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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따라 온 빨간사과 |
| 글쓴이 흑백유리꽃 조회 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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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참 재미없어졌네요.
답답하기만 하네요.
나는 물어 보고 싶어요.
그대도 이런 날이 있었는지요?
이런 날이 있었을 때
그대는 어떻게 했는지요?
바둑에 대한 내 마음이 변했나 봐요.
가장 흥미롭게 보였던 바둑이
좋게 보이지 않아요.
변해버린 내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 수 있는지요?
바둑그림이 잘 보이지 않아요.
내 마음의 눈이 없어졌나 봐요.
영원히 아름다운 흑백 내 마음의 눈을
언제나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바둑고수님은 나에게 화가였어요.
아름다운 흑백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화가였어요.
그래서 나는 바둑세상을 흑백예술가의 나라라고도 생각했어요.
바둑을 아주 멋있게 잘 두는 나의 벗 바둑그림 구경하는 일을
참 좋아했어요.
바둑두고 있는 나의 벗 이름이 보이면 내 심장이 쿵쿵 했어요.
벗의 바둑그림이 하늘나라 선녀궁 벽화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흑흑...
너무나 망가져서 수정불가가 되어버린 그림을
나는 그렸어요.
절망적인, 정말로 절망적인 나의 바둑그림에
의미없는 점들을 비틀거리며 찍었지요.
엉망으로 그린 그림을 생각하며
바둑이 재미없어졌다고 말하는 나를 보세요.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나요?
밤을 새며 하늘의 별빛같은 마음으로
바둑그림을 그려 온 날은 없었지만
톡톡톡 피어나는 꽃으로
바람불면 너울너울 날아가는 꽃잎같은
바둑을 언제나 두고 싶었어요.
내 마음이 완전히 쪼그라 들어서
좋은 바둑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오늘 그린 나의 바둑 그림 제목은 "왕짜증"이었어요.
바둑그림을 그리지 말고
15승1패의 화가님 방에서 돌아와야 했어요.
15승1패의 전적을 가진 님인지 모르고 바둑방에 찾아갔었지요.
신화같은 15승 1패의 전적을 15승 2패로 만들어
주리라..히히히...제가 이렇게 작은 악마의 마음으로 덤볐지요...흑흑...
최선을 다한다고 좋은 바둑이 되는게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작은 악마가 되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불계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실수로 계가버튼을 눌러서
거절 당하기도 했어요.
내 자신이 한심하고 죽을 맛이었어요.
불계버튼을 더듬더듬 찾아서 누르고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빨간사과가 우르르 나를 따라 오더군요.
2006/12/27/수
흑백유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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