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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바둑판 읽어보기...<1.당신은 참 좋겠어요.> |
| 글쓴이 흑백유리꽃 조회 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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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좋겠어요.
무관심에 익숙해진 사람으로 잘 살아갈 수 있어서 참 좋겠어요.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참 잘하니 좋겠어요.
나에게는 당신, 당신이란 말도 참 어색하고 낯설지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란 단어로 아침 산책길에 올랐지요.
오늘 주어진 나의 하루를 상큼한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망망대해의 세상에 홀로 서 있는 같은 마음으로는
나에게만 보이는 저 문 밖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기에...
당당하고 씩씩하고 활기차게 걸어가는 당신은
마음엔 언제나 태양과 달과 별빛 쏟아지는 세상을 한아름 안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당신은 치국평천하이겠지요.
부끄럽게도 바람불면 그 어떤 이유없이 날아가야 하는 내가
치국평천하같은 당신을 보며 살아가는 하루가 얼마나 공허한지 모른다오.
심술궂은 마음에 야속하게 느껴지는 당신.
아주 가끔은 당신이 있는 나의 생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반란군의 전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꾼 다오.
예정된 날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그 누군가가 있다면
나머지 나의 생을 주고 싶은 생각도 한다오.
나의 내일이 없는 오늘 하루가
아름다운 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날이 될 수만 있다면
모두 다 주고 싶다오.
이렇게 살은 하루도 나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내 삶의 선택이었다고 당신이 알아만 준다면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오.
날이 갈수록 너무만 작아져 가는 내 존재.
날이 갈수록 이스러지도록 말라가는 내 마음의 낙엽들.
좋은 이유와 아름다운 이유와 행복한 이유로 다가왔던
그 모든 것들을 넘치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어서
꽃과 별과 바람의 세상 자화상을 그려왔던 나의 날들이 아득해지고...
하늘은 알고 있을까요?
시작과 끝의 종점 세계에 갇혀버린 나를.
땅은 알고 있을까요?
멈추어버린 내 마음의 숨소리를.
내 마음의 세계를.
당신은 참 좋겠어요.
내가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서 참 좋겠어요.
나에게 귀하고 소중한 것 모두 다 내어 놓아도 안되는 일을 잘 하니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당신이, 당신을 내 마음으로부터
떨어내도록 만든다는 것을 알고 보내 온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아군도 적군도 없는 나 혼자만의 병정놀이 전쟁을 하게 하는군요.
나에게 있어서 가장 나쁜 적과 가장 좋은 적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나 혼자만의 전쟁터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것 모두를 나의 벗으로 삼고
하늘보기와 별보기 하는 한줄기 바람으로
아주 잠간 머물다가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했던 내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나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먼 세상에서 살고 있는 당신.
이런 당신에게 미움의 화살를 얼마나 많이 날렸는지 아나요?
미움의 끝도 있는지라 내가 좋아했던 세상의 벼랑에서라도
당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싶었어요.
아무리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내 마음 한자락.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도록 깨진 내 마음.
슬픔도 아픔도 괴로움도 아닌 생의 흔적들을
내 마음 곳곳에 붙이고 무거워서 허우적거려야 했을 때
나에게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의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나를 알 수 없는 삶.
내 인생의 작은 가지들에게 걸었던 희망이 내리막길을 가겠다고
흑백으로 톡톡 아우성칠 때
번개불로 가득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왜 사냐고 묻는 다면 그 답을 알기 위해 산다는 말이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고수의 명언처럼 바둑판에서 들리더군요.
2006/5/25/목/흑백유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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