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엉큼한지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익한 정보는 한마디도 입밖으로 발설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가 공부하는 것도 철저히 숨기면서 아무도 모르게 아이와 엄마만 알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수는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다.
나머지 과목은 혼자서 자습서와 평가문제집 보며 혼자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새벽 4시까지도 읽는다.
언젠가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 라는 책을 읽으며
7막7장이라는 책을 빌려다 달라고 하였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는 책을 쓴 사람이 7막7장을 읽고나서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고
그 이후부터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였다.
그런데 나와 수가 그 책을 반납하고 난 이후로 그 책을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책이 되었다.
마지막 대여자는 나와 수인데...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등록하고 책을 빌려가야 하는데 누군가가 그냥 가져갔기 때문이다.
반납하지도 않고 반납처리한 것처럼 오해받을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나는 a4용지에데 그 책을 가져가신 분은 반납해달라고 안내문을 써서 붙이기도 하였다.
다행이도 그책의 행방을 알게 되었는데 여러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읽다가 분실하여 새로 사고 돌려가면서 읽는 책이 되어 있었다.
어느 분은 그 책을 보고 싶은데 책꽂이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하는 분도 있다.
나는 수를 위해 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밥, 청소, 빨래 등과 물과 간식 심부름 정도만 해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필요한 책을 사다주는 정도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며 괜찮은 책을 빌려다 주면 징그럽게도 읽지 않는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만 아주 조금 읽는다.
독서를 게을리 하면서 영어와 수학만 공부하면 안된다고 말해도
나의 말은 강건너에서 불어오는 먼지 바람으로 안다.
믿음직하고 성실하고 착한 녀석으로 보고 싶은데 고집이 세다.
게임도 매일 한다.
시험기간에도 한다.
중학교 때 게임을 많이 한 녀석이 고등학교에 가면
마음잡고 공부 잘한다고 하여 게임을 어느 정도는 허용하고 있다.
나는 수에게 게임을 완전히 끊고 공부만 해보라고 하였다.
그래야만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빛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수는 게임과 공부 두가지 다 하겠다고 하였다.
얼마전에 어학원에서 시험을 보았는데 반에서 4등하였다.
꼴찌에서 맴도는 등수가 아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수는 그 등수면 안되는데 하면서 실망하였다.
수가 있는 반에서 남학생은 수 혼자이다.
꽃밭의 나비 한마리처럼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개성있게 제법 멋을 낸다.
매일 고대기로 머리를 펴기도 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 저리 살려 보기도 한다.
내가 사다주는 옷이나 신발, 양말 등도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자신의 나이에 알맞은 감성을 지닌 아이로 성장해가는 것 같아서
내 마음 흐뭇하다.
자신만 외국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투덜대며 불안해 할 때가 종종 있다.
정말로 영어 잘하는 사람은 어학연수 갔다오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이다, 너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라. 노력이 최고다 라고 나는 말한다.
나의 이런 말에 별 반응이 없는 녀석.
내 말을 알았다는 뜻인지, 엄마가 세상물정 너무 모르는 말만 하네요 라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어학원에 들어갈 때 레벨테스트를 하였는데 평균점수가 105점이었다.
수는 300점 만점에 87점이 나왔다.
그래서 가장 낮은 반에 들어갔다.
너무 힘들게 어학원에 다니는 것이 안스러워서 학원을 끊으라고 하였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수가 고집을 피우며 계속 다녔다.
숙제를 잘 해가지 못하여 나머지 공부한 날도 무척 많았다.
영어공부 그만하고 수학문제 좀 풀어라, 책 좀 읽어라 해도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공부하는데 사용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가장 높은 반에 있다.
수는 5학년 여름 방학 때부터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는 책을 읽으며 집에 있었다.
영어를 좀 더 일찍 신경 써주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올 때마다
얼마나 속상하였는지 모른다.
중 2학년에 올라가는 수.
1학년 때보다는 더 멋진 성적을 내보겠다며 웃어보는 아이.
이런 아이 수를 나는 무척 사랑한다.
내 인생의 보석같은 아이 수.
나는 수의 미소속에 담겨있는 수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좋은 품성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며 교우관계가 좋아서
자신의 자리를 멋있게 가꾸어가는 수가 되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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