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가는 길

 





새 옷을 샀는데 몸에 맞지 않거나 이발을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옷이야 바꾸면 되지만 한번 깎은 머리카락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해서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단골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있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깎아주니 이보다 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나 개인사업을 할 때는 나도 단골 이발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수 생활을 하다보니 멀리 있는 단골 이발소 갈 일이 없는지라 만만한 동네에서 

이발을 하고 있는데 어찌된 게 가는 곳마다 이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동네 근방의 모든 이발소를 거의 섭렵했지만 한결같이 머리 생긴 대로 동글동글 깎아 

주는지라 영 모양이 안 나와서 나름대로 약간의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루는 동네 비디오 가게 주인(남자=백수와 동갑)에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동네 이발소 괜찮은데 어디 없나?" 

"아~ 이발소 괜찮은데? 저(저기) 가면 좋은데~~!!" 

비디오 가게 남자는 나에게 괜찮은 곳이 있다며 상세하게 위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말야, 저기 찻길 건너서 여기저기로 가면 거기 바로 있어." 

속으로 이발소가 괜찮으면 거기를 단골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날 백수는 거금 이만원을 들고 비디오가게 남자가 알려준 이발소를 찾아갔습니다. 

보통의 이발소라면 이발비가 15000원 내외 정도 합니다. 









이발소의 위치는 찾기 쉬웠고 그 옆에 바로 파출소가 있는지라 안심하고 들어갔습니다. 

이발소 안은 조금 어두웠고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데....(이때 조금 찜찜했음)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를 반깁니다. 

"어서오세요. 이발하시게요?" 

"눼~" 

"그럼 저기 누워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남자들의 경우 이발소 의자에 누워서 대기하거나 자는 일이 흔함) 

이발소 아가씨가 지정해 주는 이발의자에 편하게 누워 있노라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가 한쪽에서 다른 남자 손님과 뭔가 속삭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아~~ 갑자기 엄습해 오는 불안한 그 마음.... 

속으로 욕이 튑니다. 

아무래도 비디오 짜식이 퇴폐 이발소를 소개시켜준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을 마친 아가씨가 저에게로 오더니... 

갑자기 저의 양말을 벗기고 발을 씻어 줍니다. 

이때 백수, 마치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하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돈도 이만원만 들고 왔고, 이 난국을 어떻게 타계해야 할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발을 다 씻어준 아가씨가 누워있는 저에게 상체를 은근히 기대며 속삭였습니다. 

"오빠! 써비스 받으실거죠?"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백수,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가씨! 난 진짜로 머리만 깎으러 온거거든요. 그래서 돈도 이만원 밖에 없고..." 

횡설수설, 평소 말 잘하기로 소문난 백수, 이럴땐 왜 말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발 씻어준 대가로 이만원만 주고 그냥 나와야 했습니다. 

화가 나서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야이~! 십원짜리 새끼야. 이발소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델 소개시켜주면 어떡해??? 

너 땜에 발만 닦고 이만원 날렸잖아, 물어내!!!!!!!!!!!!!!" 

비디오 짜식, 능청맞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 난 또 괜찮은 이발소라고 해서 그런데 찾는 줄 알았지~~" 

괴롭습니다. 

괜찮은 단골 이발소 찾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백수를 보고는 비디오 가게 아줌마가 한소리 합니다. 

"아니! 뭐하러 그 비싼 이발소를 가요? 미용실 가면 돼지~~" 

미용실?????? 

아... 내가 왜 미용실 생각을 못했을까요? 











생각이 미용실에 미치자 백수는 신속하게 동네 미용실을 파악했습니다. 

잠시 우리 동네 미용실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미용실은 두 곳입니다. 

한곳은 이름이 "샤론헤어샵"이고 또 한곳은 "꽃샘미용실"입니다. 

샤론헤어샵은 이름 그대로 샤론스톤을 뺨치는 섹시한 미인 아줌마가 젊은 아가씨를 보조로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꽃샘미용실은 수더분한 동네 아줌마 스타일의 여자분이 혼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샤론헤어샵은 컷트머리 7000원이고 꽃샘미용실은 4000원인데 대신 꽃샘미용실은 

머리를 감아주지 않습니다. 











먼저 샤론스톤을 닮은 샤론헤어샵으로 갔습니다. 

크....저도 남자인가 봅니다. 그래도 섹시한 미인 아줌마와 어여쁜 아가씨가 운영하는 

곳을 먼저......ㅋ 

머리.....어여쁜 보조 아가씨가 깎아 줍니다. 

모양도 이쁘고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손질을 해주는데 너무 흡족합니다.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흐흐흐....앞으로 이 미용실을 단골로 해야지.....' 

머리도 마음에 들고 보조아가씨는 물론이요, 샤론스톤을 닮은 주인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침내 이발이 끝나고 샤론스톤 아줌마가 머리를 감아 줍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는 이발소와 달리 누워서 감습니다. 

(이발소는 앉아서 머리만 숙이면 됩니다) 

요상하게 생긴 의자며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수 없이 누웠습니다. 

머리에 샤워기로 물을 뿌리고 먼저 비누로 머리를 감겨 줍니다. 

그 보드라운 손으로 머리카락 구석구석을 긁적이며 만져주는데 기분이 묘합니다. 

[긁적 긁적(손으로 머리를...)~~보들보들(그 보드라운 감촉)...ㅎㅎㅎ] 











오잉? 

눈가에 뭔가가 튄 듯 합니다. 

앗~!!! 

비누거품입니다. 눈이 좀 따갑습니다. 아니, 졸라 따갑습니다. 

소리는 못 지르고 인상만 저절로 찌푸려집니다. 

"어머~! 따가우세요?" 

샤론스톤같이 섹시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아네...조금....." 

그러자 샤론아줌마, 그 곱디고운 손으로 저의 얼굴(눈부위)을 감싸듯이 닦아주는데.... 

순간, 뭐랄까..... 

미치도록 부드러운 그 느낌, 마치 낙지 빨판이 얼굴을 스치는 듯한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데 소름이 오싹 돋았습니다. 



"으악~!!!!" 

백수, 고함(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머?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으으....아니, 제가...제가 감을게요." 











백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꽃샘 미용실에서 4000원 주고 머리 깎습니다. 

머리는 이발하고 집에 와서 스스로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