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千秋)와 만추(晩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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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千秋)와 만추(晩秋)
글쓴이 수응진타 조회 818

중학교 국어 책에 <천추에 길이 빛 날 이순신 장군..>하는 구절이 기억 난다. 국어 시험에< 천추의 뜻은?> 대부분이 <오랜 세월, 긴 세월>로 배운대로 기술했는데 유독 한 여학생이 <천년 있다 타작 하는 것>으로 해서 담임겸 국어 담당 여선생님으로부터 답안 공개의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만추>라는 영화 포스터가 걸렸을때 집에 다니러온 사촌 누님이 물었다. (시골집을 떠나 삼촌댁에서 숙식 할 때였다) ㅡ응수야. 만추가 무슨 뜻이고?ㅡ <늦 가을 아이가> ㅡ아이고 부끄러버라, 대학생 친구들 아무도 모르던데....ㅡ 감 나무 감이 발갛게 익는 토요일, 시골집에 다니러 가니(부모님도 뵙고 학비와 용돈 때문에 한달에 한번 정도) 옆집 응삼이 형님이 남산만한 배를 이불에 숨긴채 창백한 웃음을 지으셧다. ㅡ열심히 공부해라 . 그리고 어디 가든 중심 인물이 되거라. 난 주먹으로 얼마간 세월 보냈는데 후회 막심하다. 너나 나나 형제 없는 외동아들, 난 이제 모든게 끝났다만 어머니에게 효도해라. 이 세상 어떤 가치도 결코 고생하신 어머니의 눈물을 우선할 수는 없다ㅡ 감 나무 잎이 앙상하게 떨어진 만추에 다니러 갔을땐 이미 응삼이 형님은 앞산에 누워 계셨고 홀로 남으신 종숙모님 눈물만이 가을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훗날 들은 이야기로 응삼이 형님 신병이 위중해서 서울 유명한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생존율이 절반 정도인데 논밭뛔기 거의 다 팔아 넣어야 한다면서 그나마 농토라도 없으면 혼자 남은 노모 천대 받는다며 수술을 거부하고 낙향해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셨단다. 晩秋에 가신 응삼이 형님, 우리 집안엔 千秋의 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