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 | 문학게시판

Home > 커뮤니티 > 문학게시판



나의 할머니
글쓴이 BetheOne 조회 549

어릴적 할머니는 내 친구이자 엄마였다. 신나게 놀다 해가 질 무렵이면 밭에 나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는게 아이의 일과였다. 하루는 캄캄해지도록 돌와오시지 않는다. 아이는 혼자 있는 집에서 불도 못 켜고 무서워 마당에서 울었다. 그 후론 늦으시는 법이 없다. 밤에 큰일이 보고 싶을 때는 문을 열고 마당에다 누었다. 멀리 떨어진 화장실이 무서웠던게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수고는 모를 것이다. 할머니는 가끔 잠꼬대를 하신다. 소리를 꽥 지르실 때면 아이는 또 놀라 울었다. 소년이 된 아이는 할머니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안아주실때면 어김없이 노인네 냄새. 할머니의 입을 거쳐간 음식은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 내색은 안했어도 눈치를 채신 모양이다. 할머니는 또 서운해 하신다. 나이어린 손자는 할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잔소리를 늘어놓으실 땐 미워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다른데 가셨으면도 했다. 한동안 떨어져있다 다시 만나는 날엔 언제나 매정한 손자의 손을 부여잡고 얼굴에 부비신다. 손자는 또 싫다. 어른이 된 아이는 자기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며 예뻐해준 사람이 할머니뿐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젠 내가 먼저 안아드려야지. 같이 말동무도 되어 드릴테야. 할머니가 좋아하실만한 젤리사탕을 사야겠다. 어릴 적엔 몰래 감추어두었다가 가끔 꺼내주시곤 했는데. 오늘 할머니가 잘 주무시질 못 하신다. 왜일까? 나는 다짐했던 것처럼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할머니 왜 못자? 추워서 그래?" 고개를 끄덕이신다. "알았어.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봄이 완연한 계절인데 할머니는 아직도 추운가보다. 불을 넣을 요량으로 일어섰다. 순간 꿈인걸 알았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손자는 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