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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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글쓴이 수응진타 조회 673

90년대 초, 한달에 한번 꼴로 인도네시아에 출장이랍시고 화교 친구의 공장에 들랑거린 때가 있었다. 한번 가면 2주 정도 공장 숙소에 머무는데 문제는 물이었다. 공장이 시골 강변이라 상수도는 애당초 없었고 강물을 끌어 올려서 마시고 샤워하고 공장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쪽 강물 색갈이 아시다시피 황토색이다. 몇시간 가라앉혔다하나 누런 황토색은 그대로였다. 젊은 나이때 현지를 경험한 체질이라 웬만한 상황은 이겨내겠거니 했는데 역시 나이가 사람을 비겁하고 약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욕조에 담긴 누런 황토물... 현지인들 표현으론 <박테리아도 없고 바이타민도 많다>는데 물 덮어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샤워는 아침 저녁 두번 할걸 한번으로 줄였다. 그것도 눈을 꾹 감고 최대한 빨리.. 양치질... 이게 문제였다. 안하고 말지 누런 황토색 강물로는 도저히 자신 없었다. 결국 부끄러운 짓을 했다. 갈때마다 사장 친구라고 특별히 넣어주는 한홉들이 생수 두박스에서 하나씩 사용했다. 자주 놀러오는 옆방 공장장 몰래 가만히.. 공장 간부들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 밥이며 반찬, 국, 커피. 사실 맛이 있다. 그들보다 더 잘 먹는다. 그들에겐 늘 먹는 소찬이지만 나에겐 모처럼의 <외식> 아닌가. 희한(稀罕)한 것은 음식 모두를 강물로 조리했고 커피도 강물로 끓였는데 어찌하여 꺼림직함이 없는걸까.. 생수로 도둑 양치 하는 마당에 도리어 먹는것엔 관대해 지는 이 모순 덩어리.. 열을 가했다는 믿음에서일까... 아니.. 그것보단 음식 어디서도 누런 황토빛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이는 것엔 엄격한 선입감. 보이지 않는 것엔 무지의 관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