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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여행가셨나요? |
| 글쓴이 흑백유리꽃 조회 6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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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구경 하고 싶은데요.
신혼여행가셨나요?
멋진 이름으로 바둑두는 벗이여,
신혼여행간다는 소식 좀 전해 주고 가시지
예쁜 님 따라서 아무 말없이 그냥 가셨군요.
별님, 달님,
가장 달콤한 여행이 되게 해 주세요.
언제나 즐거운 소풍길 같은 바둑을 두었던 벗이여,
신혼여행 가지 말고 언제까지나 흑백사랑만 하라고
할까봐 아무 말없이 갔나요?...잉잉~
바둑에서 이길 때마다 언제나 장미꽃만 받으라고
할까봐 아무 말없이 갔나요?...잉잉~
이제는 들꽃과 야생화,
별빛과 달빛,
5월의 싱그런 잎사귀도 주려고 했는데요.
벗은 이 모두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빠지지직~~갸우뚱~~
아무리 갸우뚱~~갸우뚱~~해도 내 말이 맞죠?
그렇죠?
아니면,
들꽃과 야생화,
별빛과 달빛,
5월의 싱그런 잎사귀가 별로여서 사양하기로 했나요?
잘 모르겠다고요?
내가 주려고 한 선물이 별로라면
나 혼자 다 가질게요.
내가 바둑두다가 이기면 오로의 장미꽃 한송이를
나의 꽃병에 꽂고요.
멋진 바둑두며 아름다운 흑백세상 보여 준 벗의 이름이 생각나면
들꽃과 야생화가 피어있는 길을 산책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별과 달속에서 벗의 마음이 보여오면
흑돌로만 바둑을 두고요.
바둑판을 가장 멋지게 걸어갔던 님 소식 궁금해지면
5월의 싱그런 잎사귀 빛으로 벗에게 편지를 쓸게요.
거짓말도 참 잘하는 바둑하수라고
지금 피이~~쩝쩝 하고 있죠?
내 말이 맞죠?
피이~쩝쩝 많이 하면 매일 지는 바둑만 두니
내 말은 모두 다 참말이다 라고 생각하며
선물 빨랑 줘요~~라고 말하세요.
야생화 캐다가 꽃밭에 심었다고 하셨는데
잘 살고 있는지요?
몇 종류의 야생화를 심었나요?
7종류의 야생화를 심었다면
벗은 야생화바둑 7단이겠지요.
내가 7종류의 야생화를 심으면
야생화바둑 왕별 7단이고요...호호~
나도 내일이면 산에 가죠.
지존님의 바둑알처럼 생긴 야생화가 보이면
그 야생화 임자는 바로 나겠지요.
야생화는 언제나 먼저 찾은 사람이 임자니까요.
누구 마음대로?...자연이 허락한 자연의 마음대로죠.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나의 야생화를 찾으면 벗에게만 보여 줄게요.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호수의 눈으로 보아 주세요.
벗이여, 바둑구경 하고 싶은데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나요?
언제쯤이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나요?
언제나 살랑거리는 바람같은 님,
밥 먹듯이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나의 화초들을 바라보는 일이에요.
아침과 한낮, 저녁에 바라보죠.
화초들을 바라보면 천국의 정원에 들어가서
진정한 나의 벗을 보는 듯 하죠.
베린다 화분에서도 화초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죠.
내가 만약에 화분에 심어진 화초라면
저 화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록 화초가 더 좋게 보여오죠.
화초를 바라보다 보면,
아득히 넓은 초원을 빠르게 달려가는 백마가 되기도 하고
아주 느리게 걸어가는 달팽이가 되기도 하고
풀잎끝에 대롱대롱 맺혀 있는 하늘빛 아침이슬이 되었다가
바둑판 위의 돌꽃처럼 톡톡 떨어지기도 하고
서로가 마음이 통하여 무리지어 피어 있는 들꽃이 되기도 하고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 중에서 그 서열을 정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여요.
바둑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지만
내가 잘못 말한 것 같아요.
바둑을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기에...
님이라 부르는 세상 중에서 맨 처음 온 곳이 바둑세상이었기에
감동의 물결 따라서 시냇물처럼 나는 흘러 들어 오죠.
바둑을 정말로 좋아했다면 지금쯤은 기력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언제나 그 자리죠.
바둑을 안다고 말 할 수 없는 자리에요.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어요.
바둑을 좋아한게 아니다.
바둑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모두 다 거짓이었다.
내 착각으로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처럼 생각하며 보내 온 시간이 많았다.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들을 알차게 사용하지 못하여
운명의 여신에게 나는 범인이다.
이런 생각을 하죠.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이름으로 다가와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님,
뜨고지는 별처럼,
피고지는 꽃처럼,
님의 바둑사랑이 빛날 때
바둑이 얼마나 멋진 시간싸움인지 알았어요.
난 그 시간속에서 흑백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우아한 폼을 잡을 수 있었어요.
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전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바둑에서 지는 아픔만 알았지
님이 바둑에서 지는 아픔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2006/5/18/금
흑백유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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