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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탕에서... |
| 글쓴이 초보여우 조회 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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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을 맞아 목욕탕에 갔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번갈아가며 몸을 담근 뒤 때를 밀었다. 빨갛게 된 내 피부에 어딘가 숨어 있을 때를 찾느라 때타월로 몸을 계속 문지르고 있을 때였다. “저, 실례하지만 등 좀 밀어줄래요?” 뒤에 있던 아주머니가 때타월을 내밀며 등을 같이 밀자고 했다.
“저는 다 밀었거든요.”
내 대답에 아주머니께서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하시길래 다시 말씀드렸다. “타월 주세요. 등 밀어드릴게요.”
“아, 고맙습니다.” 아주머니는 미안해 하며 등을 숙였고 나는 성의있게 두 번에 걸쳐 아주머니의 등을 깨끗이 밀어드렸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내 등 위쪽이라도 밀어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다 밀어서 괜찮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하셨다.
사실 그날의 내가 있게 된 계기가 있다. 어릴 적엔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이 등을 같이 밀자고 하면 싫으면서도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등을 밀어주었고, 나이가 좀 들어서는 “저는 다 밀었거든요” 하며 냉랭하게 거절했던 나였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곁에 계신 할머니께서 다짜고짜 내 등을 밀어주시겠다고 했다.
“괜찮아요, 거의 다 밀었어요” 하고 대답했지만 할머니는 웃으시며 내 등 쪽으로 향하더니 때타월로 문지르기 시작하셨다. 시원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게다가 나이 드신 할머니가 밀어주시는 탓에 부담도 커 가시방석이었다.
조금 서둘러서 “이제 그만 하세요. 고맙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지만 할머니는 내말은 듣지 않으시고 내 등을 성의껏 골고루 문질러주시며 더 이상 때가 나오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다 밀었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밀어드릴게요.” 내 말에 할머니께서 대답하셨다.
“나? 나는 다 밀었어.”
“그래도 살살 밀어드릴게요.”
“아냐, 난 다 밀었어. 괜찮아.”
그 순간 나는 연로하신 할머니에게 등을 맡긴 것도 편치 않은 데다 그것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선행의 손길이었다는 데 놀랐다. 할머니가 다가왔을 때 귀찮은 마음이 들은 것이 무척 죄송스러웠다. 음료수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할머니는 내게 크나큰 교훈만 주고 나가셨다.
나는 오늘 할머니의 사랑을 전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얻게 된 기쁨은 그 무엇보다 큰 보람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아주머니도 분명 나처럼 할머니가 주신 사랑의 바통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해주실 것이다. 환한 웃음을 머금고 어디선가 또 사랑을 전하고 계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박지연
리더스다이제스트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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