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계절의 왕 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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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계절의 왕 바람이여,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592

고독한 계절의 왕 바람이여, 나를 가을이 없는 나라로 데려가 주세요. 가을이 오고갈 때마다 나를 잊어야 하는 슬픔과 가깝게 지내는 일이 참 힘들어요. 가을이 올 때마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같은 사랑의 속임수를 나는 알아야 해요. 나에게 남아있는 사랑의 기다림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가을빛 나뭇잎배를 띄워 놓고 바람 불어 오는대로 출렁이는 물결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아요. 가을빛 속삭임이 온 세상에서 시작되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아야 해요. 내가 땅을 걸어가는지 아니면, 땅과 하늘 사이를 걸어가는지 알 수 없게 되어요. 마지막 길을 가면서도 세상 모든 것들과 가장 멋진 모습으로 춤추듯이 인사하며 날아가다 사뿐히 떨어지는 낙엽들.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모든 것 다 보여 주었다가 바람부는 날이면 달빛과 별빛속에서 더욱 더 아낌없이 떨어내며 모든 것 다 주고 가는 낙엽들. 사랑이란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낙엽. 가을, 가을이여! 옥의 티 화씨벽처럼 내가 얼마나 초라한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내가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존재였는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 밝은 햇살도 아까운 사람이라는 것...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의 창문에 채워져 있는 비밀열쇠의 해답을 잘 풀지 못하고 이렇게 살다가 갈 사람이라는 것... 고독한 계절의 왕 바람이여, 어디라도 좋으니 계절이 없는 나라로 나를 데려가 주세요. 눈보라 휘몰아치는 대륙도 좋아요. 달과 별, 햇살없는 캄캄한 바다도 좋아요.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볕이 나쁜 마법사처럼 살아있는 사막도 좋아요. 단단한 암석속에 영원히 잠들어 있는 표본식물 화석도 좋아요. 계절이 없는 나라에 갈 수 있다면 한없이 가벼운 내 존재의 부활을 위해 살아가는 의미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살거예요. 고독한 계절의 왕 바람이여, 2006년 9월 1일 금요일 바둑톡톡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