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식중독이 가져다 준 선물]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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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식중독이 가져다 준 선물] 펌글
글쓴이 찌찌뿡체리 조회 768

부랄의 탱탱함의 정도가 드리볼을 넘어 아주걍 부랄로 슬램덩크까지 가능케했었던... 부랄마저 탱탱했던 꽃다운 나이 18살 98년 가을 어느날이었다...... 난 내방에서 친구가 보내준 영화 공군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사나이들의 뜨거운 전우애를 그린 60년대 한국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최무룡 주연, 신상옥 감독의 [빨간마후라]를 감상하고 있.. 뭐? 니가 정녕 디지고 싶냐고? 그래 알았다... 사실대로 쓰겠다.-_-;; 난 내방에서 퍽퍽 쌍코피가 분출하고 주댕이에서 주구장창 아밀라제가 범람하도록 친구가 공유해준 [빨간마후라]를 미친 듯이 쳐보고 있었다.. -_- 그렇게 막 말초신경에 무한한 감동을 선사받으며 우윳빛피부가 매력적인 두루마리 휴지양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치던 그순간!!! (((( 퉁퉁퉁퉁...!!! 쾅쾅쾅쾅...!!!! )))) 누군가가 우리집 현관문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아주걍 문짝을 인수분해하는 게 아닌가! 문을 하도 거칠게 두들겨서 난 무슨 사채업자들이 찾아온 줄 알았다. 난 일단 문을 열어주기 전에 누구냐고 물었다. 나: 아니, 대체 누구신데... 남의 집문을 그렇게 예민하게 두들기셈? 제가 그대에게 정중하게 묻건데, 도대체 이게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시죠? 하지만 문을 두들긴 것은 다름아닌 우리 아버지였다. 아버지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인 나에게 따뜻하고 자상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입닥치고 문이나 열어! 이새끼야!! 라고..... 후훗~ 우리 아버지도 참!^-^ -_- 문을 열어보았더니 우리 아버지... 그날도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참이슬양 에게 몸과 마음... 영혼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채 휘청휘청~ 서 계셨다. 아버지: 푸하~!!! 나: 으으읍!!! 이 박애주의자마저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지독한 술냄새!! 아버지: 이새끼야! 냄새가 나니까 술이지, 안나면 그게 어디 술이여? 맹물이지! 그렇다고 뭘 또 아빠 앞에서 코까지 막고그려! 그다지 잡을 코도 없음서! 쯧.. 나: -_- 아니 그나저나 술이 무슨 붕어즙, 동충하초도 아니고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을 뭘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오늘 삘받으셨어요? 지나친 과음은 건강에 좋지않다는 의학계 연구결과발표도 못들으셨나봐? 아버지: 그래도 아빠 이렇게 말짱혀! 아빠 아직 안죽었어! 크허허~ 나: 말짱하긴... 말짱하다고 하기엔 지금 아빠 눈동자에서 흰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압도적인데요...-_- 아버지: 이 바닥이 다 그런거여, 이노무새끼야! 크허허허~ 나: 정말 많이 드시긴 드셨네요..-_- 아버지: 아름다운 니네 엄마는 어디갔어? 나: 아름다운 아빠 마눌님 서울 이모네집 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를 보니 도저히 혼자서 직립보행은 무리다 싶어, 현관에 휘청휘청~ 서 계신 아버지를 어깨동무 하듯이 부축해서 천천히 거실로 끌었다. 그런데 현관에서 두발짝 정도 이동했을까? 갑자기 아버지, 중저음의 목소리로 무겁게 내리깔며 경고톤으로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아버지: 야.... 어깨동무 좀 풀어봐....... 나: 왜요? 팔 아프세요? 아버지: 풀어....... 나: 안돼요~ 혼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넘어질려구! 아버지: 풀어............. 나: 안돼요! 넘어진대두요~! 아버지: 야 이새끼야!! 풀라면 풀지, 뭔놈의 말이 그렇게 많.....................우우우에에웨웨웩!!! 나: 크어헉!!! 촤르르르~~ ~ 철푸덕..! 철푸덕..! 오! 이런!! 인사불성이 된 아버지는 화장실을 불과 몇발짝을 남겨두고 거실바닥에다가 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보기만해도 배부른 푸짐한 피자 라지한판을 사정없이 선사하셨다... 특히 휘황찬란한 토핑이 인상적인 피자였다...-_-;; 갑자기 거실바닥 한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진 아버지의 피자... 그 피자는 마치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마그마처럼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아주 보기보다 진보적인 녀석이었다.. 나: 이래놓으면 이걸 누가 치우라고? 저라고는 하지마세요. 그럼 이 아들 우리집 호적에서 영원히 탈출하리!-_- 아버지: 짜샤! 그럼 이 늙은 아빠가 치우랴? 나: 우리나라 법에 늙은 아빠가 치우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아버지: 이런 싸가지... 혈압때문에 술이 확 깨네 썅! 나: 아~ 진짜! 아빠 저 친아들 아니죠? 왜 매번 술먹고와서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을 이렇게 쌩고생을 시켜요?! 고생시키기엔 제가 너무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닌가요? 암만 봐도 나 다리 밑에서 줏어온 자식인게 분명해!! 아버지: 허허허~ 야, 임마! 아빠도 보는 눈이 있는데, 기왕 줏어올거면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아들을 줏어오지, 뭐한다고 너처럼 못생기고 머리나쁜 애를 줏어오냐? 쓸데없는 소리말고 이거 굳기전에 얼른 치워! 나: 아... 한동안 잠잠했던 자살충동이 봄싹처럼 새록새록 솟아오르는구나... 난 잠시 이것이 찰흙이나 진흙이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을 해보았고...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발 이게 꿈이기를 애절하게 바라며... 두눈을 꽉 감았다 뜨기도 해보았다.....-_- 아버지: 다 부질없는 짓이란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렴.. 나: -_- 아버지: 두눈 똑바로 뜨고 앞에 있는 것을 바라봐! 임마!! 다 니가 해야만하는 일이야! 현실에서 도망치면 안돼! 그럼 넌 겁쟁이밖에 안되는거야! 나: -_- 아버지: 여기서 도망치면 다른데 가서도 넌 아무것도 성공할 수가 없다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 아빠 말 알아듣겠니? 나: -_- 아버지는 마치 뒷일은 너에게 맡긴다는 듯이... 아버지는 역시 우리아들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하는 눈빛으로.. 나의 어깨를 격려차 두번 툭툭 치셨다. 그리고는 연거푸 어색한 헛기침을 토하며 안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이내 용서받을 수 없는 자신의 범죄를 잊어버린 채 이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셨다... 이런 피눈물나게 무정한 사람.......-_- 정말 아버지 술먹고 이럴 때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순간만큼은 아버지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존재였다!! 집에 엄마라도 계셨음 아버지 오바이트고 뭐고 그냥 확 나가버렸을텐데... 나: 오~ 하늘이시여! 다음생애에는 저런 오바이트가 취미이자 특기인 아버지 밑이 아닌, 자기가 토한 것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치우는 그런 럭셔리한 아버지 밑에서 태아나게 해주소서!! 아멘! 슈퍼울트라초대형블럭버스터 아멘!!＼(T 0 T)／ 그런데 아무리 성질 뭐같은 나라도 아버지의 오바이트가 거실바닥에 굳는게 무섭긴 무서웠나보다.. 난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담았고, 아버지 오바이트 치운다고 헛구역질을 벗삼아 쌩좆뺑이를 까야만 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오바이트로 인해 심하게 지칠대로 지친 내 육신을 끌고 다시 내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까 아버지 오시느라 중간에 보다 말았던 빨간마후라를 다시 틀어 내 지친 육신을 토닥거려주었다. 그리고 빨간마후라가 재생된 지 1분도 채 지나지않아, 이내 나의 손은 스믈스믈~ 한마리의 살모사가 되어 또 다시 책상 위에 두루마리 휴지양에게 향하고 있었다...-_- 휴지: 꺄아아아악~!! 이 짐승같은 새끼!! 제발 나를 남들과 똑같은 용도로만 사용해달란 말이야~!!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귀에서 탁탁탁 환청소리가 들려, 썅!! T 0 T 그렇게 휴지가 돌돌돌~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다이나믹한 순간에 또 다시 사정없이 테클이 걸려와버렸으니!! 아버지: 화산아! 화산아!! 안방에서 잠드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를 급히 부르는 게 아닌가. 아버지의 부름에 난 그렇게 또 한번 휴지를 도로 내려놓았고.. 빨간마후라 감상도 또 다시 중단해야만 했다. 나: 아~ 나! 진짜!! 또 왜 부르신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간만에 문화생활 좀 하겠다는데 지나치게 안 도와주시네. 이런 명작은 자꾸 끊어서 보면 맛이 떨어지는 법인뎅..쩝..-_- 아버지: 화산이 이새꺄! 없냐?! 화산아!! 나: 아~ 예예예! 가요!가요! 평생 아빠 시중들다가 늙어죽을 아들 갑니다! 가요!-_- 또 무슨 술주정이나 부리겠지하고 짜증 이빠이 담아서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잔뜩 구겨진 면상때기로 안방문을 열었는데...... 나: 아~ 나! 왜요?! 또 무슨일이신데 그러............크어헉!!!! 이럴수가....... 아버지가 안방바닥에까지 또 오바이트를 해놓은 것이 아닌가!!!! 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제발 신기루이길 바라고 또 바.. 래기엔... 냄새가 너무 강렬했다...-_-;; 나: 아니! 아까 그렇게 쏟아붓고도 또 나올게 있었어요?!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렇게 내속을 썩여욧?!! 정말 이런 말씀까지 안드릴려고 했는데..정말 말썽꾸러기시네요! 아버지: 이새끼야..시끄럽고... 119 에 전화 좀 걸어...빨리! 나: 예?! 119요? 훗~ 119가 아무리 이일 저일 다해준다해도 일반 가정집에 찾아와서 오바이트까지 치워주진 않습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_- 아버지: 야, 이새끼야!! 아빠 죽겄단 말여~!! 얼른 119 부르란 말이야~!!!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나 죽어... 나: 아빠.. 지..진짜 어디 아픈거에요...?-ㅁ-;; 아버지: 그럼 이새끼야! 진짜 아프지~ 가짜로 아퍼?! 잡말말고 어서 119 부르래도~!! 나: 에이~ 술을 많이 드셔서 술병난건데 무슨 119를 불러요? 119 그렇게 막 부르는 곳 아니에요.. 아버지: 부르라는데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이새꺄! 이거 암만봐도 술병 걸린 거 아녀... 심각하다니깐... 이거 119 불러야 돼! 빨리 119 부르란 말이야~!!!T 0 T;; 나: 아~ 나.....-_- 그러고보니 아까 집에 들어오실 때와 비교해서 얼굴색도 너무 안 좋았고 이마도 불덩이였다! 아버지가 119 를 부르라고 했을 때만해도 술에 취해서 그러는 거겠지 했는데... 다시보니 어디가 안 좋은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으나 꽤나 심각한 것은 확실해보였다!! 그래도 난 119 까지 부르지 않고 해결하려 했는데... 아버지께서 그당시 한창 KBS [긴급구조119] 라는 프로에 빠져계셨던 시기라 고열 속에 정신이 혼미한 그 와중 속에서도 끝까지 119를 외치는 놀라운 정신력과 투혼을 보여주셨다.......-_-;; 아버지: 크흑......119..... 나: 119는 무슨... 택시타고 중앙병원가요. 아버지: 흐어억.....119....... 나: 택시타면 중앙병원 10분도 안 걸려요~ 아버지: 우워워어어......119.......... 나: 119는 뭔놈의 119에요? 동네사람들 다 쳐다보게시리... 제가 택시 타는데까지 업어서 갈게요~ 아버지: 크어어어헉.....!!!!!..119....... 나: 거 참...-_- 그순간 아버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더이상 119 이외의 것은 도도한 그의 마음을 잡기가 힘들어보였다...-_- 난 결국 아버지의 원대로 119에 응급신고를 하게되었다. 전화를 받은 119 센터대원은 일단 아버지의 증상부터 물었다. 119대원: 아버지께서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가요? 나: 어~ 일단 술이 떡이되서 집에 들어오셨는데, 들어오다가 거실에다가 토하고, 그리고 몇분 있다가 안방에다가 토 한번 또 하고요.. 119대원: 으음... 나: 아저씨, 지금 출동 고민하고 계시죠?-_- 119대원: 아..아니... 뭐 꼭 그..그런건 아니고요...-_-;; 결국 아버지의 이마가 불덩이라는 말을 해주고나서야 나의 이 신고는 진지하게 접수될 수 있었다.-_- 그리고 10분도 채 안 되서, 그 TV로만 보던 119 대원들이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려고 우리집에 찾아왔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지 그 다급한 와중 속에서도 그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묘했다...... 아버지는 119가 오는 그 몇분사이동안에 정말 생각보다 어디가 많이 안 좋으신건지, 그 얼굴색이 더욱 안 좋아진 상태였고, 설사에 오바이트를 또 한번 하셨다. 다행히 세번째는 변기에다가 하셨다...-_- 이마는 후끈후끈 더욱 불덩이가 되어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끙끙 앓으며 힘들어하고 계시자, 남자대원이 황급히 아버지의 이마 위에 손을 대보며 상태를 살폈다. 남자대원: 아저씨! 아저씨! 괜찮으세요? 열이 장난이 아닌데! 아버지: 으으윽.......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나 죽어..... 나 좀 살려주시요! 아이고... 죽겄다..... 아이고.. 나 죽겄다..... 그때 남자대원 옆에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대원도 한명 있었는데, 남자대원이 아버지 이마에서 손을 떼자, 자신도 아버지 이마에 손을 대보며 상태를 살폈다. 여자대원: 아저씨! 아저씨! 많이 편찮으세요? 어후~ 이마가 불덩인데... 많이 힘드세요? 아버지: 아냐.... 그래도 아까보단 참을만 해.......훗.. 난 그순간 0.5초도 안되는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평온해보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_- 술취한 아버지의 엄살 혹은 과음의 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나와 달리 아버지를 살펴본 119대원들의 반응은 꽤나 심각했다. 119대원들과 같이 아버지에게 대충 경위를 들어보니... 술집에서 먹은 안주 중에 오징어가 식중독 증상을 일으킨 것 같았다.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거라고는 했지만, 대원들은 증상을 보고 식중독을 확신하는 듯 했다. 식중독 역시 TV에서만 듣고봐오던 질병이었다! 우리집 가족으로서는 처음 보고 겪는 병이었고, 식중독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질병이었기에 옆에서 보는 나로서는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식중독이면 분명 119 를 부를만한 위급한 질병이었던 것이다. 그순간 아버지는 고열에 정신을 잃어가시는 와중속에서도 거봐,새꺄! 하는 눈빛으로 날 잠시 바라보시고 계셨다.....-_-; 어머니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고 집에 가족은 나밖에 없었기에 보호자 신분으로 119 구급차에 아버지랑 같이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TV나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만 보던 119 구급차에 대원들과 올라타있으니 무슨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마냥 얼떨떨하고 기분이 묘했다... 그러던 중 잠시 정신을 잃으셨던 아버지가 언제 의식을 되찾으셨는 지, 날 지그시 바라보고 계셨다. 나: 어?! 아빠! 아버지: 으윽... 여기가 어디냐...? 나: 여기 구급차 안이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병원가면 금방 나을 거에요.. 아버지: 음... 니가 다음달 기말고사 때.... 20등 올리면 아빠가 지금 당장 나을 거 같은데..... 아빠 금방 나을 수 있게 약속해 줄 수 있겠니...? 나: 그냥 저도 내일 식중독 걸려서 아빠 옆에 입원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부자끼리 오랜만에 오붓하게 시간 좀 가져봅시다!-_- 아버지: -_-;; 허어억...!!! 난 그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매일 보던 얼굴인데 왜 이러지?!! 나: 그나저나 아빠 얼굴 이렇게 가까이서 본게 참 오랜만인 거 같네요... 아하..아하하.... 아버지: 그러냐...?-_- 그런데 그순간 내가 그렇게 아버지께 장난을 건네고 있었지만 내 가슴은 순간 너무 놀라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아버지가 갑자기 식중독에 걸려서 구급차에 실려온 것보다 이 순간 헉!!! 소리 날 정도로 더 놀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좁은 구급차 안에서 가까이서 마주본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갑자기 너무나도 낯설어보이는 아버지의 얼굴... 순간 다른 사람의 얼굴인 것만 같았다...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관계도 아니었고 서로간에 대화가 적은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낯설어보인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아버지와 이야기만 툭툭 내뱉었지, 거의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말을 했었나보다...... 같은 집에 살면서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는 놈이 이토록 아버지가 늙으신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대화할 때 당신과 눈 한번 제대로 안 맞췄었다니....... 평소 아버지께서 말씀하실 때 얼굴 한번만이라도 세심히 쳐다봤었더라면 늙으셨다는 것에 이 정도로 크게 놀라진 않았을텐데.... 그런데 구급차 안에서 보는 편찮으신 아버지인지라 평소처럼 무뚝뚝하게 다른 곳을 보면서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난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아버지와 두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의 얼굴이 그순간 다른 사람의 얼굴마냥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그 든든하던 아버지가 어느새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늙어있었다는 사실이 어린 나에게 큰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나도 모르는새 늙은데에 대한 그 두렵기까지 한 그 당황스러움을 난 그순간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걸로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나: 이햐~ 아빠, 이렇게 보니깐 아빠도 이젠 많이 늙으셨네! 아하..아하하...^-^;; 아버지: 임마... 아빠 늙은 거 이제 알았냐?-_- 아빠 불쌍하게 생각하고 공부 열심히 해, 임마! 나: 알았어요.. 나도 공부 열심히 할테니깐 아빠도 이제 나이 생각해서 오늘같이 술 막무가내로 먹지마세요... 아버지: 새꺄! 오늘은 술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안주때문에 식중독에 걸려서 그런거지...-_- 그나저나 니가 왠일로 아빠말에 이렇게 깍듯하게 대꾸하냐? 바로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하니깐 신기하잖어~ 왜? 아빠 아파서 특별서비스 해주는거냐? 나: 잘할게요..... 앞으로도 계속... 아버지: 얼레? 이놈이 뭘 잘 못먹었나? 이햐~ 나중에 식중독 한번 더 걸려야겄네! 허허~ 참.. 나: 하나님께서 오늘 불효자인 나보고 니 아빠 얼마나 늙었나 얼굴이나 한번 들여다보고 반성이나 좀 하라고 오늘 아빠 식중독 걸리게 하셨나보다.. 아버지: 뭐가 어째~?-_- 나: 아하..아하하...^-^;; 다행히 평소 워낙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단 하룻밤만 보내고 다음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실 수가 있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힘든일이 부모님께 잘하는 일이라고, 그날 잠시 아버지께 고분고분했다가 또 며칠 못가서는 아버지 속 잔뜩 뒤집어놓는 싸가지 아들로 다시 컴백해야만 했지만말이다...-_- 나도 마음같아서는 참 잘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안 된다..... 이날 119 식중독 사건 이후 약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때보다 아버지의 얼굴은 훨씬 더 늙어버리셨지만... 그래도 지금의 얼굴보다도 오히려 7년 전 구급차에서 보았었던 아버지의 그때 그 얼굴이 기억에 더 강하게 남아있다........ < 끝 > 글쓴이- 활화산열혈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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