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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은 우리오빠... |
| 글쓴이 초보여우 조회 7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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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우리오빠
저에겐 오빠가 두분 계십니다.
큰오빠는 음대를 나오셔서 피아노 학원을 하다가 지금은 강원도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며 작은오빠는 승가대학을 나와 해인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을 거쳐
수도생활에 정진하시는 스님이랍니다.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서도 술은커녕 담배도 입에 못 대는 착하디 착한(?) 분들이지요.
저는 오늘 그런 오빠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빠들은 어릴 때 전쟁놀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럴 때 전 항상 간호사 역을 하곤 했지요.
그런데 오빠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살아나려면 간호사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며
저를 혹독하게 훈련시켰습니다.
한번은 새로 졸병 하나가 들어온 일이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새로 이사온 꼬맹이를 어렵게 꼬셨겠지요.
역시나 오빠들은 이 졸병에게도 훈련을 시켜야 했습니다.
어릴 때의 훈련이래봐야 높은데서 뛰어내리기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야~! 뛰어내려!!"
큰오빠가 대장답게 졸병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졸병은 바싹 쫄아 뛰어내리지 못하고 오빠들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야~! 넌 임마. 남자가 되서 그것도 못해?"
"우리 동생은 여자라도 정말 용감하다 볼래?"
두말도 안하고 오빠는 저를 절벽에서 밀어버렸습니다.
그날 저, 팔 부러지고 머리 깨졌습니다.
아마 제가 머리를 깎으면 우리 오빠들 마음이 많이 아프실 겁니다.
땜빵 자국이 많아서...ㅋ
자기네들이 무슨 칭기즈칸의 후예인지 알고 가끔 먼 동네로 원정 전쟁놀이를
하러 갈 때도 있었습니다.
오빠들에 비해 많이 어렸던 저는 잘 걷지를 못해 데리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오빠들이 저를 두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흄관이라고 있습니다.
커다란 하수도관입니다.
동네 공터에 세워져 있던 그 커다란 하수도관에 저를 넣어두고 원정을 갑니다.
어린 저는 그곳에서 나올 수 없어 오빠들이 돌아올 때까지 종일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뻔뻔스럽게도 부모님껜 같이 잘 놀았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오빠 두 분이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오더니 인체....실험을 하겠다나요.
그거 햇볕을 모아 종이에 비추면 연기를 내며 탑니다.
사람 피부도 타는지....궁금하다며....
저에게도 실험을 했습니다. ㅠㅠ...
큰오빠가 나를 꽉 잡고... 작은 오빤 돋보기를....
안봐도 그려지시죠?
실험결과, 손가락도 탄다는 사실을 알고는 신기해하던 오빠들 표정이란...ㅋ
손가락에 조금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로 인해 진실이 밝혀져 그날 오빠들 아빠에게 반쯤 죽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애들은 징그러운 거 잘 못 만집니다.
특히 개구리, 올챙이, 잠자리, 메뚜기 등....
한번은 잠자리를 잡으러 갔습니다.
작은오빠는 잠자리를 잡아서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자 저의 열 손가락 사이에
잠자리 날개를 끼우고 계속 잠자리 잡기에 열중이었습니다.
파닥거리는 잠자리가 징그러워 불안한 마음으로 손가락만 쳐다보며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돌멩이가 날아와서 저의 머리를 강타한 겁니다.
작은오빠가 다른 곳에 던진다는 게 잘못 날아와서 저의 머릴 맞춘 겁니다.
너무 아프고 놀란 제가 손가락을 벌리는 바람에 잠자리는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작은오빠...
피 흘리며 울고있는 여동생보고 잠자리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화까지 내면서요.
그때 제가 얼마나 크게 울었는지 엄마는 안 계시고 옆집 아줌마가 오시더니
된장을 발라주더군요.
그날도 우리 오빠들 반쯤 죽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빠들에게 벗어나려고 학교도 일년 일찍 들어갔습니다.
민망스런 이야기지만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오빠들 따라 다니다가 쉬가 마렵다고 하니까 오빠가 조금 높은 난간에서
볼일을 보라고 하더군요.
팬티를 내리고 앉아서 쉬 하려니까...
오빠가 자꾸만.... 뒤로 뒤로...조금만 더 가서 하라고 하길래...
뒤로 뒤로 가다가.... 뒤로 발라당~~
그 밑이 강이었는데 마침 가을이라서 추수를 마친 볏짚이 난간을 축으로
쌓여있어 다행히 그 위로 떨어진 겁니다.
안 그랬으면 물에 빠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물귀신이 되었을지도...
엄마, 놀라서 달려오시고 전 팬티 내린 채 떨어져서 기절해 있고.....
가관도 그런 가관 없었죠.
저는 다른 친구들도 다 그렇게 자라는지 알았습니다.
저처럼 맨날 머리 깨지고 혹독한 군사훈련 받고.......
그리고 오빠들은 항상 아빠에게 가서 울어라고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뭐 사달라고 시키고....
아빠는 제가 늦둥이라 울면 뭐든지 사주셨던 분이었습니다.
우리 오빠들...
청소년기에도 그런 행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기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시켜준다며
맨날 술 얻어먹고 다니고.... 술을 잘 못 마시니까
콜라나 중국요리 같은 거....
친구들에게 수없이 거짓말하며 얻어먹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20년도 더 지나...
다들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날이나 애경사 때마다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언제나 제 유년시절 추억의 훈장이요, 사랑하는 오빠들에 대한
애정표현입니다.
오늘밤에는 전화라도 한 통 넣어 봐야겠습니다.
오빠들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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