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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참 좋은 사람이다. |
| 글쓴이 흑백발레 조회 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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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참 좋은 사람이다.
그대는,
이름으로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대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는 참 많이도 하여 왔다.
이웃집 아줌마에게 해야 될 말도 그대에게 하였다.
그대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자신은 이웃집 아줌마가 아니고
바둑세상 도련님이라며 넌즛이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었다.
나의 가족사 이야기를 할 때에도
발레님, 그런 이야기 다른 분에게도 했나요? 라며 내가 한 말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대에게만 했는데요. 하였더니 그런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며
내가 말을 가려서 하면 더 좋겠다는 여운을 남겨 주었다.
바둑세상 영감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나 혼자 피식피식 웃은 적도 있었다.
그대가 바둑을 두고 있으면 바둑방에 들어가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의 바둑을 두기도 하였다.
머리 아픈 바둑을 두어 쉬고 싶을 때면 그대의 바둑방 문을 덜커덩 열고 들어 갔다.
바둑에 심취되어 내가 왔는지도 모르고 바둑을 두었던 그대.
아무 인사도 없었지만
지존님다운 모습이어서 내 마음은 매우 흐뭇하였다.
아주 가끔은 나의 인기척 소리에 깜짝 놀라 반가운 인사를 보내 주기도 하였다.
예쁜 마릴린먼로 입술 그림과 함께 보내주는 인사는
나를 더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나를 이렇게 반겨주는 님은 그대 한사람 밖에 없었다.
그대에 대한 소중한 내 마음이 봄꽃동산의 꽃과 풀향기,
나비되어 룰루날라 날아갔다.
그대를 보면 나는 한글말로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만 하였다.
나는 마릴린먼로 입술을 보내지 않고 장미꽃을 보냈다.
마릴린먼로 입술은 야한 것 같아서 장미꽃만을 보냈다.
어둑한 시간에 살짝쿵 놀러간 달빛천사처럼
그대의 바둑방에 나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대의 바둑만 구경하였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그대의 바둑방 지킴이처럼 바둑을 구경하였다.
나와 그대를 잘 모르는 님은 내가 그대를 졸졸 따라다니는
별난 사람으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바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수바둑방에 있는 나를
개폼 잡으며 있다 고 보아 줄까봐,
아니면 딴마음 먹고 고수바둑방에 뽀시시한 여우처럼 엉큼하게 놀러와서
호시탐탐 무엇인가 노리는게 아닌가 할까봐...
자신의 바둑을 보아주는 님이 있으면 좋다고 하였지만
그대의 바둑을 많이 구경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였다.
그대의 바둑을 구경한지 참 오래 되었다.
내 생활이 바빠서 오로에 잠깐 들렸다가 돌아가곤 하였다.
시간이 가장 많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그대의 바둑을 예전처럼 구경하고 싶다.
그대의 반가운 인사도 받고 싶다.
봄이 오면 그대는 더 많이 바빠질 것이다.
논과 밭 농사 지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바쁜 농사생활에 들어 갔는지도 모른다.
그대가 뿌린 씨앗들 모두 다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가을빛 하늘 밑에서 주렁주렁 빛나는
그대의 보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사짓는 보람을 느끼면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2006/2/27/월요일
흑백발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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