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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는 배추와 무우 장사를 하고 있다.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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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는 김장철이 되어서 배추와 무우 장사를 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배추와 무우를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배추와 무우를 파느라고 바둑을 많이 못두고 있다고 하였다.
많이 바쁘다고 하였다.
고랭지 지대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우.
봄꽃보다 더 예쁠 것이다.
학교에서 배추를 판다고 하였다.
한포기에 1000원이라고 하였다.
나의 친구는 얼마에 팔고 있을까?
나와 함께 운동하는 재호엄마가 학교에서 팔고 있는 배추를 사려고 하는데
집에까지 배달 해줄까 안해줄까 를 놓고 고민하길래 나는 걱정스러웠다.
한두포기면 들고 와도 되는데 김장하듯이 많이 사면 문제가 되겠네요 라고 말하면서...
나는 시집와서 김장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
무슨 복이 그렇게도 많길래 김장도 안하고 김치를 잘 먹으면서 살아왔는지 부끄러워 진다.
친정부모님께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김장을 해서 트럭에 싣고 오던가 택배로 보내 주셨다.
부모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의 소중한 맛을 알아갈 때 쯤에
어머니는 하늘로 가셨다.
그 다음해에 아버지는 중풍으로 두 번이나 쓰러지셨는데도
중풍맞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활동하시면서 일군을 사서 김장을 해서 보내 주셨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도 김장김치를 담아서 택배로 보내 주셨다.
친정 어머니가 하늘 나라로 가셔서 내가 먹을 김치가 걱정되셨기에 보내 주신 것이다.
시어머니의 김치 맛은 그 어느 곳에 내 놓아도
정말로 가장 맛있는 김치였다.
양쪽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김치가 아파트 복도에서 익어가며
국물이 넘치는게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른들이 힘들게 담아서 보내 준 김치 저렇게 익어가며 국물이 넘치고 있으니
김치 냉장고 사서 보관하여 오랫동안 두고 먹었으면 좋겠네요." 라고 말하였다.
남편은 곧 바로 하이마트에 가서 김치 냉장고를 6개월 할부로 사왔다. 카드가 참 좋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양쪽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김치를 김치 냉장고 넣으며 기분이 참 좋았었다.
양쪽 부모님으로부터 김치를 받아 먹었다는 일이 나에게는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되었다.
나는 결혼하여 지금까지 김장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며
부모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행복한 웃음을 보일 수 있었다.
나는 김치 국물 한방울까지 모두 다 맛있게 잘 먹었다.
시어머니가 보내 준 김치는 더 조심스럽게 꺼내서 먹어졌다.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과 같은 며느리에게
김치를 맛있게 담아서 보내 준다는 것은 보통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니
김치 뚜껑 열고 닫는 일이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고 닫는 일처럼 즐거웠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남편이 김치를 사다 주었다.
눈물겹도록 복도 많은 나.
김치하고의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전생에 나는 배추밭의 배추 흰나비였나 보다.
직장에서 남편이 검수과로 가면서 김치 담글 걱정을 안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편이 가져다 준 김치도 정말로 맛있었다.
아이와 나는 김치 하나로 밥 한 그릇을 뚝딱하였고
김치볶음밥을 만든 다음에 김으로 말아 호일에 싸서 학교가며 먹으라고 손에 들려 주기도 하였다.
나의 김치 볶음밥은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또 해달라며 아침마다 김치 복음밥 노래를 불렀다.
배추와 무우 장사때문에 바빠서 바둑두러 자주 못온다는 친구.
그 친구가 보고 싶다.
바둑방에 놀러 가고 싶다.
눈이 올 것처럼 찌뿌둥한 날에 하얀 바둑돌을 쥐고 바둑을 두면
더 멋있을 것처럼 보이는 친구.
고수라는 신분때문에 넙죽 인사도 못하고 바둑방에 살짝 앉아서 새침떼기처럼 바둑구경만 해 온 나였지만
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고향친구라 생각하고
까불까불 바둑방에 들어가서 간들간들 불어오는 바람처럼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겠다.
친구가 배추를 팔러 갈 때 트럭에 싣고 갔는지 리어카에 싣고 갔는지
경운기에 싣고 갔는지 이제서 궁금해 진다. 바보같이...
배추와 무우 장사를 해서 바쁘다고 말 할 때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친구야, 정말로 미안^^]
배추 한포기와 무우 한개가 얼마인지도 궁금해 진다.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 봐야겠다.
배추와 무우 장사를 해서 돈은 많이 벌었는지도 물어 봐야겠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하면
더 많이 벌어서 큰부자 되라고 말해야겠다.
돈을 적게 벌었다고 말하면
밤하늘의 금별과 은별을 모두 다 가지라고 말해야겠다.
나의 집 가까운 곳에서 배추와 무우 장사를 점심 시간에도 하고 있다면
내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고 싶다는 말도 해야겠다.
왜냐하면 나의 가장 좋은 바둑친구이니까.
2006년 11월 22일 수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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