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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물캐는 소녀의 꿈 |
| 글쓴이 흑백발레 조회 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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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아롱아롱 새겨지는 봄빛 햇살이 눈부시다.
이런 날이면 검정 고무신을 신고 나물캐는 소녀가 되고 싶다.
깔끔한 옷차림새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올린 모습이 아니더라도
봄의 여왕같은 마음으로 논과 밭두렁의 파릇한 나물잎새를 바라 볼 것이다.
나물담을 소쿠리는 플라스틱 소쿠리보다는 대나무로 얼기설기 짜여진 소쿠리가 더 좋을 것이다.
야산의 대나무 숲에서 자라난 대나무로 만들어진 소쿠리에
아무 조건없는 정이 들어서 대나무 소쿠리를 최고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흘러간 세월만큼 거무튀튀한 화장을 하고 있는 대나무 소쿠리라면
더 평화로운 마음으로 온 들녁을 휘휘 돌아다니면서
하루종일 나물을 캘 것이다.
새소쿠리를 함부로 사용하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새소쿠리 망가뜨리면 야단맞을 것 같은 마음에...
소쿠리에 나물이 가득해 질 때면
뽀오얀 분가루 뿌리고 나온 것 같은 쑥무리 언덕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예쁜 말로 여러가지 이름을 지어 줄 것이다.
봄빛 들녁의 향기로움을 마음껏 마시면서 그 향기에 취해
봄노래도 불러 볼 것이다.
잊여져가는 벗에 대한 적막한 그리움으로
대나무 소쿠리에 담겨지는 행운을 얻지 못한 풀잎들을
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푸르른 풀빛 사랑을 꿈 꿀 것이다.
저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컹컹 짓으며 달려오는 누렁이,
나는 그 누렁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가 안아 줄 것이다.
봄빛 하늘에 걸려 있는 구름꽃을 보여 주기 위해
파란 하늘 바로 밑에서 강처럼 흘러가는 상큼한 공기를 마시도록 해 주기 위해
평소보다 더 높이 높이 안아 올려 줄 것이다.
헐떡거리며 숨차하는 누렁이를 내 옆에 앉혀 놓고
나물캐는 나의 동반자 벗으로 함께 외출하지 못한 나를 책망하며
누렁이의 등과 목과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다음에 나물캐러 올 때에는 누렁이 너를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오늘은 미안, 미안해 라고 말할 것이다.
뻐꾹새 한마리 울며 지나가는 소리를 나의 집 귀가 시간으로 알고
나물 가득한 대나무 소쿠리를 요리조리 나부끼게 흔들면서
사뿐사뿐 누렁이와 함께 걸을 것이다.
내일도 또 나물캐는 소녀의 꿈을 한아름 안고
노을빛이 잔잔히 번져가는 산마루 작은 동네를 바라보며
걸어 갈 것이다.
20006/2/23/목
흑백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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