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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긴 시집 |
| 글쓴이 가을해살 조회 6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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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기 전에는 기차 여행이 낭만적이고 즐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기차가 출발하고 한 시간쯤 지나면 허리가 쑤시고 엉덩이가 들썩거리게 마련입니다.
이런 무료함을 달래는 가장 좋은 약은 미리 가방에 넣어 간 책 한 권입니다.
고향 집에 가기 전날 "무슨 책을 가져갈까?" 하고 책장을 죽 둘러보다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아마 그 날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로 시작하는 ""산유화""라는 노래가 나의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산유화""는 김소월이 쓴 시인데 곡을 붙여 노래로도 부르지요.
대학에 다닐 때에 여러 번 읽었던 이 시집은 고향 집까지 가는 동안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네 시간이나 되는 긴 여정이 몹시 힘들고 지루했을 겁니다.
김소월은 1902년부터 1934년까지 살다 간 사람입니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일제 강점기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불행했던 때입니다.
그때에는 일본을 통해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였는데, 이른바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던 시인이나 소설가들 중에는
"람프,샴펜,코트,리봉"등과 같은 외래어나 외국어를 즐겨 쓰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소월의 시집은 한 권을 다 읽어 가는 동안 외래어나 외국어를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을 쉽고 고운 우리말에 담아 소박하고 정겹게 풀어 내고 있습니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위에서도 말한 "산유화"라는 시의 2연입니다.
이 시에 쓰인 말들은 하나같이 다 쉽고 간결하지요?
하지만 시가 쉬워 보인다고, 그 의미조차 쉬운 건 아닙니다.
이 시는 세상과 따로 떨어져 있는 시인의 외로운 처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달래꽃"에 실린 100여 편의 시들을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찬찬히 읽어 보니
우리 고유의 말, 즉 토박이말과 김소월이 살았던 고향의 정감어린 토속어들에 더욱 애착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을 한 자 한 자 짚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사뿐히 즈려밟고, 고요히 서서 물모루 모루모루, 퍼르스렷한 달은,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물빛조차 어슴푸레히 떠오르는데" 이런 말들...
-<우리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긴 시집 "진달래꽃"을 읽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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