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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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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들에 가을냄새 물씬 풍겨오는 계절이 오면
> 날이면 날마다 좋아했던 벗을 만나고 싶다.
> 햇살좋은 날 벗을 만나 낙엽이 쌓인 조용한 길을 걸어보고 싶다.
> 나와 함께 걷는 벗이 할아버지, 아저씨, 학생, 어린아이 그 누구라도 좋다.
> 이 세상의 아름다운 길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 흐뭇한 마음으로 벗을 더 좋아하며 바라만 볼 것이다.
> 벗과 함께 걷는 길이 좁은 길이어도 내 마음의 길 하나는
> 이 세상의 어느 길보다도 넓은 길이 될 것이다.
> 낙엽길을 정말로 나와 함께 걷는 벗이 있게 된다면
> 나를 만나는 날 벗의 손에 책이 한권 있었으면 한다.
> 바둑책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종교서적도 좋고 인물평전도 좋고
> 문학책도 좋으니...
> 시끌벅적한 세상소식이 많이 담겨 있고
> 한번 보고 버리는 신문보다는 다시 볼 수 있는
> 책이 손에 꼭 있었으면 한다.
> 벗과 함께 할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 자연의 파수꾼 식물이야기와 유토피아, 동방견문록, 압록강은 흐른다 등을 가지고 갈 것이다.
>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읽고 싶어지는 책.
> 삶에 대한 내 마음의 느낌이 살아나는 책.
> 나도 이런 책을 손에 들고 갈 것이다.
> 나와 벗이 들고온 책은 우리가 걸어가는 가을길에서
> 우리들의 동행이 되어 나와 벗의 우정을 더 고결하게 해 줄 것이다.
> 벤취가 있는 쉼터의 자판기에서 레쯔비 캔 커피를 뽑아 마시며
> 토다토닥 걸어가 테이블에 책을 올려 놓고
> 나의 벗이 어린아이라면 하얀 꽃구름 따다가 솜사탕 만들어 주고
> 할아버지라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운 날들의 명상곡처럼 들어주고
> 아저씨와 학생이라면 도란도란 계절 이야기를 나누다가
>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을 노을빛 찾아 올 때까지 읽으면서
> 낙엽속의 책벌레가 되어갈 것이다.
> 벗과 이렇게만 보낼 수 있다면
> 내 마음은 정겨운 가을햇살로 눈부시게 나뭇가지에 걸려
> 선녀들의 날개옷이 되어갈 것이다.
> 나와 함께 낙엽길을 걸었던 벗은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세상의 유일한 벗으로
> 내 삶의 양지와 음지에서 큰 빛이 될 것이다.
> 하루가 힘겨운 날에는 나에게 위안이 되고 이해의 강을 건너가게 해 주는 벗으로
> 너무나도 소중한 이 세상의 유일한 보석이 될 것이다.
>
> 2005년 10월 2일 일요일
> 바둑톡톡이었습니다.
>
>
>
> [1]
나는 누구인가?
돈은 벌지 못하지만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사람이다.
바둑을 좋아하여 흑백사랑을 꿈과 낭만이 있는 무채색 최고의 사랑이라 여기며
내 마음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도 아니고 못두는 사람도 아니고 어중간한 사람도 아니어서
이런 나를 나 자신이 알고 있다고 말할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고수를 만나면 왕하수요, 하수를 만나면 왕고수라고 해도 괜찮을 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한없이 좋아하며 내 마음대로 그 좋아하는 대상을
하늘에 놓았다가 땅에 놓았다가 바다에 놓았다가 한다.
바둑과의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여
오로세상 출입하는 일을 찬란한 보석의 성문을 열고 오고가는 내가 되어
하루하루를 꿈속에서 살아간다.
기분좋은 날은 영생불사할 것 같은 착각을 하며
무지개 다리를 사뿐사뿐 건너가는 꿈도 꾼다.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오다가 꿈에 대한 의미를 알고
꿈을 만들고 꿈을 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재주라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지극히 평범하고
남과 비슷하거나 다른 재주 하나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다.
좋은 것 좋아하다가 아주 조금 슬퍼하다가 아주 조금 우울해해 하다가
아침이슬과 친구가 되고 하늘과 친구가 되고 꽃구름과 친구가 되고 상큼한 바람과도 친구가 되었다.
오늘부터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동안 나의 친구와 오로에서
10년을 넘어가는 사이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싶다.
내가 오로에서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하며 잘 지내고 있느냐는 쪽지글 하나 남겨 줄 친구,
이러한 친구와 우정을 함께 할 수 있다면
흑백사랑에 울고 웃으며 보내온 날들은 내 인생의 아름다운 빛이 될 것이다.
나는 특별한 기량과 솜씨와 말재주로 인기 많은 사람도 아니다.
내가 인기가 없다고 하여 인기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인기많은 사람이 되려고 한적도 없다.
내가 정말로 인기 많은 사람처럼 되었을 때 님의 사랑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 보았다.
나를 알고 있는 단 한사람의 진실한 벗으로
나의 허물과 어리숙함과 미련함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감싸 줄
좋은 벗 한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원하는 벗,
나를 알고 있는 벗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살다보면, 때가 오면, 벗의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을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배우면서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을 간직하는 일을 나에 대한 신용장이라 여기며
변함없는 마음만을 보여 줄 것이다.
[2]
나는 누구인가?
사계절 바람이고 싶고 꽃과 나무이고 싶다.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도 누군가가 잡을 수 없는 바람같은 사람으로 꽃과 같은 이쁜 모습으로
생의 마지막 창문을 닫을 때까지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 마음속의 바램은 언제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붙박이 별처럼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존재의 이유가 된다고 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난 나를 모른다.
세상을 훤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의 매일 깜깜한 것만 보아야 하고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건재한 열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팔뚝없는 눈사람같은 사람 되어
땅의 높낮이가 만들어내는 녹음의 빛이 있는 자연 풍경을
아주 가끔은 나의 그림이라며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다 본다.
있으면서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나의 입.
때로는 없어야 된다고도 생각하는 나의 입.
그래도 가끔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반드시 나의 입은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도
말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나.
하고싶은 말이 협소한 골목길이든 광활한 벌판이든 나비처럼 내 마음속에서 날아다닐 때
모든 일 밀어 놓고 그 말들을 잡기 위해 바쁜 사람이 된다.
나의 눈과 귀와 손과 입의 쓰임새를 이렇게 말한다고 하여
나를 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는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절대자의 말처럼 나의 머리와 마음에 새긴지가 언제였던가?
아, 그 날을 알 수가 없다.
어느새 까마득한 날이 되어 버렸다.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하늘보며 땅을 걸어가며 살아가는 행복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지고 좋은 말과의 만남도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운 인연속에 내가 있음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였다.
난 믿는다.
내가 별과 구름과 꽃과 바람을 정말 좋아하며 많이 생각하며
나의 생 다하는 날까지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나도 소망으로 빛나는 별이 되어 하늘에 뜨고
구름이 되어 산과 들판과 강을 유유히 건너가고
세상 어디에나 곱게 피어있는 사랑스러운 꽃이 되고
하늘보며 자라나는 세상만물의 좋은 벗 바람이 된다고
정말로 믿으며... 좋은 생각속에서 살아가보자고
오늘도 변함없이 나에게 내가 언약을 한다.
[3]
내가 저 하늘의 별이 될 때까지
좋아할 수 있는 벗 한사람이 있다면
벗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벗을 좋아하는만큼 잘해 줄 수 있도록 내 마음이 부유하지가 않기에.
어떤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넘치거나 모자란듯한 내가 되지 못하고
쉽게 좌절하고 쉽게 포기하며 비겁하게 피해가는 못난 사람이기에.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벗이 그 어떤 질문을 해도 모두 다 진실한 대답을 할 수 있는 내가 아니기에.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 스스로 나에 대한 향기를 잃어버리는 사람이기에.
내가 세상의 빛을 보고자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까지 알았던 좋은 사람들을 또 다시 사랑할 것이다.
어떤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가 따르지 않을 그런 사랑을 할 것이다.
잡념 많은 내가 되지 않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볼 줄 모르는 사람으로
이해와 너그러움을 내 마음 그윽히 품고 살 수만 있다면
성품 좋은 사람으로 내 이름 석자로 된 책 한 권을 쓸 것이다.
내 주변에는 스승이 참 많다.
하늘과 땅도 스승이며 별과 바람도 스승이며
꽃과 풀과 나무도 스승이다.
부족함이 보이는 사람과 재주 많은 사람과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도 훌륭한 스승이다.
개와 돼지와 소와 토끼와 풀벌레도 스승이다.
내 눈에 보여오고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것은 모두 다 스승이다.
나에게 무한한 가르침을 주기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면
그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스승과 읽지 못하는 스승으로 양분되겠지만
내가 알 수 있는 나의 스승은
모두가 나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기에
밉거나 곱거나 소중한 스승이라 생각한다.
아름답고 멋진 스승은 우러러 존경하고
아름다움과 멋진 모습에서 거리가 먼 스승은 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며
지금의 내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나를 볼 수 있는
거울로 삼으면서 내가 버려야 할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열심히 선별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 날에
스승은 많을수록 정말로 좋다.
내가 저 하늘의 별이 될 때까지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벗 한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힘 길러 주는 스승을 많이 만나는 오늘 하루를,
생을 위한 1막1장 같은 무대라 여기고
큰 후회보다는 작은 후회가 따르는 날이 되도록 살아 보련다.
2005/8/16/하얀눈사람
^^자유게시판에 요즈음 올렸던 글이에요.
^^그냥 문학게시판에 옮겨와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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