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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변명 |
| 글쓴이 흑백유리꽃 조회 5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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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날은 성큼성큼 다가와
나보고도 그렇게 걸어보라며 손짓한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나의 하늘과 별과 구름과 바람처럼 보았던
그대없는 세상을 어떻게 걸어갈 수 있을까?
내 마음에 맺힌 이슬방울들 툭툭 털어내며
화창한 봄날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의 발자국과 그대의 발자국을 이 세상 어디라도 괜찮으니
나란히 남겨 보았으면 참 좋겠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마셔보는
시원한 물맛보다 더 시원한 그대의 이름을
봄바람에 실어 꿀꺽꿀꺽 마셔 보았으면 참 좋겠네.
말할 수 없이 버거운 내 삶의 풍경들이 펼쳐질 때마다
나만이 알 수 있도록 커져가는
그대의 그림자를 나는 더 잘보고 있다네.
내 마음이 그대 마음이 될 수 없고
그대 마음이 내 마음이 될 수 없는 세상에서.
서로가 간직한 사랑의 꿈이 저 하늘의 별빛처럼 빛날 때
난 알 수 있다네.
내가 생각하는 그대가 누군지를.
아주 잠간동안만이라도 아무 말없이 보고 싶어했던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네모 반듯한 나의 마음이 그대에게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을법한
건조한 바람같이 느껴지겠지.
그게 아니라고 도리도리할 때마다
내 눈에서 소스스 떨어지는 은구슬 행열들이 있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흑백세상에서 하수가 고수바둑 흉내내는 일과 같은 것을.
내 사랑의 창문을 열었을 때
하얗게 보이면
내 심장이 쿵 한다네.
내 사랑의 흔적들이라고 생각했던 흑백기보들이
모두 다 사라진 것처럼 느껴져서 내 마음 시려 온다네.
내 사랑의 흔적들이 아주 멀리 떠나버린 선연한 증표처럼 보여와서
내 마음엔 슬픈 이슬꽃이 방울방울 피어 난다네.
다른 것은 모두 다 떠나가도 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만
예전 그대로 맨 처음처럼 남아 있어 달라고 말해 본 다네.
나의 말 들어 줄 사람없는 세상인 줄 알면서도
사랑이 좋아서 다시 한번 또 말해 본 다네.
예전 그대로 맨 처음처럼 남아 있어 달라고.
뭉클한 내 마음에 그려진 선율들이 사랑의 슬픈 언약처럼 보여도
내 사랑이었던 나의 기억들을 말끔히 지울 수가 없다네.
하얗게 지워져버린 내 사랑의 흔적 흑백기보들.
서러운 사랑의 끝자락처럼 내 마음속에서 나폴거리다가
시간의 터널 속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간 그 사랑을
조용히 아무 말없이 묻어버릴 수 없는 나에게
그대 사랑의 노래를 들려 주었으면 좋겠네.
이런 나를 아침이슬보다도 더 영롱한 흑백나비의 꿈을 먹고
살아가는 그대의 님이라고 보아 주었으면 정말로 좋겠네.
나는 잘 걸을 수 없어도
언제나 멋지게 걸어가는 그대였으면 좋겠네.
언제나 멋지게 걸어가는 그대를 보며
내 사랑이 걸어가고 있다고 말해보고 싶기에.
내 양심에 어긋나는 말이 되지 않고
하늘과 땅이 알고 있는 진실한 나의 말이 되도록
멋지게 걸어가는 그대를 보며
내 사랑이 걸어가고 있다고 말해 보고 싶네.
2006/4/30/일/흑백유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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